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상품 흥행 저조…형평성·채권시장 논란에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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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상품 흥행 저조…형평성·채권시장 논란에 수정 불가피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2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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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환보증·새출발기금 신청 5% 못 미쳐
안심전환대출 3차로 '9억원 이하' 요건 완화 추진
주금공 MBS 발행이 채권시장 블랙홀 될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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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들의 인기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코로나 대출 만기·상환유예 연장 조치를 5회씩 거듭하면서 이들 상품의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중복 지원에 형평성 논란까지 일면서 당국의 정책 조정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힘 못 쓰는 저금리 대환보증·새출발기금

21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마련한 저금리 대환대출(대환보증) 프로그램은 신청이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대환보증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연 6.5% 이하(금리 최대 5.5%, 보증료 1% 고정)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은행에서 은행으로, 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대환할 수 있으며 개인사업자는 최대 5000만원, 법인·소기업은 최대 1억원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의 규모는 8조500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9월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접수된 건수는 1만2178건, 금액은 409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에 비해 접수 규모가 4.7%대에 그친 셈이다. 이 중 실제로 대출이 집행된 건수는 4518건, 금액은 1650억원이다. 

금융권에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대환보증보다는 상환을 선택해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602억원 감소해 2017년 이후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30조원 규모로 기획된 새출발기금 역시 참여가 저조하다. 시행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채무조정 신청 차주는 1만379명, 채무액은 1조5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정신청액이 전체 규모의 5%에 그친 셈이다.

새출발기금은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에 대해 대출 원금을 60~80%(취약계층은 90%) 감면해주고, 연체 3개월 미만의 부실 우려 차주에게는 연체 기간에 따라 금리조정과 장기분할 상환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코로나 대출 만기·상환유예 연장 조치의 종료를 계획하면서 제도 연착륙을 위해 저금리 대환보증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7일 대출 만기·상환유예 연장을 다섯 번째로 발표하면서 이들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목표 금액의 30%도 못 채워…형평성 논란도

흥행이 저조한 것은 안심전환대출도 마찬가지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최저 3.7%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이날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 금액은 7조454억원(5만781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공급목표인 25조원의 28.2%에 불과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1단계 때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달 7일부터 요건을 대폭 완화해 2단계 신청을 받았다. 9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한 1단계의 신청 요건은 ▲집값 4억원 이하 ▲부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대출 한도 2억5000만원으로 당시 신청 금액은 3조9897억원(3만9026건)에 그쳤다.

그러나 ▲집값 6억원 이하 ▲부부 연소득 1억원 이하 ▲대출한도 3억6000만원으로 요건이 완화된 2단계 때도 신청 금액은 3조557억원(1만8786건)으로 1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 주택 요건을 9억원으로 높이고 대출한도도 5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급 목표도 올해 25조원과 내년 20조원 등 기존 45조원에서 50조원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당초 안심전환대출 요건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을 때도 집값 6억원 이하가 이용하는 보금자리론 대출자들의 불만이 컸는데, 9억원으로 확대하면 더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9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변동금리를 받은 대출자들이 연 4%대 보금자리론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금리 더 오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 늘 것…채권시장 부담은 우려

당국은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1.84%에서 3.98%로 2.14%포인트가량 오르면서 변동금리 주담대 차주들이 이자 부담을 체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영선 한은 금융시장국 금융시장연구팀 과장은 "최근 시장금리 오름세에 따른 이자경감 효과 부각 가능성, 신청금액 미달시 주택가격요건 완화를 통한 추가 접수계획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신청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심전환대출 확대가 안 그래도 불안정한 채권시장에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우려사항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금공에서 취급하는 정책모기지 상품 중 하나로, 재원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은행이 이미 취급한 변동금리부 주담대를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로 대환해준 후 해당 대출채권을 주금공에 양도하면, 주금공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MBS를 발행하고 이 대금으로 은행에 대출채권 양수대금을 지급한다. 안심전환대출 공급이 채권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러한 안심전환대출 공급 확대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주금공이 내년에 발행해야 하는 MBS는 약 28조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MBS는 초우량 채권이기 때문에 올해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흡수한 것처럼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실제 채권시장의 MBS 물량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영선 과장은 "MBS 발행물량이 증가해도 은행의 안심전환대출 관련 MBS 의무보유, 기존 정책모기지 수요 부진에 따른 MBS 발행 감소 흐름 등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의 MBS 물량부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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