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월드컵] '0.001초의 승부' AI, 어떻게 오프사이드 판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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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월드컵] '0.001초의 승부' AI, 어떻게 오프사이드 판단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2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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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오프사이드 잡는다…판독까지 25초
AI, 데이터와 결합…공과 선수 움직임 감지
SAOT, VAR 문제점 일부 제거…색다른 볼거리
선수 신체 29곳을 추적해 공과 선수의 최종 위치를 판단하는 SAOT 기술 구현 모습. 사진=FIFA 홈페이지 캡처
온 지구촌의 큰 축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망의 막이 올랐다. 카타르 월드컵은 21일(한국시각)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까지 28일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작은 면적(우리나라 경기도 수준)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카타르 수도 도하와 인근 위성 도시에 있는 8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4년을 기다려 온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굳이 일부러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잡다한 지식'을 '방구석 월드컵'에 담았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1일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A조 첫 경기이자 개막전에서 에콰도르 에네르 발렌시아(33)는 전반 3분 만에 머리로 개최국 카타르의 골문을 갈랐다. 모두가 발렌시아의 득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판정은 '노 골'. 

발렌시아를 좌절하게 한 건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시스템'이었다. 주심도, 부심도 심지어 전 세계 중계진도 몰랐다. 골 먹은 팀 선수들은 실점을 인정한 듯 고개를 떨궜고, 득점한 선수와 팀은 환희해 차 세리머니를 이어가던 그 순간 인공지능(AI)이 반응했다. 

경기 재개를 알리는 주심 다니엘로 오르사토 주심의 콜이 있기 직전 비디오판독(VAR) 심판들은 오르사토 주심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그 순간 중계화면이 그래픽으로 변경됐다. 잠시 후 오르사토 주심은 10초 남짓 시간 동안 VAR 심판들과 교신한 뒤 빠르게 골을 취소했다. 골 상황 직전 볼 경합 과정에서 에콰도르의 미하엘 에스트라다(26)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판단이다. 전반 3분 만에 원심이 뒤집혔다. 경기는 골 취소에도 불구하고 전반에만 개최국 카타르 골문을 두 차례나 맹폭한 발렌시아의 활약 속에 에콰도르의 2-0 승리로 끝났다.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전에서 패배한 개최국이 됐다. 

요하네스 홀츠뮬러 국제축구연맹(FIFA) 축구기술혁신위원장은 개막 전 열린 심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을 연구, 각종 FIFA 대회를 통해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외계인 심판'으로 유명한 피에루이자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매우 긴박한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VAR 심판이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할 때 SAOT 기술을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전반 3분에 SAOT 기술로 판독된 오프사이드 장면. 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AI는 어떻게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나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의 핵심은 선수와 공의 위치를 판정하는 것이다. 기존 VAR과 다른 점은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선수와 공의 위치가 AI 기술에 의해 수많은 위치 값으로 수집되고 분석된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최종 위치와 공의 궤적을 파악해 오프사이드가 벌어지는 순간을 정확히 잡아낸다. SAOT를 통한 오프사이드 판정은 3D맵으로 구현된다. 

이를 위해 FIFA는 12개의 카메라를 경기장에 설치했고,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인 아디다스의 알 리흘라(Al Rihla)는 초당 500번(500Mhz)의 위치 데이터를 관제 센터로 전송하는 센서를 탑재했다. 이 자료들은 선수들의 위치와 매칭된다. SAOT는 여기에 선수 신체 29개 포인트를 초 당 50번의 속도로 추적한 정보와 합산돼 최종 판단을 이끌어 낸다. 

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AI기술은 MIT 등 여러 대학이 협업해 개발했다. 또 SAOT 데이터는 기존 영상분석시스템(VAR)을 통해 이중 점검 된다. 이후 비디오분석시스템은 오디오 헤드셋을 통해 심판에 의견을 전달하고, 주심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주심이 최종 결정을 하지만 AI 기술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셈이다. 콜리나 심판위원장은 "AI의 적용으로 이전 단순 VAR 시스템과 비교해 판정 시간이 평균 70초에서 25초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전에서 비디오 판독을 알리는 전광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프사이드 판정 AI 도입 한 까닭은

오프사이드 판정에 AI를 도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판정 시간을 줄이고 3D맵 등 시각화된 기술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의도다. FIFA는 AI를 통해 판정 시간을 줄여 경기를 보다 빠르게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3D 렌더링 맵으로 구현되는 SAOT 판정은 보다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D 판정 지도는 중계 화면을 통해 전 세계 안방으로 전송됐고,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콜리나 심판위원장은 "이 영상들은 단순히 선으로 보여주는 오프라인 판정 기준 보다 더 선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면서 "이 이미지들을 만드는 데 25초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FIFA는 SAOT 도입을 위해 지난 3년간 기술 테스트를 해 왔으며 지난 2월 AI 영상 판독 시스템을 실전 경기에서 테스트하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부터 빛을 발한 SAOT는 앞으로 카타르 월드컵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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