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부회장 4인 체제' 무너져…차석용 LG생건 18년 경영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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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부회장 4인 체제' 무너져…차석용 LG생건 18년 경영 종지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2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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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부회장 용퇴…권봉석·신학철·권영수 유임
조주완 LG전자·정호연 LG디스플레이 사장 유임
신상필벌 인사 기조 속 변화보다 안정 방점
LG그룹의 '부회장 4인 체제'가 무너졌다. 왼쪽부터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순. 사진제공=각 사
LG그룹의 '부회장 4인 체제'가 무너졌다. 왼쪽부터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순.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LG의 '부회장 4인 체제'가 무너졌다.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4인으로 구성된 '부회장 4인 체제'는 차 부회장이 18년 경영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어 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시대의 마침표를 찍고 변화를 선택했다. 차 부회장의 후임은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이정애 부사장이다. 승진 발령된 이 신임 사장은 LG그룹 첫 여성 사장 승진자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난다. 사진=연합뉴스

차석용 18년 경영 마침표

2004년 연말 인사에서 LG생활건강 CEO가 된 차 부회장은 이후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다. 차 부회장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LG생활건강을 성장으로 이끌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효율적인 경영을 강조했으며 LG생활건강을 지금의 '생활용품, 뷰티, 음료' 3대 사업 포트폴리오 체제로 구축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차 부회장은 CEO 취임 후 30여건에 달하는 인수합병을 이뤄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 샘물(2009년), 더페이스샵(2009년) 한국음료(2010년), 해태음료(2010년)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뤘다. 최근에는 미국 화장품사 '뉴 에이지본'과 '피지오겔' 북미 사업권, 알틱폭스, 크렘샵 등을 인수해 북미 뷰티사업을 강화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중국발(發)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18년 만에 '역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LG생활건강을 떠나게 됐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3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44%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정책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3중고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차 부회장은 용퇴의 길을 택했다. 애초 임기 만료 시점인 2025년 3월보다 2년여 앞당겨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이정애 사장은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이후 37년 간 생활용품, 럭셔리 화장품 사업, 음료사업 등 사업부를 거쳤다.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이번에는 LG그룹 최초로 여성 사장 자리에 올랐다. 

LG생활건강은 "이정애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 분야의 마케팅 담당으로 시작해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 사업부장 및 음료 사업부장을 역임해왔기 때문에 LG생활건강의 전체적인 사업 구조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LG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LG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

신학철 부회장과 권봉석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은 애초 예상과 같이 유임됐다. 자리를 옮긴 지 1년 밖에 안 된 데다 첨단 소재와 배터리 등 신성장사업을 이끌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은 다시 지휘봉을 잡은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LG화학은 23일 CFO 겸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맡고 있는 차동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차 신임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 신속하게 대응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고 밝혔다. LG화학에서는 이날 차 사장 외에 모두 21명이 승진했다. LG화학 측은 "이번 인사는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춰 3대 핵심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지난 3분기 9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첨단 소재 부문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나 늘었다.

권봉석 부회장 역시 재신임을 받았다. 지난해 LG전자 사장에서 승진한 권 부회장은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산하에 미래신규 사업 발굴 투자 등을 담당하는 경영전략부문, 지주회사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경영지원부문은 각각 홍범식 사장과 하범종 사장이 이끌고 있다. LG는 "전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경영전략부문, 경영지원부문 체제를 유지하고 각 계열사의 미래준비를 지원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 당시 GM 배터리 화재로 인한 경영악화, SK와 소송 분쟁 등 기업 안팎으로 숱한 구설에 시달렸던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 취임 후 1년여 만에 환골탈태했다. GM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모듈을 전면 쇄신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총력을 다했다. 배터리 및 셀 모듈 라인 공정 개선을 추진하고 동시에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올 상반기 배터리 기술개발에 3784억원을 투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매출 17조611억원, 영업이익 9764억원을 기록했다. 전략시장인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이 전년 동기(13조4125억원) 대비 27.2%(3조6486억원), 전분기(9조4129억원) 대비 81.2%(7조6482억원) 증가해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927억원) 대비 40.9%(2837억원) 증가했고 전분기 대비(4545억원) 114.8%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라이선스 대가 합의금과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지난해 2분기(1조655억원)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권 부회장은 올해 총 매출 목표를 19조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5조원으로 또 다시 매출 목표를 올려잡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왼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각각 재신임을 받았다. 사진제공=각 사

LG전자 조주완號 재신임·쇄신 중책 맡은 LG디스 정호영

LG전자는 조주완 사장 체제가 유지되면서 조직 안정을 택했다. 또 주요 사업 부문 수장 모두 유임된 가운데 가전과 전장 등 확실한 성과를 거둔 사업본부장을 승진시키면서 확실한 성과 보상에 나섰다. 올해 LG전자는 사장 1명, 부사장 6명, 전무 7명, 상무 40명 등 모두 54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24일 단행했다. 지난해 50명 대비 승진자는 소폭 늘었다. 

신가전 전략을 내세운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전체적인 가전 수요 감소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지속 개척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 또한 만년 적자였던 전장 부문을 두 분기 연속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전장 사업의 경우 향후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여, 해당 부문 투자를 강화해 온 조주완 사장에게 더욱 힘이 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체질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유임이 힘들 것으로 관측됐던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재신임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1조209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중국 정부 지원 덕에 성장한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LCD 패널을 저가로 공급하면서 LCD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린 것이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사업 재편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LCD TV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1년여 앞당기고 올레드(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 감가상각비 절반 수준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인력 재배치를 위한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계열사 전환 배치와 관련한 신청을 받고 있다. 본인 신청에 따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한다. 규모는 최대 200~300여 명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24일 전무 승진 3명, 상무 선임 11명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미래 준비와 사업의 근본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기여가 크고 성과 창출 역량이 탁월한 인재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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