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200조 자산가 빈 살만, 한국에 '구애'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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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1200조 자산가 빈 살만, 한국에 '구애'하는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1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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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200조 빈 살만 왕세자 17일 방한
'100조 투자' 수소·에너지 등 협력 강화
'석유 시대' 종언, 한국 유력 파트너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자산만 무려 1200조원으로 추산되는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흔히 빈 살만으로 줄여 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다. 2017년 6월 왕위계승자로 내정된 모하메드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총리 겸 외교·재무·투자 장관으로 사우디의 실세 중의 실세다. 

100조 투자 보따리 푼 빈 살만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사우디 경제협력이 활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2조원)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시티'를 둘러싼 진전된 논의가 예상된다.

또한 한국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는 8조50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 건설 및 운영프로젝트를 비롯해 철도차량·정밀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21건,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업무협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는 네옴 철도 협력 업무협약(MOU)을 비롯해 화학(롯데정밀화학), 합성유(DL케미칼), 제약(제엘라파), 게임(시프트업) 분야에서 사우디 투자부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삼성물산,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포스코 등 5개사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체결한 양해각서를 통해 사우디 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및 그린수소, 암모니아 생산 공동 추진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열병합(한국전력) 및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분야에서 에너지협력 양해각서와 수소 암모니아 협력(한국전력) 계약도 맺었다. 

제조 분야에서는 주조·단조 공장건설(두산에너빌리티), 산업용 피팅밸브(비엠티), 전기컴프레서(터보원) 등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백신 및 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재활용플랜트(메센아이피씨), 투자협력(한국투자벤처) 등 농업과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도 MOU를 맺었다. 

사우디의 미래 '비전2030'과 함께하는 한국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사우디 비전 2030'의 5대 중점 협력 국가로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 중국을 포함시켰다. 협력 분야는 ▲에너지 및 제조업 ▲ICT 인력양성 ▲보건의료 ▲중소기업 협력 및 투자 강화다. 

'사우디 비전 2030'은 한마디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보건, 교육, 인프라, 엔터테인먼트, 관광과 같은 공공 서비스 부문을 개발하는 전략적 '프레임 워크'다. 주요 목표는 경제 및 투자 활동 강화와 비(非)석유 국제 무역 증대 그리고 부드럽고 대중적인 사우디라는 이미지 구축이다. '사우디 비전 2030'은 '활기찬 사회(A Vibrant Society)’, '번영하는 경제(A Thriving Economy)', '진취적인 국가(An Ambitious Nation)'를 주요 키워드로 잡았다. 

'사우디 비전 2030'에 한국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제조, 의료, 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최대 조선소 IMIC를 비롯한 제조분야 협력, 유망신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공동 참여 등과 같은 협력 사례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협력 분야인 탄소중립과 보건의료, 디지털전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수소 생산 잠재력이 큰 사우디와 수소경제 분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분과별 실무 논의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의 신경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 시대' 종언, 사우디의 불안감

사우디는 '석유 시대' 종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셰일 혁명을 일으킨 미국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이 됐다. 사우디 주도로 OPEC이 이끌었던 원유 생산 카르텔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 속에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커지는 반면 원유 사용은 죄악시 되고 있는 부문도 부담스럽다. 석유를 중심으로 얽힌 중동의 정치·경제·산업·사회·문화 기반이 흔들리며 사우디의 역내 패권도 도전 받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사우디가 네옴 등 신경제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석유 경제 질서를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로선 네옴 등 신경제 질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석유 의존적 경제 체제를 고수하려는 기득권의 반발과 저항을 잠재워야 한다. 수소 등 한국의 신에너지 기술이 사우디에 자리 잡는데 만만찮은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또 여전히 두바이에 세계적 기업과 자금이 몰리고 있고, 쿠웨이트도 스마트 시티 압둘라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점도 사우디로선 부담이다. 그럼에도 빈 살만 왕세자는 공격적으로 경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국내 주요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나 일대일로 협상을 이어가는 것도 '석유 시대 종언'에 대비하려는 사우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中 투자실패, 韓 가치 재고

사우디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 체제 개편에 나섰다. 그러다 2010년을 전후해 안정적 배당 수익을 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제조업에 대거 투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발맞춰 합작 투자를 통해 중동에도 생산 거점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3~2015년 중국에서 철강·조선 등 중공업 분야의 기업이 대거 도산했다. 과잉 투자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제도적으로 해외투자금의 이탈을 제한하고 있어 중동 자금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은 결국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고 2017~2018년 대부분 중국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사우디의 투자 기조는 재무적투자자(FI)에서 잔략적투자자(SI)로 변경됐다. 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한편 간섭과 개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후보군에 꼽힌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적 정보기술(IT) 등이 선두권에 있고, 글로벌 한류 열풍을 타고 문화적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사우디는 자기 주도로 사업을 구축하는 동시에 한국 등의 굵직한 대기업을 프로젝트에 합류시키고 있다. 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및 국가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단지 용역을 받고 사업을 수행하는 하청기업이 아닌 투자자로 끌어들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에너지·건설 분야 등에서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양국이 동반자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가 조선, 자동차,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첨단 제조업과 에너지 협력 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교육, 보건, 문화, 서비스 등 전 산업을 망라하는 전 방위 경제협력 관계로 확대되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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