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놓고 엇갈린 시중·인터넷 은행…리스크 관리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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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 놓고 엇갈린 시중·인터넷 은행…리스크 관리 촉각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07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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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 마이너스
10월 한 달 동안 5대 시중은행 소상공인 대출 줄어
카카오뱅크, 이달 사업자대출 신규 출시
"속보 성격의 소상공인 현황 파악이 먼저"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불어난 소상공인 대출이 금융권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태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여신 확대가 절실한 인터넷은행의 경우 소상공인 대출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소상공인 부실 리스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물가가 치솟고 환율이 오르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코로나 피해 회복 지원을 위해 최대 3년간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최대 1년간 상환 유예 조치도 마찬가지로 연기했다. 여섯 번째 연장 조치인 셈이다. 

시중은행 소상공인 대출 감소 추세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취급한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314조8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301조4069억원보다 13조4008억원 늘어난 셈이다. 

은행권 소상공인 대출은 꾸준히 늘어 지난 9월 315조2679억원을 기록했으나 10월부터 상승세가 꺾여 전월대비 4602억원 줄었다. 이는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이자를 감내할 수 없어 신규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금융정책도 효과를 봤다. 은행들은 지난 9월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고 있다. 지난달엔 부실 차주인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의 원금을 최대 80%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도 출범했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문턱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출행태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은행들의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집계됐다. 0보다 높으면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고 0보다 낮을 경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전체 지수는 13으로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상공인대출을 포함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적극 출시…리스크 관리 우려

시중은행이 소상공인 대출을 줄이고 있는 반면 인터넷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부터 소상공인 대출을 취급했다. 카카오뱅크도 이달 초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여·수신을 모두 취급하는 개인사업자 뱅킹을 오픈했다. 

인터넷은행의 소상공인 대출은 시중은행과 달리 신용대출이다. 시중은행이 보증부 대출이나 담보 대출 위주로 취급한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주겠다는 의미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배경으로 성장 정체가 꼽힌다. 여신 잔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온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도가 1억으로, 사업 지속 기간 조건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ATM 입출금과 증명서 발급에 들어가던 수수료도 없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에 비해 낮은 금리를 경쟁력으로 삼았다. 지난 4일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는 연 5.57%로 카카오뱅크 5.75%, 토스뱅크 5.99%에 비해 다소 낮았다.

토스뱅크는 지난 2월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내놓았는데,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출시 4일 만에 대출 약정액이 200억원을 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인터넷은행으로서는 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 주는 것이니만큼 리스크 관리를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현황 파악 위한 '속보성 통계' 구축 제안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통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영향이 큰 위기가 발생한 경우 '속보성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윤섭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미국과 영국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속보성 통계 구축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통계는 적시성의 한계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주로 단발성 설문조사에 의존해 지원 대책을 마련해왔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 중소기업 관련 속보성 통계 사례를 구축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매주 '소기업 동향조사'를 실시해 소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고용 등 경영상황, 대출 상환과 연체 여부, 재정지원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한편 국세청 정보를 활용한 주간 기업설립통계도 매주 발표하고있다.

영국은 2020년 3월부터 격주로 '기업환경 조사'를 발표해 매출액, 공급망 상황, 체감 물가 등 기업환경 전반을 기업규모별로 조사해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또 기업등록소의 행정통계로 법인 창업과 폐업 동향을 매주 발표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 기후변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실시간 통계의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국가승인통계의 조사주기 단축 등을 통해 적시성을 보완하는 한편 미국, 영국 사례와 같이 다양한 실험적 통계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부처 간 협업과 민간참여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통계 작성 기관인 중기벤처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간 긴밀한 협력 및 데이터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통계의 생산·가공·분석에 플랫폼 기업 등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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