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發 자금경색'에 한은도 유동성 공급…시장 불안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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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發 자금경색'에 한은도 유동성 공급…시장 불안은 여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0.2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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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적격 담보증권·대상증권 3개월간 한시적 확대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 인상조치 유예
금융권에서는 한은 발권력 동원 요구
이창용 "SPV나 금융안정대출 현재 적절치 않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자금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을 안정화시켜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 지사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는 추세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지난 23일 50조원 이상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한은, 3개월간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시행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해줄 때 인정해주는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대상증권을 오는 11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담보증권과 RP매매 대상증권 목록에 기존 국채·통화안정증권·정부보증채·주택금융공사 자산유동화증권·특수은행채 이외에 은행채와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해 국내은행의 추가 고유동성자산 확보 규모는 최대 29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들이 최근 은행채를 대규모 발행하면서 다른 회사채·여신전문채 등 신용채권발행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되면서 이제 은행들은 기존 보유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한은은 금융기관끼리 돈을 빌려주고 받는 최종결제(차액결제)시 한은에 결제이행 보장을 위해 납입해야 하는 담보증권 제공비율도 단계적으로 인상하려 했으나(내년 2월 1일부터, 70%→80%) 이를 3개월 연기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담보부담은 7조5000억원 가량 완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 두 조처는 3개월 후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RP매매 대상기관에 한시적으로 6조원 규모 RP매입

한은은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증권사·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RP매매 기관을 대상으로 총 6조원 규모의 RP매입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RP매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다시 흡수되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지금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RP 매입대상 기업은 증권사와 증권금융 등으로, 매입규모는 잔액 기준 6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3일 발표된 정부 조처(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 유동성 지원)와는 별도다. 환매조건부채권의 환매 만기는 91일물 이내다.

한은은 "주로 단기물(14일물 등)을 활용해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유동성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단기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할 때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불안 여전…한은 발권력 동원 요구 높아져

정부와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채권 금리가 오르고 회사채 모집 물량이 다 채워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서 자금 조달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요구하는 추세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한은은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실시하고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저신용등급 회사채 직매입 방침도 밝힌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파산 위험성이 급증한다면 조치는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며 "신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에 의한 재원 마련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에는 SPV나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를 통한 자금시장 직접 개입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자금시장 상황이 코로나19 상황이던 2020년과 비교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한은 금통위에서 이 두 가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감에서 "금융안정대출이나 SPV 재가동을 추후에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0년 3월에는 방역 봉쇄로 인한 일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푸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 긴축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 총재의 이러한 발언은 한은이 시장에 개입하면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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