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떠난 포철⑪…개혁 반발
상태바
박태준 떠난 포철⑪…개혁 반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9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명을 포스코로 변경하려 하자, 포항 상의등 반발로 일단 보류

 

정명식-조말수의 포철개혁 경영진은 박태준 전회장의 뇌물수수 관련수사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회사이름을 바꾸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사명개명 작업은 기업문화부 권혁수 부장이 구상, 장중웅 상무가 추진해나갔다.

포철이 이처럼 회사명칭을 비롯, CI(기업이미지통합) 쇄신작업을 벌인 것은 박태준 전회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실추된 회사이미지를 살리고 포항, 광양의 두 제철소운영에서 발생하는 지역문제를 해결키 위한 것.

구상단계에서 포철의 새로운 이름으로 거론된 명칭은 「포스코」, 「한국제철」, 「신한국제철」등.

이중 「한국제철」은 미국의 USX, 일본의 신일본제철, 영국의 브리티시스틸등 세계유수의 철강업체들이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거론됐던 것. 이 이름은 세계 2위의 철강기업을 육성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시킨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70년대말 제2제철 건립이 추진되면서 이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또다시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신한국제철」이라는 명칭은 김영삼 정부의 정치적 슬로건에 부합, 정치성을 띤 이름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었다.

이에 비해 「포스코」는 포철의 영자표기인 POSCO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방안. 포항제철이란 회사명이 지역성을 영자표기 속에 묻어 버리고 해외인지도를 그대로 살리자는 취지였다. 일본의 日本鋼管이 영문표기인 NKK로 회사명칭을 바꾼 예도 있는데 포철 경영진들은 과거를 살리고 국제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명칭으로의 개명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였다.

포철이 회사 이름을 바꾸려하자 포항 상공회의소등 포항지역의 10여개 사회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개명 추진설이 알려지자 포항의 시민과 각사회단체는 “포철이 세계기업으로 성공한 것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국가적인 지원외에 주민의 큰 희생도 있었다”며 개명에 반대했다.

포항상의는 회사명칭변경에 대한 반대결의문을 내고 “과거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은 회사명 때문이 아니라 일부경영진 개인에 의한 것”이라며 “지역감정을 유발한다면 유발지역의 지명을 합병하든지 변경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포항상의는 포항 시의회및 청년회의소등 지역단체, 인근지역의 상의와 연대, 포철사명변경 반대운동을 벌여 나갔다.

포항지역 국회의원 허화평씨도 지역구민들의 반발을 수용, 경영진에 사명개명을 보류해 주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그러는 가운데 9월무렵 장중웅 상무는 포철의 이름을 「포스코」로 바꿀 것을 결심, 조 사장의 내락을 얻었다. 당시 장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논의끝에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라는 현재의 사명을 「포스코」로 변경키로 내부방침을 세웠습니다. 「포스코」는 기존의 영문표기가 갖는 대외인지도를 살리고 국제화를 지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새 사명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사내문서와 대외표현등에서 포스코라는 사명을 점진적으로 사용, 사명변경에대한 대외인식을 점차 넓혀 나가는 방식을 채택할 계획입니다.”

포스코라는 새 사명은 포항지역의 지명을 포함시키고 국제화를 지향한다는 명분을 함축한 것으로 포항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줄일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포스콘 포스데이타 포스비나등 포철의 자회사 해외현지법인의 명칭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후 정명식 회장이나 조말수 사장은 대외적으로 회사이름을 거론할 때 「포철」이라는 명칭보다는 「포스코」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대외광고문안에도 「포철」대신에 「포스코」라는 사명을 썼다.

포철이 회사상호를 「포스코」로 변경, 사용하는데 대한 장점을 10가지로 들었다.(국정감사자료)

①상호가 짧고 간단하다 ②지역성을 탈피,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③지역간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다 ④ 발음이 밝고 친근하다 ⑤국내외에서 통일된 상호를 쓸수 있다 ⑥경영다각화전략에 유리하다 ⑦이미지메이킹에 도움이 된다 ⑧포항-광양분리론의 근거를 해소할 수 있다 ⑨기존상호의 권위주의적 관료적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 ⑩새로운 감각을 가진 신세대에 어필할 수 있어 우수인재유치에 좋다는 것등이다.

그러나 포항지역 주민들은 「포스코」라는 회사명에도 반대했다. 「포항」이라는 단어가 꼭 글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포철경영진은 1993년말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포항주민들이 반대하는한 사명을 고치지 않을 것이며, 회사정관의 개정에서도 사명개명을 삽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1993년 10월 14일 포항에서 열린 국회상공위원회의 포철에 대한 국감은 「박태준이후의 포철위상」에 맞춰졌다.

93년 3월 문민정부출범과 함께 들어선 정명식 회장-조말수 사장의 신경영체제가 추진한 대대적인 인사개편, 경영 다각화등의 개혁작업이 도마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신포스코운동」으로 지칭되는 포철의 자기개혁노력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대규모 인사개편에 따른 내부갈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대책을 추궁했다. 의원들은 특히 이같은 개혁이 포항제철내부의 필요에서가 아니라 신정부출범에 따른 정치적 색채를 띠고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회사명칭 변경문제도 의원들의 관심사였다.

신기하 의원(민주)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신경영진의 신명나는 개혁행진과는 달리 요즘 포철직원들 가운데는 자신의 퇴직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신경영진의 인사내용이 지나칙 특정학연과 지연에 의해서 이루어져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아닙니까.”

성무용 의원(민자)도 가세했다.

“포철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단행된 두차례의 개편인사를 두고 포철의 내부사정을 잘아는 사람들은 개편인사에 따른 갈등을 신철과 고철로 비유하면서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정훈 의원(민주)은 포철개혁의 성격과 관련 “기술개발등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할 포철이 정치적 색채가 짙은 경영혁신 운동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방향착오가 아닌가”고 따졌다.

포철의 명칭변경문제에 대해서 박재홍 의원(민자)은 “포항제철이라는 명칭이 원래 지역성을 강조해 지은 이름이 아닌데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며 명칭변경필요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조말수 사장이 답변에 나섰다.

“최근의 인사는 박태준 회장의 인맥 퇴진과 신포스코 창조를 위한 자아혁신 조치였습니다.

철강산업이 2003년이면 포화점에 이르러 매출의 신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안정을 위해 정보통신등 타분야로 경영다각화가 불가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강이미지로 고착된 현재의 회사이름 변경이 불가피합니다.“

93년초 기세좋게 추진되던 포철개혁운동은 93년말이 되면서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