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 마련…시장 반응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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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 마련…시장 반응은 '냉담'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11.2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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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계약 전 집주인 세금 체납·선순위 보증금 정보 확인 가능
올해 HUG의 대위변제액 사상 최대치인 6379억원
임차인 대항력 발생전 근저당권 설정시 계약해제 및 손배청구
피해 예방 효과 기대되지만 근본적 해결책 마련 필요
주택 전세 계약(CG). 사진=연합뉴스
주택 전세 계약(CG).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서민층에 속하는 세입자들이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 대책이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임차인, 계약 전 집주인 세금 체납·선순위 보증금 정보 확인 가능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2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확정일자 효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 발생하는 허점을 이용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 상 특약으로 금지된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9월 1일 발표한 전세사기 방지대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세입자가 계약 전 선순위 임차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도 확인은 가능했지만 임대인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세입자는 정보 획득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세입자가 요청하면 임대인은 정보 제공이 의무화된다. 해당 법 개정을 통해 임대인이 계약 전 체납한 세금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체납 세금은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보다 우선되지만 임차인은 관련 정보를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앞으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납세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지만 임대인 입장을 고려해 ‘제출’이 아닌 ‘제시’로 정했다. 임대인이 직접 제시하지 않더라도 동의만 하면 세입자가 과세관청에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보증 사고 건수 전월대비 34.6%↑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추이. 자료=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추이. 자료=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이 지난달 1087억원(501가구)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으로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2013년 9월 해당 상품 출시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1억원에서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는 1∼10월 누적 대위변제액이 6379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한해치 변제액을 넘어섰다.

임차인 대항력 발생전 근저당권 설정 편법…위반시 계약해제권과 손배청구권 효력

그동안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를 기해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원천봉쇄된다. 임대인이 계약 당일 돈을 빌리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식의 편법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도 개정한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고, 위반시 임차인에게 계약해제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생긴다는 내용을 계약서의 특약사항에 추가하도록 유도한다. 깜깜이로 운영되던 관리비 투명화를 위해 임대차 계약서에 관리비 기재란을 신설해 계약 전 임차인이 관리비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액임차인 범위와 우선변제금액을 상향했다. 전세금을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를 권역별로 1500만원씩 높였다. 서울은 1억50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용인·화성·김포·세종시는 1억30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범위가 늘어나게 된다. 우선변제를 받는 금액도 현재 서울 5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해당 법 개정안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입법예고해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시행된다.

피해 예방 효과 기대되지만 근본적 해결책 마련 필요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정부 차원의 장기적 관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피해규모와 피해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세자금 대출규모를 축소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피해자 대부분은 연립·다세대 주택의 2~3억원대의 세입자들"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은 이런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훈 변호사(세입자114 센터장)은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원 등기정보와 전입 등록사항을 실시간 연동시키면 해결되기 때문에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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