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잔 숄티 여사 “北 아킬레스건은 인권문제...美, 북핵문제만 치중은 치명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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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잔 숄티 여사 “北 아킬레스건은 인권문제...美, 북핵문제만 치중은 치명적 실수”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2.11.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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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운동가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美 애틀랜타서 강연회 및 기자간담회 열어
북한인권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다음달 유엔본회의에서 채택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8년 연속 채택이지만 올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맞물려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는 한국이 4년만에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인권 운동에 수 십 년간 헌신해 온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여사가 최근 애틀랜타에서 강연회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국 정부는 지난 수 십 년간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느라 인권 문제를 소홀히 여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북한 인권의 어머니로 불리는 수잔 숄티 여사는 “평양당국은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을 교묘히 이용해 핵무장을 강화했고, 북한 주민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인권 침해와 억압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안보가 아니라 인권문제라는 게 숄티 여사의 진단이다. 그녀는 또 지난 5월 한국대통령 선거와 관련, 불과 20여만 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으며, 이는 “탈북자들과 이북출신자들이 윤석열 당시 후보를 적극 지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며, 나아가 “노예상태나 다름없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이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다시 복귀한 것은 바람직하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비용과 관련, 숄티 여사는 “올해만도 어림잡아 1조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액수면 기아상태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1년치 식량은 충분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북미주 자유수호연합회(회장 김일홍)와 Great Korea 미주본부(회장 곽인환)가 공동주관한 북한인권 강연회에서 참석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지난 20일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강연하고 있는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지난 20일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강연하고 있는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북한주민 상당수 오징어 게임 등 한류 드라마 시청

숄티 여사는 최근 인터넷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북한주민들의 사고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K-Pop을 비롯한 영화와 드라마, 대중 문화, 세계 현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단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생명과 인권이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탈북민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6%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수잔 숄티 여사와 권영일 객원기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수잔 숄티 여사와 권영일 객원기자.

이는 북한 주민들이 큰 시차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북한 주민의 83%가 평양당국에 대한 충성보다 개인의 생활이 우선시 한다는 미국 관련연구소의 조사도 있다. 

자본주의의 대명사인 영화 ‘타이타닉’의 사랑과 희생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에 끊임없이 세뇌되어온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심리적 갈등을 느낀 것이다.  

북한인권법안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숄티 여사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고 정의했다. 

그녀는 “인권은 국적과 피부색깔과 종교와 정치적 이해를 넘어서서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가치이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수호해야 될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것과, 탈북민들이 한국을 비롯한 자유 세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녀는 문재인 정부시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 하에 있는 중국 내 탈북자 구하기’ 등 몇 차례 공개 제안을 했지만 당시 청와대로부터 한 번도 답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솔티 박사는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순전히 신앙 때문이라고 다소 기대와는(?) 동 떨어진 대답을 내놓았다. 우연한 기회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 탈북민 구출의 발단이었다. 

그녀는 이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하여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와 고문, 강간, 학살, 강제 낙태, 영아살해, 생체실험 등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상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  그녀는 2008년 서울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디펜스포럼 재단 회장, 북한인권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미국 의회에 북한인권법이 통과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끝으로 그녀는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북한인권에 관한한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어 북한인권법 재승인 등 의회 내 현안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여사는 1959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났다. 윌리엄앤드메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89년부터  탈북자 지원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미국의 비정부기구 디펜스 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1999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청문회를 여는데 공헌했다. 2003년에는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미 의회 증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2004년에는 미 의회의 북한 인권법 통과에 기여했고 2006년부터 매년 워싱턴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주관, 전 세계에 북한 인원 문제가 공론화 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제9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통과와 탈북난민 강제북송 금지 운동 등에 앞장서 왔다. 숄티 여사는 현재도 한국은 물론 폴란드 체코 등을 오가며 탈북난민을 위한 국제집회를 열고 탈북난민 고아 입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숄티 여사는 디펜스 포럼 회장직 이외에도 미국내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인권 단체 연대인 '북한자유연합' 의장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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