한국GM 부평2공장 60년 만에 폐쇄…美 IRA발 '철수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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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부평2공장 60년 만에 폐쇄…美 IRA발 '철수설' 솔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2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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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심화 속 한국GM 부평2공장 폐쇄
IRA 발의, 한국 철수설 촉매제로
한국GM은 부평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GM 부평2공장이 지난 26일을 끝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던 말리부와 트랙스는 단종된다. 연 17만대 생산이 가능한 부평2공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가동률이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GM은 부평1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부평2공장 소속 노동자 1200여 명은 창원공장(700여 명)과 부평1공장(500여 명)으로 나눠 배치됐다. 

이런 노력에도 부평2공장 폐쇄는 막지 못했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과 내년부터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을 양대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내년엔 올해의 2배 수준인 50만대 생산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노조 측은 부평2공장을 전기차나 전기차 핵심 부품 공장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한국GM 측은 "향후 활용 계획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부평2공장은 1962년 새나라자동차가 준공한 부평공장의 전신으로 1986년 대우자동차가 부평1공장을 신설하면서 현재의 부평2공장이 됐다. 2002년 GM대우 출범 후 레간자, 매그너스, 토스카 등 인기 중형 세단을 생산했다. 

재점화된 부평공장 철수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의 연간 판매량은 700만대 수준이다. 이 중 한국GM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20만대를 생산한다. 이는 GM 전체 판매량의 2.8%에 불과하다. 한국GM이 GM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 자릿수로 미미하다는 평가다. 다만 GM이 유럽과 호주,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보유해 독자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GM의 잔존 가치는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GM의 철수설은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GM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GM은 지속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적 악화 속에 부평2공장 폐쇄 결정까지 내렸다.

때문에 한국GM 철수설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GM은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판매 부진과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진 한국 시장은 GM에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철수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분리한 것도 생산공장 철수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사진제공=한국GM 

韓 철수설 기름 붓는 IRA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투자와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을 지원 받았다. GM은 이후 대출과 출자전환으로 10년 간 7조664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직 5년여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GM의 신규 투자 계획에서 한국GM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실제 지난 7월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미국 미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US 드라이브 프로그램'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350억 달러(약 46조원)를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한국GM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대신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다는 판매 계획만 내놨다. GM의 전동화 기지가 한국이 아님을 명확하게 한 대목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까지 더해져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배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IRA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GM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수출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달 메리 바라 GM 회장에 이어 2인자로 불리는 아민 사장이 한국을 찾으며 한국GM의 역할이 재조명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부평2공장 폐쇄로 이런 기대감은 사라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기업은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면 존립의 의미가 없다"며 "IRA가 철수의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역시 "전동화 시대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국내 공장은 비효율적인 생산기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출시한다는 10개 전기차 중 하나라도 국내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이 마저도 IRA 때문에 어렵게 됐다"며 "GM이 한국 사업장을 지속할 이유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끝내고 전기차로 대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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