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시대 이제 끝났다?..."원·달러 환율도 고점 통과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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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시대 이제 끝났다?..."원·달러 환율도 고점 통과한 듯"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11.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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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긴축속도 완화 전망에 달러화 주춤
원·달러 환율 추가하락 전망도 나와
최근 달러화 흐름이 주춤해진 가운데, 달러가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달러화 흐름이 주춤해진 가운데, 달러가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킹달러를 넘어서 갓달러라는 평가까지 받던 달러화가 주춤해진 가운데, 달러가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또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화 또한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달러화의 최근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달러화가 예전과 같은 강세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월가 "최근 급락한 달러화 가치...정점 통과한 듯"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의 급락세 이후 지난주에는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9월말 한 때 114선을 넘어서면서 '갓달러'라고 불리며 20년래 최고치를 새로 썼던 달러화는 지난 11일 106선으로 내려앉은 이후 18일까지 106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1월 현재까지 달러인덱스는 월간 기준 4% 이상 떨어졌는데, 이는 2010년 9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달러화가 월간 기준으로 십여년 만에 최대 하락세를 기록한 후 제한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달러화 흐름을 두고 월가에서는 달러 가치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달러화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완화되고 있다는 초기 징후를 면밀히 검토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미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가치가 20년래 최고치에서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달러화 강세를 이끈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의 차별화였다.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경제가 탄탄했던 미국은 강도높은 긴축 정책을 추진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진한 경제를 감안해 미국에 비하면 덜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다. 기준금리의 차이는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됐다. 

FT는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급격한 통화 긴축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변동성도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 강세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연준의 피봇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와 함께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강화되면서 달러화 약세 압력 또한 커지고 있다는 것. 

HSBC 외환 전략가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면서 지난 1년간의 강달러 현상이 2023년에는 역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정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소비는 미 경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가운데, 최근 고소득층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마트와 타깃의 차별화된 실적이다. 월마트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한 반면 타겟은 3분기 어닝쇼크와 함께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대형 유통업체 두 곳의 엇갈리는 실적을 두고 전문가들은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마트는 식자재 비중이 크지만 타깃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는 필수소비재에 대한 지출은 늘고 있는 반면 임의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배런스는 이에 대해 "타깃의 실적은 고소득층이 인플레이션 여파로 지갑을 닫고 있음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맥쿼리의 전략가 티에리 위즈만은 "모든 것은 미국의 디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고, 우리는 내년 1분기에 미국 경제의 둔화를 볼 것"이라며 "이것이 달러 약세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 하락세 지나치다는 의견도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사나시오스 뱀바키디스는 "연준 위원들이 여전히 긴축 행보가 끝나지 않았음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하락은 과잉반응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우리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콘베라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 역시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의 정점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고점 통과한 듯"

국내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이번 사이클에서의 고점을 통과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에 맞물린 연준 긴축 사이클 후반부를 반영하며 이번 사이클에서의 고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25일 장중 고가인 1444원을 고점으로 현재 1353원까지 100원 가량 빠르게 하락한 상황. 

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른 레벨 부담이 상존하나, 2023년 연중으로 전개될 달러화 프리미엄 축소, 현재의 원화 저평가 국면을 고려하면 현 레벨에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완연한 달러화 약세 압력의 제한 속 원·달러 환율 역시 제한된 하락 흐름을 전망한다"며 "과거와는 달리 1200원대 환율이 익숙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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