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갑론을박]③ 고물가 부담...가계·기업은 '엎친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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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 갑론을박]③ 고물가 부담...가계·기업은 '엎친데 덮친 격'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1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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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료 인상…삼성전자 1600억 추가 부담
경제 단체 일제히 반발…보조금 지급 요구하기도
한전 3Q 적자 21.9조원…LNG·석탄 가격 상승 여파
정부와 한전의 전기료 인상 방침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간 30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한국전력은 전기료 인상을 주장한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 방안에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전기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보조금 및 세제지원 등 재정지원론 펼치며 맞선다.  전기를 팔 때마다 손실이 쌓이는 현재 상황에서 한전의 적자는 더 이상 한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간 30조원의 빚더미로 버티는 한전발 전기요금 인상안의 해법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은 올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나선다. 한전의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판단에서다.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기요금을 고수했다 혈세를 투입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하지만 고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 역시 정부의 전기료 인상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이 이른바 '전기료 쇼크'에 빠졌다. 

전기료 인상하겠다는 정부와 한전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조정 및 요금체계 개선 방안'에 따르면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07kWh) 기준 전기요금은 2270원 인상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은 4만4110원(부가가치세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에서 4만6380원으로 오르게 된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에 더 많은 요금이 부과된다. 대기업과 대형 쇼핑몰 등이 해당하는 일반·산업용(을)은 kWh당 11.7원, 중소기업과 소형 점포 등이 해당하는 일반·산업용(갑)은 2.5원 올랐다. 일반 주택용과 교육용(학교 등), 농사용(비닐하우스 등) 등도 전기요금을 kWh당 2.5원 인상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무기화 등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면서 "한국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도 극도록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산업 전반을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삼성전자 등 산업계의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전기료 年 1600억 증가…원가·물가 상승 압박 강화

정부의 전기료 인상 방안에 재계는 경영 활동 위축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용량 사업자들은 kWh당 최대 16원의 전기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연 1600억원의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산업용 전력 사용량 상위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량(9772GWh)은 같은 기간 1500만가구가 사용한 전력량(3만8436GWh)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 단가는 kWh당 97.71원으로 평균 판매단가(kWh당 110.41원)를 크게 밑돌았다. SK하이닉스(97.15원), 현대제철(98.06원), 삼성디스플레이(98.22원), LG디스플레이(97.76원) 등 전력 사용량 상위 5개 기업의 단가는 모두 평균 판매단가보다 낮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전력량을 사용한다면 요금은 약 16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인상 방침에 경제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선진국도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근본 해법은 산업계는 물론 일반 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위해 시장 원리와 원가에 기반한 가격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역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며 특히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면 매우 걱정"이라면서 "에너지 수급위기 문제는 정부나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는 정부차원의 보조금 지급과 세제지원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유익환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주요 선진국들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다"면서도 "그와 동시에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계에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원가 부담이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4.3%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8월 4.3%, 9월 4.2%로 두 달 연속 하락하다 10월, 다시 0.1%포인트 올랐다. 높은 물가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외식 서비스 가격 상승세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21조9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커지는 한전 적자…발전사 이익은 증대

한전은 11일 올해 1~9월 영업손실이 21조834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판매수익(47조9568억원)은 전년 대비 5조4386억원(12.8%) 느는 데 그친 반면, 전력구입비(30조766억원)와 연료비(24조3335억원)가 각각 15조729억원(100.5%), 10조8103억원(79.9%) 폭증한 탓이다. 이로써 전체 영업비용(73억5993억원)은 작년(46조2710억원)과 비교해 27조3283억원(59.1%) 급증했다.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가격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의 LNG 가격은 톤당 132만5600원으로, 1년 전(61만6400원)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유연탄 역시 톤당 123.5달러에서 354.9달러로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연료가격과 연동된 전력도매단가(SMP)는 킬로와트시(kWh)당 83.3원에서 177.4원으로 113% 치솟았다.

치솟은 SMP는 한전이 자회사 형태로 보유한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비용 증대로 이어졌다. 한전은 전력을 거래할 때 SMP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산한다. 전력구입비가 두 배 이상 많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한전을 상대로 전기를 파는 민간 발전사들은 올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적자 대부분 민간 발전사 수익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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