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교수 “대기업 탓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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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교수 “대기업 탓만 하지 말라”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12.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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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가 흥미로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교수는 사회에 만연한 대기업 망국론과 경제민주화의 주술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재벌기업의 업종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주어서 더 좋은 고용과 더 많은 대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없으며, 사업의 성공이 누구의 자비와 보호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파했다.

 

다음은 이병태 교수의 글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전이 문정부의 대기업(재벌)의 경제 독점력에 의해 중소기업이 어렵고 경제성장의 정체의 원인이라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대해 현실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나의 칼럼과 포스팅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대기업(Hidden Champions 포함) 수와 고용비중이 너무 작은데 그 원인을 따지지 않고 대기업 탓으로 돌리고 중소기업/자영업에 대해 정부가 수호천사가 되어 보호하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첫번째는 경제활력을 잃고 대기업 탄생이 멈추어 선 것이 대기업 탓이냐 정부의 규제 탓이냐의 이슈이고 두번째는 그럼 지금의 과도한 자영업,중소기업을 보호의 대상으로 삼으면 우리는 계속 그런 경제 속에서 살아갈 것이냐는 이슈다.

이 두 가지 이슈는 현재의 정부에 국한된 비판은 아니다. 우리나가 90년대부터 정치권과 사회가 대기업 망국론, 또는 경제민주화라는 주술에 사로 잡혀서 규제를 첩첩히 더해 간 이후로 경제의 구조적 병이 깊어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인식이고 이 정부는 거기에 시장개입을 무원칙하게 감행하는 용맹성이 더 하다는 우려이다.

그럼 첫번째 이슈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적은 것이 재벌의 독점적 경제구조 때문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재벌이 독점적으로 다각화를 해서 즉 문어발 경영을 해서 대기업이 적다는 논리는 대기업이 전문기업화하면 대기업이 안하는 사업을 재벌이 아닌 전문기업이 하게 되면 그것은 기업주가 재벌의 일부냐 독립적 기업가냐의 차이만 있을 뿐 기업수가 느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일반국민과 국가 경제로 볼 때는 그 지배주주가 누군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재벌이 1대주주이든 재벌이 아닌 작은 규모의 사업가가 1대 주주인든, 글로벌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고용을 일으키고 좋은 제품만 생산하면 그 기업은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재벌이 독점적으로 해서 대기업이 적다면 재벌이 운영하는 그 기업들은 아주 큰 규모로 커져야 하는데 글로벌로 성공한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제조업을 빼고 우리나라에서 다른 산업에서 독점력에 의해 비대하게 커진 대기업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두번째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이 자진해서 중소기업의 사업자가 사업을 해 먹으라고 비워주는 경우는 없다. 우리 재벌이 안들어 가서 비워두면 그 사업이 중소기업의 몫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서 장악할 수도 있다. 대부분 성공한 창업가는 기존 기업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성공한다. Wal-mart라는 초대기업이 있어도 Amazon과 같은 혁신 기업은 성공한다. Amazon이 Wal-mart의 자비에 의해 비워둔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Wal-mart Sears, Target 등의 경쟁자들과 다른전력으로 성공했지 기존 기업의 자비로 비워둔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이 장악한 사업 영역에도 창의적인 기업들은 성장한다. CJ제일제당이라는 어마어마한 식품 회사가 있어도 풀무원은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캐첩을 앞세운 오뚜기도 성공해서 성장한다.

세번째 다각화는 소비자의 선택의 결과다. 재벌을 욕하는 사람들이 팬텍의 스마트폰을 사는가?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선진국에 비래 월등히 크다. 그 결과 미래에 대해 중소기업은 존망에 대한 불안도 크다. 그래서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사업다각화 즉 Brand 있는 기업의 제품이 월등히 선호된다. IMF 외환위기에서 망한 기업들은 전문기업들이었고 지금도 재계 톱 순위에서 밀리고 탈락하는 기업들은 전문화된 그룹들이다. 두산, 현대중공업, STX가 그렇다.

나는 젊은 날에 재벌에 대한 반감으로 중견기업에 취업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은 정부가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었다. 그런데 그 중견기업이 대기업 없이 성장해서 세계시장을 휘젓고 거대한 고용을 일으키고 세계 1-2위 점유율의 상품을 만들었냐하면 전혀 아니다. 국내시장에서 보호가 글로벌 성공의 발판이 되느냐하면 우리나라 역사는 다르게 증명하고 있다. 보호는 한 가족의 부는 만들어 줄지언정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대기업을 만들지는 못한다. 보호는 기업을 망친다.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글로벌에 가서 통한다.

재벌기업의 업종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주어서 더 좋은 고용과 더 많은 대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의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나는 아직도 들어 보지 못했다. 사업의 성공은 누구의 자비와 보호로 하는 것이 아니다.

 

▲ 이병태 교수 페이스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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