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노동의 공간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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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노동의 공간은 '차원'이 다르다
  • 배동희 노무사
  • 승인 2022.11.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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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 노무사] 연말이 멀지 않다. 직장인에게 연말연시는 인사철이다. 곧 많은 기업에서 임원 인사가 있을 것이다. 이때쯤 직장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Office changes manners)",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게 되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거나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MZ세대 용어로는 '케바케(case by case)' 또는 '사바사(사람에 따라 다름)'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인데, 드라마 '송곳'에 나오는 대사다. "선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다"는 옛말과 다르지 않다. '서있는 자리'는 한자로 입장(立場)이다. 한 마디로 입장 차이다. 숨쉬는 장소가 다르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는 의미다.

좋은 말로 역지사지(易地思之)지만 변절의 핑계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인용구의 '자리', '장소'와 같은 표현은 '공간'이라는 개념을 내재하고 있다. 

공간은 여러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흔히 장소(place)를 얘기하지만 영역이나 무대를 일컫기도 한다. 공간에 대해서 물리학, 수학, 철학, 종교 등 다양한 관점이 있다. 어떤 때는 사람에 대한 평가에도 공간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누구를 '4차원'이라고 한다면 그 생각이나 행동이 평범하지 않고(뛰어나거나 모자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특한 '괴짜'를 말한다. 3차원 세상에서 보통 사람과 다른 독특한 사고나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을 4차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몇 차원에서 살고 있을까? 당연히(?) 3차원이라고 여긴다. 현실 공간이 3차원이기 때문이다.

공간(空間, space)이란 어떤 물질(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이고, 차원(次元, dimension)이란 공간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로 보통의 경우에는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개수 혹은 어떤 '존재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좌표의 개수'라고 이해한다. '차원'에 대해서는 좀 더 수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유클리드 '원론'에서 "부분이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점은 0차원(크기가 없이 위치만 있다), 선은 "폭이 없는 것"으로 1차원(점의 움직임으로 길이만 있다), "길이와 폭만을 갖는 것"인 면은 2차원(선의 움직임으로 길이와 폭이 있다 혹은 넓이만 있고 두께나 부피가 없다)이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입체는 3차원의 공간에서 평면 혹은 곡면의 경계로 둘러싸인 부피를 가진 것이다. 3차원의 (물리)공간에 1차원의 시간 축을 더하면 4차원이다. 물리학에서 시공간(space-time)이라고 하는 4차원이야말로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공을 말한다. 그래서 괴짜를 지극히 현실적인 4차원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것 같다. 

다차원의 공간에 존재하는 '노동'

근로시간 PG. 사진=연합뉴스
근로시간 PG. 사진=연합뉴스

현실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노동과 노동법은 몇 차원 공간일까? 노동의 공간은 다차원이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지만 이 칼럼의 제목을 보라. "노동법 '다르게' 보기"다.)

노동의 공간에는 물론 1차원(선)과 2차원(면)의 측면도 있다. 이 두차원은 비교적 단순한 적용'시점'이나 '기준" 혹은 '범위'에 관한 내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자. 여기서는 좀 더 고차원 중심으로 노동의 공간을 살펴보자. 

3차원 공간은 장소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 박사는 '공간과 장소'에서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이다. 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던 공간은 우리가 그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된다"고 주장한다. 장소는 비어 있는 공간에 사람이 결합해 사람의 정신, 관계 등이 담긴 곳, 즉 인간의 경험이 담긴 곳이라고 한다. 인문학적 해석이다.

좀 더 정치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공간을 다루는 건축학에서는 예전부터 신전이나 궁궐을 지을 때 그 공간에서 전체를 보는 시각적 위치에 제사장이나 왕의 자리를 두었다. 그는 한눈에 내려다보고, 만민은 그를 위로 우러러보는 구조이다. 지금도 회사 건물의 전형적인 배치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룹 회장실은 태반이 꼭대기층이다.

하지만 노동과 노동법에서 공간은 단지 3차원의 '일하는 장소'이자 '재화나 용역을 창출하는 사업장'이라고 하면 족할 듯하다. 노동의 3차원은 인문학적·사변적 구조 개념까지 포괄하는 '노동의 공간'이기 보다는, 실제 '노동의 장소'가 더 직관적으로 와 닿고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노동법에 장소(일하는 곳)와 관련한 규정은 무척 많다. 몇 가지만 나열해보자.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직장내 괴롭힘',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들이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대부분 직장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다.

특히 법률 자체가 기본적으로 일하는 장소에 대한 안전과 보건에 대한 사항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만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에서의 재해자 보호에 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일하는 곳인 '사업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돼 현재 정치권에서 개정 논란이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기본 구조는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그 발생한 '장소(시설)'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유지하지 못한 책임을 경영자 등에게 묻는 것이다. 

노동법이 작동하는 '4차원' 공간

4차원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이다. 공간은 시간을 떠나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4차원은 우리 일상에서 노동하고 이를 보호·규율하는 노동법이 적용되는 시공간이다. 이는 노동이나 노동법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자연스런 차원이다. 당연히 노동과 노동법의 구조나 제도가 대부분 여기에 기초한다. 노동과 노동법의 인적 구조를 단순화하면 근로를 제공하는 자와 이에 대응하여 그 대가인 임금을 지불하여야 하는 자를 기본으로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다수의 근로자가 법인격을 가진 '조직'에 소속돼 일하는 노동 구조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 형태다. 조직의 위계구조와 관련한 추상적 개념인 '직급'(직무의 등급, 예컨대 1호봉~31호봉), '직위'(직무에 따라 규정되는 사회적·행정적 위치, 예컨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직책'(직무상의 책임, 예컨대 파트장, 팀장, 본부장 등)을 포섭하는 노동은 4차원의 시공간을 전제로 한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직급을 직위와 동일하게 사원 대리, 과장, 부장으로 혼용하기도 하고, 상하 개념이 아닌 직책을 '높(낮)다'로 잘못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4차원은 단순한 장소적 공간을 넘어 시간까지 고려한 개념이다. 큰 질량이 있는 곳에는 중력이 커지고 시공간이 왜곡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일하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직급이나 직위와 같은 계층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질량이 커지고 중력이 세져서 노동의 시공간을 굽히게 된다. 조직에서 HR부서가 노동의 인적 구성체계 방식을 늘 상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 때문이다. 

노동의 5차원은 '노동'이 아닐 수도

5차원 이상은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고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으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현대 양자역학에서 '멀티버스' 혹은 '다중세계'의 실제 가능성을 주장하고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어느정도 친근해진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분류하는 노동의 5차원은 직업의 세계, 특히 전문가(프로페셔널, 프로) 집단에서 '성덕(成德)'의 단계다. 성덕은 인터넷상 용어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일로 직접 만나거나 애청하는 TV프로그램에서 자기를 인터뷰하는 등 좋아하는 취미가 일(직업)이 되는 '덕업일치(德業一致)'를 일컫는다.

지금은 전부 다 알 수도 없는 많은 전문가 영역이 있다. 다른 프로의 세계는 몰라도 변호사나 노무사 분야는 필자도 좀 안다. 대형 로펌은 전문가를 보통 '찍세'와 '딱세'로 나뉜다(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비유가 아니라 직관적인 표현이다).

영업을 주로 하는 전문가를 시니어 혹은 파트너라고 부르고, 실무를 주로 담당하는 전문가를 주니어나 어쏘라고 부른다. 그러나 덕업일치의 성덕 단계는 찍세 차원이 아니다. 찍세 위에 '놀세'다. 구체적인 역할을 딱히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독자들도 알아 맞춰 보시라. 어렵지 않다.)

'놀세' 정도는 돼야 5차원이다. 4차원 괴짜는 옛말이다. 지금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5차원은 돼야 괴짜 소리를 듣는다. 노동에서 차원이 다른, 진정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다. 노동의 공간은 다차원이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후 경북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노무사로 십 수년간 중대산업재해사고 대응, 집단적 노사관계 전략 수립 및 실행, HR컨설팅 분야를 경험했다. ㈜효성에서 다년간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하며 인사제도 및 노사관리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로 재직중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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