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떠난후⑦…이미지 쇄신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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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떠난후⑦…이미지 쇄신 작업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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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얼룩진 이미지를 불식하고 신정부 정책에 동참 보여주기 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박태준 전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의 회오리가 한바탕 지나가자 포철 경영진들은 추락한 포철의 이미지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조말수 사장은 이무렵 기자들에게 “세무조사및 검찰수사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윤리강령을 제정, 시행키로 했다”며 “윤리강령에는 기업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담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사장은 또 “이 강령에는 고객 위주의 경영전략과 품질개선등도 포함되며 그동안 기업외적인 일로 차질을 빚었던 경영상의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는 포철인의 정신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철은 또 이번 기회에 포항제철이라는 기업의 명칭을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이름으로 바꾸기로 하고 현재 나라기획에 CIP(그룹이미지 통합)작업의 용역을 의뢰했다.

포철 경영진은 또 정치로 얼룩진 회사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정부의 신경제계획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포철은 6월 18일을 기해 전임원(39명)들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7월 8일 하오 5시30분, 포항과 광양에 설치된 전용축구장. 포철임직원 1만2,000명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화합다짐의 행사가 열렸다.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로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열린 행사였다.

두 곳에서 동시에 3시간동안 열린 「신포스코 화합다짐의 밤」행사는 새로운 포철 이미지 창조, 기업체질 개선 등의 기업상 재정립 다짐 열기로 후끈했다. 이날 행사는 4월 1일 회사창립 25주년을 맞아 선포한 「신포스코선언」 100일을 기념한 행사이기도 했다.

포항행사는 제철소내 3km의 순환도로를 전직원이 손에 손을 잡고 행진을 하는 제철소 순례를 시작으로 막걸리 파티와 부서별 장기자랑등의 화합 한마당에 이어 현장주임 20여명이 연출한 뱃놀이, 축구장을 에워싼 강강수월래 등의 다양한 놀이들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열린 불꽃놀이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포철 사가를 부르며 화합과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포철 직장협의회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이춘호 포항제철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제 포철은 양적 성장의 단계에서 질적 성장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한뒤 “부조리추방과 권위주의 타파, 경영구조혁신등 「신포스코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신뢰받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지은 「신포스코 만만세」라는 축시를 낭송한 열연엔지니어링부 최호긍과장(40)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포철이 이제는 과거의 전통과 역사 이미지의 기업으로 재음미하고 새로운 이미지의 기업으로 선진 산업사회에 나서기 위해 전직원이 협심단결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0일 포철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종결에 따른 분위기 쇄신을 위해 고학봉 부사장등 7명의 임원을 퇴진시키는 등 대폭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퇴임임원은 고 부사장 이외에 한영수 감사(부사장급), 김윤현 박문수 상무, 김광남 김문규 최상준 촉탁이사등 7명.

7월 21일 포철은 회사와 임직원이 경영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지키고 따라야 할 기업윤리강령을 제정, 선포했다. 이날 오후 2시 포항본사에서 열린 윤리강령 선포식에는 정명식 회장을 비롯, 임원진 출자회사 대표등 500여명이 참가했다.

정 회장은 선포식에서 “신포스코창조는 시대적 전환기를 맞아 포철의 재도약을 위한 자기혁신의 노력이자 자기정화작업”이라며 “이번 윤리강령은 신포스코창조를 위한 정신적 좌표이며 경영활동 전반에 걸친 실천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철의 윤리강령은 박태준 전회장의 정치활동과 뇌물수수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것. 기업의 임무와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기업윤리강령의 제정은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문안 작성은 권혁수 기업문화부장이 맡았다.

전문과 본문 4장15조로 구성된 윤리강령은 “전통은 지키되 바꿀것은 바꾸고 버릴 것은 버려 거듭난다”는 포철 임직원의 자세와 “회사 내에서 정치 활동및 특정 개인이나 정당을 위한 기부는 하지 않는다”는 정치 불개입의 원칙이 포함됐다. 또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거나 회사의 목표와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법과 질서를 지키고 불공정 거래를 배격하며 회사 내의 정치활동및 특정개인이나 정당을 위한 기부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이 강령은 또 효율적인 경영, 깨끗한 부의 축적, 공정한 분배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케 하고 회사목표와 이익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불공정거래를 배격, 경쟁질서 확립에 솔선수범한다는 규정이 명시됐다.

 

일본 동경에 머물던 박태준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수사에 몹시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위에서 말렸다는 설이 한때 국내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그는 한국논단 이도형 발행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후 세무조사결과를 보니까 시집 간지 10년도 더 된 딸애들이 가진 주식까지 전부다 내 재산이라고 발표해 놓았더군요. 우리 사위들이 모두 하버드, 콜럼비아 나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위들에게 딸들을 시집 보내면서 집 사람이 애들 어렸을때부터 틈틈이 모아온 주식을 혼수 겸 해서 보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애들이 외국에 나가면서 그것을 저희 엄마에게 관리해 달라고 맡긴 것이지요. 그 바람에 집사람이 관리하고 있던 주식 모두 이름만 딸들 명의를 빌린 것이지 실제는 증여인 것처럼 발표가 된 것입니다. 발표가 나가고 난 후 세무서로부터 증여세를 내라는 통고가 와 지금 우리딸들은 그간 그렇게 모아온 주식을 팔아 세금을 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측 변호사들이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딸들이 물고 있는 세금을 「원한의 세금」이라고 합디다. 우리 사위들은 우리가 장인 덕에 살았느냐고 반문합니다. 작은 사위는 서울대 졸업하고 하버드, 콜럼비아에서 학위를 받고 큰사위는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받고 CPA 자격증까지 있습니다. 그들의 연봉은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왜 장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주식을 샀겠느냐면서 무척 억울해 합니다.”

박태준은 또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포철내 측근이) 나를 (외국으로) 나가라고 했을때는 정치자금과 연관을 시키려했던 건데 아무리 조사를 해봐야 회사돈은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흔적은 한 군데도 없거든요. 사실 자기 회사돈을 정치자금으로 쓰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특히 포철 같은 공기업에서요. 내가 공화당 때 그토록 압력을 받아도 한푼도 내놓지 않아 김성곤씨와 싸움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치를 해보니까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명목의 성금이 들어오더라 이겁니다. 이걸 다시 아래에 나눠 주는 것이지요. 나는 들어오는 즉시 전부 나눠주었지 내앞으로 가져온 일은 한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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