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강해진 외국인 순매수,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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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강해진 외국인 순매수, 어떻게 봐야 할까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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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7월 이후 이러한 흐름이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

7월 약 1.8조원, 8월 4조원 정도 순매수한 이후 9월에 2.5조원을 매도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3조원, 11월에는 월 중반까지 벌써 3조원 이상을 순매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초부터 누적 순매수 규모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9.3조원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10월 이후 전개된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15%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11%, 나스닥 지수의 7% 상승을 크게 상회한다. 일본의 9% 상승률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순매수, 어디서 비롯됐을까

당연히 외국인 순매수의 성격에 대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탈중국 자금의 유입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고 과거와 달리 1인에 집중된 권력 구조가 구축되면서, 전략적 판단에 있어서의 집중 리스크,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 단기적으로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의 글로벌 대립에 대한 우려 등이 대두되었고,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몇몇 국가의 비중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분석은 미국 연기금 중 일부가 실제로 중국의 비중을 낮추고 한국과 인도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후에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해당 연기금은 중국 비중을 줄이고 한국 비중을 종전보다 약 3~4%포인트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상당 기간, 상당 규모의 한국 주식 매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2년 이상 매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610조원(11월 14일 기준)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 자금이며, 모든 기관들이 비슷한 이유로 3~4%포인트 정도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가정하면 20조원 정도의 유입이 가능하다. 7월 이후 약 9.3조원을 순매수 했으니, 앞으로도 약 10조원 이상의 순매수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상대적인 주가 수익률을 보더라도 이 같은 분석은 타당해 보인다. 지난 9월 저점에서 우리나라 증시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었고 원달러환율은 같은 기간 27% 올랐는데, 이는 달러 보유 투자자가 원화로 환전한 이후 한국 증시에 투자했을 때 달러 기준 약 60%의 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었던 투자자에게는 고점 대비 60% 정도 낮은 수준에서 한국 증시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하락 폭이 20%대였음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이머징 마켓 주식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달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떨어진 증시가 있다면, 해당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 아닐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 원화가 일본 엔화를 제외할 때 매우 크게 하락했던 통화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달러화 강세 과정에서 특징적인 현상은 원자재 보유 및 수출 중심의 이머징 국가 통화가 중국을 제외한 수출 제조업 이머징 국가 통화에 비해 달러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6월말 이후 저점까지 원화 가치는 27%에 절하된 데 비해 브라질 헤알화와 위안화 가치는 각각 14%, 13%대 하락했다. 같은 수준의 주가 하락이 나타났더라도 통화 측면에서 한국 시장이 싸졌던 셈이다.

게다가 중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과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 재조정에도 이러한 환율 움직임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시진핑 3연임이나 각종 불안감을 차치하더라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달러 대비 위안화가 다른 이머징 통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 중 중국 증시의 비중이 높아졌을 것이다. 반대로 원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장기적, 전략적 자산배분 관점에서 이머징 국가 포트폴리오 내 각 국가별 비중을 조절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리밸런싱 필요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머징 마켓내 포트폴리오 조정은 제한적 이슈

하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반드시 원화 주식시장의 추세적인 상승, 즉 전고점을 돌파하며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고물가→긴축→경기 둔화라는 거시경제적인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수급적 측면에서 이머징 마켓내 포트폴리오 조정은 한계가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 3연임 집권 이후 나타나는 탈 중국 현상이 광범위한 추세로 지속될 것인지 조차도 불확실하다. 

중국은 최근 들어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마련 중이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 기업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 놓고 있다. 올해 연말 이후 내년을 감안할 때 중국의 투자 매력이 우리나라보다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면 줄였던 중국 비중을 다시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장률은 내년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 성장률은 올해 3%대에서 4~5%대로 반등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정치적 불안감을 이유로 한 자금 이동과는 반대로 투자 매력 상승에 의한 자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좋을 경우 우리 경제에도 수혜가, 나쁠 경우 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으로부터 빠져 나와 우리나라로 오는 자금을 대체 효과로 본다면, 소득 효과 측면에서는 중국 경제가 나쁠 경우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로부터도 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에는 중국 의존도가 낮고, 내수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인도라는 강력한 증시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앞서 사례로 든 미국의 일부 연금도 중국으로부터 빠져 나와 우리나라 비중만 높인 것이 아니라 인도 비중도 높였다. 그리고 올해 7월 이후 인도 증시는 우리나라 증시보다 더 크게 올랐다.

최근 주가 상승과 원달러환율 급락에 따라 가격 매력이 줄었다는 점도 고려 사안이다. 9월말 저점 이후 우리 증시의 상승 폭은 15%에 달하고, 환율도 9% 가량 절상됐는데, 이는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드라마틱한 흐름이다.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 변경 기대가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는 그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수급적 우위까지 같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우리 증시의 가격적인 매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관점에서도 소득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즉, 글로벌 경제와 이에 연동되는 기업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식으로부터 채권 또는 여타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여지가 크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상 효과는 연말부터 본격화

금리 인상의 속도는 당연히 조절되겠지만, 이미 올린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증시에 들어 와 있는 자금 중 일부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를 선택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글로벌 자금이 주식이 아닌 다른 자산을 선택할 경우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자금 경색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 이후 글로벌 금리 하락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5년만기 이상 국채 금리는 50bp 이상 떨어졌지만, 기업들의 단기 자금 사정을 잘 보여주는 3개월 기업어음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우량 기업의 3개월 기업어음금리가 5.2%에 달하는데, 이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매우 높은 금리를 적용 받거나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있는 PF ABCP의 소화도 여전히 막혀 있다. 정책 당국의 연이은 대책이 마련됐지만, 시장 자체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은 분명 아니다. 자금 지원으로 연말, 연초까지 유동성 문제를 이연해도 궁극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부 금융기관의 각종 비율 관리는 어려워질 것이고, 대규모 손실이 다시 자금시장에 우려를 안길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고물가와 고강도 긴축이 다른 이유보다 더 크게 증시에 충격을 줘 왔기 때문에, 물가 상승 속도가 떨어지고 긴축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증시를 끌어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 과정에서 자금 흐름이라는 또 하나의 잇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상승 폭이 당초의 예상이나 기대보다 커질 수 있다. 자금 흐름은 정책 당국의 유동성 조절처럼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올리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추세적인 증시 상승을 예상하려면 경제가 좋아지고, 기업 실적이 늘어나 높아진 금리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이 되어야 하고 자금시장의 불안이 완화되어야 한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지금의 증시 상승을 박스권 상단으로의 움직임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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