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자립' 나선 유럽에 공장 지을까
상태바
삼성전자 '반도체 자립' 나선 유럽에 공장 지을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18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회장, 스페인 총리 등 면담
삼성전자 파운드리 유럽 진출 관측↑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스페인 총리와 만남을 갖는 등 삼성전자의 유럽 파운드리 공장 건설 등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양국 간 반도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과 산체스 총리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전날 오후 방한한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리비아 왕세자를 연이어 만난 이 회장은 하루 만에 다시 유럽 정상을 맞이했다. 

산체스 총리는 17일 레예스 마로토 산업관광부 장관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먼저 찾아 반도체 자립에 강한 열의를 보였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20억 유로(한화 약 17조원)의 기금을 조성한 뒤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5나노미터(nm)이하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적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스페인 정부는 삼성전자가 카탈루냐 지방에 투자를 단행해 주길 바라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8월 마드리드를 찾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반도체 분야 투자를 논의하기도 했다. 스페인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스페인 정부는 광범위한 인센티브와 인재 유치 능력 등을 통해 스페인 반도체 가치 사슬의 핵심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다국적 기업인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 발표에서 "이번 방한을 계기로 삼성의 반도체 플랜트를 방문했다"면서 "반도체는 세계 경제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분야로 스페인은 반도체 분야에 있어 더 많은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한이 심화하는 양자 관계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부문의 협력으로 경제, 무역, 문화, 국민 간 관계까지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는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양국 간 반도체 산업 등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자립 나서는 유럽

유럽연합(EU)는 올해 초 유럽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반도체 공급에 43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화로 60조원이 넘는다. 또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반도체칩 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이 전 세계 생산의 2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U는 "반도체 칩이 없다면 디지털 발전도, 녹색 전환도, 기술 리더십도 없다"면서 "반도체 칩 공급 확보는 경제적 그리고 지정학적 우선순위가 됐다"고 강조했다. 

스페인보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7월 미국과 스위스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57억 유로(약 7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지난 3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생산 공장을 유치한데 이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 140억 유로(약 19조4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스위스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공동 투자를 통해 그르노블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2026년 가동이 목표인 이 공장에서는 자동차용, 공장설비용, 가전제품용 18nm(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장 설립 예정 부지를 직접 둘러보고 반도체 산업에 50억 유로(약 6조65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번 투자는 최근 수십 년간 원자력 분야를 제외하고 프랑스의 역대 최대 투자다. 산업 주권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도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텔은 170억 유로(약 22조3722억 원)를 들여 독일 작센안할트주(州)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 허브를 지을 예정이라고 3월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TSMC 공장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유럽 파운드리 공장 지을까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 이외 제3의 지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나 TSMC 등 경쟁사가 이미 유럽 투자를 진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과 달리 유럽에 공장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인텔에 이어 TSMC까지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면 '반도체 보호주의' 강화 기조 속에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반도체 생산력이 부족한 반면 반도체 장비나 설계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ASML뿐 아니라 자동차용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NXP, 인피니언 등이 유럽에 위치해 있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외 글로벌 투자는 현재로서 확정된 건 없지만 다방면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필요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럽의 높은 인건비 등 유지비용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운드리 업체가 유럽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의 경우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이 필요하다. 유럽 내 현존하는 반도체 업체들은 구현할 수 없는 부문이다. 차세대 첨단공정에 있어서는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선두 업체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럽 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유럽 파운드리공장 건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전통적 자동차 기업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을 만드는 화학기업이 많은 지역이다”며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과 접점이 중요하며 원재료 확보도 필수적 요소이므로 삼성전자가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