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같은 상황, 다른 해석....균형적 시각이 중요하다
상태바
[최석원 칼럼] 같은 상황, 다른 해석....균형적 시각이 중요하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1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잘 살펴 보면 대개 두 부류로 나눠진다. 대체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시각과 반대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각이다.

철학자들이 얘기하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까지는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나쁜 상황 하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좋은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나 증시를 분석하거나 전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 중간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 극단적으로 낙관적, 비관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성만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지정학적 위험, 고물가, 고강도 긴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같은 상황을 보고도 해석이 다른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격 급등이 주로 극단적인 통화·재정정책에 기인한 거품이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이미 30% 내외의 증시 하락이 진행되어 가격 자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었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같은 뉴스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는 경우는 흔하게 발견된다. 

미국 등 주요국 물가에 대한 시각차

대표적인 차이는 미국 등 주요국 물가에 대한 시각에서 발견된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월비)은 6월 9.1%를 고점으로 10월 7.7%까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전월비로도 상반기 평균 0.8% 대에서 0.2% 아래로 내려온 상황이다.

그런데 해석은 각각이다. 긍정적인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의 물가가 고점을 기록했으니 시간을 걸리더라도 내려가는 방향일 것으로 해석하는 반면, 반대 쪽에서는 7.7%의 물가상승률은 고점보다 낮지만 여전히 높으며, 코어물가상승률 역시 과거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 안정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당연히 이 같은 시각 차이는 연준의 긴축과 향후 경제 전망까지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물가 고점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의 강도를 낮추거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긴축의 강도를 낮추면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 없이 현재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비관적인 투자자들은 현재 물가상승률은 언제라도 인플레이션 기대로 전이될 수 있는 수준이며, 물가가 안정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설사 긴축의 강도가 약화되더라도 그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는 여전히 침체로 향해 가고 있고, 경기의 침체 정도 역시 낙관적인 평가보다 더 강할 것이라 전망한다. 심지어 가장 비관적인 경우에는 경기가 침체에 빠져도 물가가 내리지 않아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물가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쪽은 중국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때로는 우리나라의 자금·채권시장 경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중국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이에 대한 중국 일부 국민들의 시위, 그리고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와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업체(시행, 건설, 투자 등)의 부실화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내려가고 있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 역시 중국의 부진을 반영해 하향 안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시각은 얼마 전부터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다는 점과 중국 정부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내 부동산 및 금융시장의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성장률 둔화가 나타나더라도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중국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미중 갈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쪽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 회담이 이뤄진 것 만으로도 극단적 대결의 가능성은 줄었으며, 과거와 같은 관계는 아니더라도 양국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가운데에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비관적인 쪽에서는 미중 갈등은 글로벌 패권 전쟁에 다름 아니며 중국의 경제력이 향후 미국을 앞서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갈등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는 ‘예정된 전쟁’에서 지적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있어 군사적 갈등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각도 차이가 있다. 전쟁에 따른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미 원유 등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가장 타격이 큰 유럽 각국이 이미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게 긍정적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반면, 러시아가 촉발한 원자재 무기화 현상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금융 무기화가 긴축의 주된 이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비관적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금융 정책에 부분적으로라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향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자금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도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자금시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

국내 자금시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된 효과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한국전력채권의 급증은 현재까지 국내 자금·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며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경제 주체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은 상태다. 따라서 비관적인 쪽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일부 금융기관의 흑자 도산이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긍정적인 쪽에서는 일부 소수 금융기관의 흑자 도산이 현실화되더라도 은행을 중심으로 한 우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매우 높으며, 정책 당국이 이미 상황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주장한다. 특히 긍정적인 쪽은 기준 금리 인상 속도 역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만간 금융기관 유동성 확보 경쟁도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러한 성향 차이는 현재 주식의 가치에 대한 시각에서 절정을 이룬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글로벌 증시는 빠르면 작년 하반기, 늦더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를 시작했고, 많은 국가에서 증시 하락 폭은 30%에 달했다. 밸류에이션 지표도 내려왔다.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모두를 반영한 결과일 텐데,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4배에 달하던 PER은 현재 11배 수준이다.

그런데 이렇듯 같은 상황을 보는 데 있어서도 양쪽은 차이가 난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현재의 주가 하락 폭이 일반적인 경기 둔화기의 주가 하락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악재를 대부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즉 정상적으로 회귀했을 때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비관적인 쪽에서는 이번 1년~1.5년간 이어 온 증시 하락의 상당 부분을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거품이 붕괴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유례 없는 강도와 규모의 통화·재정정책이 실행되며 나락으로 떨어질 뻔하던 경제를 건져 올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저렴해진 자금 조달 비용 ▲이 정도로 정책 당국이 나설 수 있다면 경기 침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주가가 오르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신기술 혁명에 대한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거품이 형성됐다. 그야말로 ‘모든 것’의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후 내리면서 이러한 기대 중 상당 부분이 착오였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는 것이다.

이처럼 비관적 관점에서 보면 2020년 하반기, 증시가 코로나19 직후의 저점으로부터 직전 수준까지 오른 때부터는 다분히 거품이었고, 이제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올해 하반기가 경제와 금리, 그리고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적정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정 수준이라면 결국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중요한데, 앞서 지적한 대로 비관적인 쪽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는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 어떤 의견이 맞을까? 판단하기 어렵다. 양 쪽의 입장 모두 매우 그럴 듯한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서로 그렇지 않다고 얘기할 근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 측은 상당 부분 상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로 예를 들어 보면 낙관론자들도 지금 현재 물가가 낮다고 생각하진 않으며, 비관론자들도 대체로 물가는 고점을 기록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상대가 생각하는 상황 인식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시각차는 크지 않다

그렇다면 차이는 뭘까? 결국 어떤 측면을 더 강조해서 보는가 여부일 뿐이고, 바꿔 말하면 나도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러한 점은 결국 양 쪽 모두 정답을 모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몇 달간 글로벌 증시가 큰 흐름으로 볼 때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어떤 자산시장에서든 낙관론자가 비관론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자산시장의 기본 전략은 매수 후 매도인데, 비관론자는 매수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는 법이니 당연한 일이다. 또한 글로벌 경제는 산업 혁명 후 200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해 왔고 위험자산가격도 대체로 상승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지만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는, 낙관론자들이 비관론자들을 폄하할 때 즐겨 인용하는 속설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시장을 둘러싼 변수 모두를 찬찬히 살피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이 낙관론자의 주장대로 투자에 참여했다가,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후 견디지 못하고 손해를 본 채 매도하는 경우 역시 매우 흔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은 팽팽한 의견만큼이나 증시의 등락도 제한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으로 보인다. 즉, 단기적인 투자자들은 너무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장기적인 투자자들은 매수 후 나타나는 하락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라 생각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