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반가운 반등...단, 추세 상승을 점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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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반가운 반등...단, 추세 상승을 점치긴 어렵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11.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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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10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10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저점 대비 6% 내외 오른 상황인데, 특히 독일 증시가 10% 이상 올라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도 초반에는 조금 부진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6% 이상 오른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후 흔들린 중국과 홍콩의 주가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증시 반등으로 이제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의 증시 하락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증시 반등에서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일방적인 달러화 강세가 조금이나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6개 주요 통화와의 상대가치를 가중평균해 만든 달러화 지수는 9월 말경 114를 넘었었지만, 10월말에는 11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패리티를 깨고 내려왔던 달러유로환율도 최근에는 패리티 부근에 와 있고, 144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환율도 1420원 밑으로 내려온 상태다. 달러화 강세가 각국의 물가를 끌어 올리고 외화 유동성, 나아가 국내 유동성 부족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조금은 수그러든 상태다.

증시 반등의 가장 중요한 이유

이번 증시 반등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금리 하락과 그 배경이 된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으로 요약된다. 증시 하락을 이끌었던 주요 요인이 고물가→ 강도 높은 긴축→ 불가피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었기 때문에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암시하는 물가 고점 통과 가능성→ 긴축 속도 조절→ 경기 침체 가능성 약화는 증시 반등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한 이유다.

한편에서는 긴축 속도 조절의 이유가 높아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반등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증시가 거의 대부분 경제 지표와 가격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미래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게 타당해 보이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남아 있다.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되는데, 우선 첫 번째는 연준이 과연 시장의 기대처럼 실제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인가, 즉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른 시점에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결정될 것인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나타난 기대가 괜한 것은 아니다. 일단 강경 민주당 지지지면서 연준 부의장인 브레이너드가 긴축 강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활용한다는(그럴 수도 있겠으나, 사실일 경우에는 한심한 노릇이긴 하다) 일부 언론의 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과도한 긴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기대를 부추기게 할 만한 요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지난 발언을 보면 확신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상황과 판단은 그 때 그 때 달라질 수 있으나, 적어도 지난 잭슨홀 미팅과 FOMC 후 기자회견, 이후의 연설 등에서 보여준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가 과거 정치적인 압력에 굴복했던 연준 의장 아서 번스, 그리고 임기 초기의 폴 볼커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을 높인다. 그만큼 끈덕진 인플레이션 자체와 지금 상황에서의 잘못된 판단이 결국 미래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9월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기대를 꺾는 발언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서비스업 측면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소비는 침체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 중이고, 경제적 이유에 정치적인 이유까지 더해져 고용시장은 타이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빅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고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 고용시장 지표는 미국 경제가 현재 침체에 빠졌다는 주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물가 상승 압력도 쉽사리 약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이 현재의 판단 실수가 미래의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둘째는 터미널 레이트(rate), 즉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금리가 시장의 현재 전망을 다소 하회한다고 해도, 그것 만으로 미국 및 글로벌 경기가 지금의 예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재 시장은 이미 경제가 나쁘고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으며, 이를 감안해 긴축 속도를 조정한다면 물가 안정과 경기 연착륙 모두가 달성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데, 조정된 긴축 속도 하에서도 내년 경기 침체가 예상을 뛰어 넘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경제가 너무 오랜 기간 저금리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저금리는 당연히 낮은 조달 금리 하에서 기업과 가계의 구조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제 주체의 규모가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국가와 기업에서는 변화된 글로벌 정치 환경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중 패권 전쟁과 탈세계화 현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기업들이 과거와 같이 경제적 효율성 만으로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공장이 이탈할 수 밖에 없는 국가의 문제도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기존의 공장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공장이 들어가는 국가에서의 성장이 이탈하는 국가의 성장 약화를 상쇄할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자산의 최적 시점 이전 좌초는 경제 전체의 부담이다. 환경 변화로 자산의 좌초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편, 정치 환경 중 원자재 무기화는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부담에 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는 상황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사진=EPA/연합뉴스

저금리 의존적 금융 시스템의 위기

셋째, 두번째 불안 요인과 같은 맥락의 얘기일 수 있는데, 저금리 의존적 경제의 곳곳에 숨어 들어가 있는 저금리 의존적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동산 PF 금융으로부터 출발한 자금시장 경색을 경험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저금리 하에서 단기 조달, 장기 위험자산 투자가 일상화되면서 쌓인 위험이 급격한 긴축에 얼마나 취약한지 잘 보여준다.

저금리 기간에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매수한 가계의 위험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적용 금리가 속속 상향되고 있는데, 이는 이자 지출과 소득 간의 버퍼가 충분한 가계와 그렇지 않은 가계의 차이를 빠르게 확대시킬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끌’이라는 단어 자체가 낮은 금리 하에서의 이자 지출도 겨우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대출을 일으켰고, 결국 적용 금리가 크게 높아지면 지출을 크게 줄이거나, 주택을 매도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미 우리 부동산 시장은 매도 압력→ 가격 하락→ 매도 압력의 악순환에 빠졌고, 가계 소비는 어느 시점에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러한 점들이 금융 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경우 일상적 경기 침체가 아닌 금융위기발 경기 침체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

지난 컬럼에서 다뤘던 영국의 사례도 결국은 저금리 의존적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트러스 총리의 정책 실패가 주요 원인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때 자산 가치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금융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트러스 총리의 실수를 시장이 바로잡아줬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마진콜을 당한 연금 펀드 스스로가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더라도, 오른 금리가 주식의 밸류에이션에 계속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계속 높아져 왔는데, 여기에는 0%에 가까운 기준금리와 장기간 2% 내외에 머물렸던 장기금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 기준금리와 장기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4%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증시가 늘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금리 상승은 기본적으로 경기 확장과 함께 나타나고, 경기 확장은 증시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이 한도 없이 이어질 순 없다. 언젠가는 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인하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증시 급등에 저금리와 유동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재의 금리 상승이 경기 확장보다 주로 고물가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금리 상승은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직 급할 건 없다

사실 이러한 네가지 요인에 대해 시장도 깊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고, 그 결과로 글로벌 증시가 고점 대비 20~30% 낮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이미 많이 싸진 상태라는 것, 그리고 그래서 오르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증시 하락이 어느 정도라는 명확한 결론이 있을 수는 없지만, 심각한 경제적 충격과 금융위기를 수반하지 않은 경기 둔화 하에서는 30% 내외 정도가 일반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이는 지금부터 증시 낙관론과 비관론의 경계를 나누는 키워드가 심각한 경제적 충격과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미 나타날 경제적 충격은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금융위기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계속해서 저가 매수를 외칠 법한 환경이다.

게다가 긴축의 속도가 낮아지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낮아지니 최근 나타나고 있는 반등은 지난 7~8월처럼 길고 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번 나스닥 지수의 상승률은 20%에 달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상승은 하락 장에서도 늘 열어 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단 11월 3일 FOMC 결과, 내년 경기 침체 정도의 불확실성, 불안한 금융시장, 높아진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반등이 아닌 추세 상승을 예상하긴 어렵다. 불안한 가운데에서 투자를 하고 성공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겠지만, 지금은 이러한 불안을 확인하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불안들이 확인된다는 것은 물가는 안정되고 경기가 완만한 저점 후 상승 사이클로 돌아설 것이란 믿음을 가져도 된다는 뜻, 즉 어느 정도의 증시 추세 상승이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직 급할 것 없는 시기로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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