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다시 시작된 '가품과의 전쟁'...소비자 불신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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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다시 시작된 '가품과의 전쟁'...소비자 불신 씻을까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1.17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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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검수 체계 강화로 신뢰도 제고에 사활
NFT 보증서·2배 보상·입점사 기준 강화 등 다방면 시도
병행수입 구조상 '가품 종식' 쉽지 않다는 지적도
무신사의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의 8~9월 거래액 성장률 그래프. 사진제공=무신사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다시 '가품과의 전쟁'에 칼을 꺼내들었다. 올해 일부 명품 플랫폼에서 가품 판매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며 업계는 한차례 검수 시스템 강화에 나섰으나 병행수입, 구매대행의 구조 특성상 가품을 완전히 가려낼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업계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NFT 보증서, 2배 보상 등의 강력한 정책을 도입하고 나섰다. 

검수 강화부터 2배 보상까지…신뢰 회복에 사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스토어에 입점한 병행수입 업체의 상품 검수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검수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상향됐다. 먼저 병행수입 업체가 무신사 서비스에서 판매하려는 상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병행수입 업체는 수입 과정을 증명하는 수입신고필증 외에도 해당 상품이 정품인지 증명할 수 있도록 브랜드 본사 또는 브랜드 공식 인증 파트너 등이 제공하는 정품 인증 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병행수입 업체가 무신사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려는 전 상품에 관한 표시사항 검수를 진행한다. 상품에 부착된 택, 케어라벨 등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정보가 훼손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택과 라벨 등이 훼손된 제품은 정품 진위를 떠나 소비자의 안전과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더이상 무신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병행수입 제품은 현지 수출 업체의 라이센스 보호라는 명목으로 해당 업체의 정보가 포함된 바코드, 라벨, QR 코드 등을 잘라내거나 제거한 채 판매하는 관례가 존재했다. 그간 이커머스 업계에서 통용되어온 암묵적인 관행을 깨는 강수를 둔 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당장 거래액에 타격을 입더라도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병행수입 업체가 공급하는 제품 중 검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며 "무신사 스토어, 29CM, 레이지나잇에서 판매하는 병행수입 제품에 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하는 등 무신사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품 검수 단계를 높여 소비자 신뢰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무신사는 올해 초 가품 판매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무신사는 명품 검수 절차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 4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지재권 보호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6월부터 TIPA와 협력해 매입·보관 중인 해외 럭셔리 브랜드 제품 전수 검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TIPA 및 한국명품감정원과 함께 정품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 본사 혹은 브랜드 측에서 공식 인증한 해외 부티크와 파트너십을 맺어 공식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무신사는 이같은 신뢰도 제고 노력에 힘입어 무신사 부티크의 거래액과 월간이용자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8월과 9월 무신사 부티크의 거래액은 직전 기간 대비 36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월간이용자수는 88%가량 늘어났다.

무신사 부티크 관계자는 “공식 유통 경로로 공급받은 정품을 체계적이고 엄격한 검수를 한 번 더 거쳐 판매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까지 약 10개 브랜드와 추가로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100% 정품 유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신뢰할 수 있는 럭셔리 전문관으로서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쓱닷컴)은 디지털 명품 보증 서비스 'SSG 개런티'를 운영하고 있다. SSG 개런티의 디지털 보증서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기반의 디지털 카드로 쓱닷컴에서 판매한 상품이 정품임을 보증한다. 상품 하나하나에 고유의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이를 디지털 카드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SSG 개런티는 제품 보증과 함께 감정 서비스, 가품 200% 보상, 전용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실제로 쓱닷컴이 서비스 출시 이후 1년여간 명품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명품 매출 중 SSG 개런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다. 올 1월 기준 20%에서 단기간 내 점유율을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또 명품을 구매한 신규 고객 3명 중 1명은 ‘SSG 개런티’ 적용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 개런티’ 상품 매출 역시 올 8월 기준 출시 초기인 지난해 9월과 비교했을 때 36% 증가했다.

특히 단가가 높고 가품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상품군에서 디지털 보증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SSG 개런티 매출 중 가방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고 잡화가 20%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9월 롯데온이 선보인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도 신뢰 확보에 주력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온앤더럭셔리 오픈 이후 두 달 간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으며, 전체 명품 매출 중 95%가 온앤더럭셔리 매장에서 발생했다.

온앤더럭셔리에서는 롯데온 상품담당자가 직접 수입한 상품부터 면세점 재고 명품, 사전 검수 프로그램을 거친 외부 판매자의 제품 약 20만개를 선보인다.

주로 병행수입 상품에서 가품 이슈가 발생하는 만큼 관련 검증 절차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명품 담당자의 사전 검수 절차를 통과한 판매자만 입점을 허용한다. 판매자는 사업자등록증 외에 정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또 롯데온 명품 담당자가 파트너사를 직접 방문해 유통경로 관련 서류와 재고 상품을 확인하고, 입점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진행한다. 아울러 가품 신고 전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감정 결과 가품으로 확인될 경우 구매가의 2배를 보상해준다.

소비자, '정품 보증 시스템 강화' 요구

다만 명품 플랫폼들의 검수 강화 노력이 소비자 우려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주요 명품 플랫폼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1151건으로, 매년 약 2배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9년에는 171건이던 소비자 불만이 2020년에는 325건, 2021년에는 655건으로 늘어났다. 

불만 유형을 살펴보면 명품의 품질 불량·미흡이 33.2%로 가장 많았고 청약철회 등 거부가 28.1%, 반품비용 불만이 10.8%를 기록했다. 명품 플랫폼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한 응답으로는 '정품 보증 시스템 강화'가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수입과정에서 병행수입 업체마저 속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고가의 스트릿 브랜드 제품의 경우 명품 감정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명품 플랫폼 발란은 지난달 또 한번 가품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한 소비자가 발란에서 구매한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스투시의 ‘월드투어 후드집업’을 리셀 플랫폼 ‘크림’을 통해 판매하려 했으나, 크림 측에서 가품 판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크림은 제품 라벨과 시리얼 넘버 등이 정품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발란은 해당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200%를 선보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의 진·가품 판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고객 편의를 위해 보상 먼저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앞선 6월에도 발란은 자사에서 판매한 나이키 운동화가 한국명품감정원으로부터 가품 판정을 받으며 홍역을 치뤘다. 이후 지난 9월 자체 명품감정원을 운영하는 중고 명품 매장 '고이비토'와 정품 감정 서비스 이용 협약을 체결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가품 이슈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논란 이후 고이비토 측은 스투시를 명품 브랜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감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발란 관계자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해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안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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