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신용의 위기⑦…신용 잃은 신용평가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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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신용의 위기⑦…신용 잃은 신용평가회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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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먼저 하락한후 신용도 내리는 뒷북 평가

 

한 나라의 정권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는 뉴욕 월가의 신용평가기관들은 21세기 초엽에 주식시장이 달아올랐다가 식는 과정에서 기업의 신용등급 조정 과정에 무리수를 두었다. 신용평가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주식시장이 과열되면서 주가가 갑자기 오르는데 그 회사 신용도를 올리지 않을수 없었고, 주식시장 붕괴로 주가가 급락할 때 반대의 방향으로 가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엔론 회계조작사건의 경우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다이너지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까지는 투자등급을 유지해주었다가 협상이 깨지면서 며칠사이에 무려 13등급이나 내리는 오류를 범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신용감시를 게을리 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자 캘파인, 다이너지 등 다른 에너지회사의 등급을 무더기로 낮추어 괜챦은 회사도 신용경색에 빠뜨리는 모순을 범했다.

엔론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기업의 회계조작 사건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으로 행사했던 무디스, S&P, 피치등 3개 신용평가회사의 아성이 흔들렸다.

3대 신용평가회사의 과점은 1975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법안을 개정하면서 ‘A’등급 남발을 막기 위해 자격 요건을 갖춘 회사에 대해 신용평가 영업을 허가하면서 형성됐다. 이 허가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 3대 회사의 과점체제는 굳어졌다. 미국 신용평가 시장은 2001년을 기준으로 S&P가 41%, 무디스 38%, 피치 14%등 3개 회사가 9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비판은 엔론 사태 이후 확산됐다. 투자자들이 엔론의 유가증권을 대량 매각, 주가가 폭락했는데도 신용평가회사들은 엔론의 투자등급을 가만 두었다. 주가가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에도 엔론의 신용등급은 우량등급이었다.

비판자들은 “무디스와 S&P가 엔론 파산 3개월 전에 조사를 실시했어야 했다”며, “신용평가회사들이 투자은행과 짜고 신용등급을 뒤늦게 하향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론 파산 이후 신용평가회사들은 의회 청문회에 불려 다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 완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SEC는 신용평가 시장과 평가회사의 운영시스템에 대한 실사를 거쳐 진입장벽 해제등 규제 완화조치를 취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경쟁 없이 영업을 해왔고, 3개 회사가 뭉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SEC의 규제 완화 방안은 ▲ 평가회사 허가를 확대하는 방안 ▲ 허가제를 폐기하는 방안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은 1970년대의 뉴욕주 파산, 1980년대의 오렌지 카운티 파산, 1990년대 아시아 통화위기 때에도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을 받아왔었다.

신용평가 회사 가운데 무디스만 상장돼 있고, S&P와 피치는 비상장회사로 남아 있었다. 무디스의 수익은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짭짤한 회사로, 2001년 뉴욕증시가 하락했을 때도 주가가 33% 상승했으며, 워렌 버핏이 15%의 주식을 매입할 정도로 인기 회사다. S&P는 경제전문 잡지 비즈니스위크등 출판사업을 비롯,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대비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30% 수준을 유지했다.

 

▲ 뉴욕 맨해튼 남단에 위치한 무디스사 정문의 부조물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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