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혹은 편집자,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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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 혹은 편집자, 당신은 누구입니까
  • 김이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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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을 원하는 SNS 유저들…“본편 흥행 돕기 위한 것” 간과해선 안 돼

[김이나 칼럼니스트]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른바 ‘짤방’이라는 것이 트렌드라고 한다. 한 시간 넘는 본 방송을 TV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줄어드는 반면 모바일로 ‘다시 보기’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재미있는 부분을 편집한 것, 이른바 짤방들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보고 본방송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영화로 치면 예고편을 보고 어떤 영화를 볼까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배급사와 제작사들은 예고편에 많은 공을 들인다. 출연 배우들,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 클라이막스까지 감칠맛나게 보여주면서 그 영화를 안보고는 배기지 못하도록 흥미진진, 포복절도, 최루성 장면들을 절묘하게 편집하여 예고편을 만든다. 간혹 그래서 낚였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어쨌든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게끔 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마케팅이다.

광고에도 예고편이 만들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 런칭을 앞두고 만들어지는 ‘티저 광고’가 눈길을 끈다. ‘티저’(teaser) 는 영어 ‘tease’(괴롭히다, 안달나게 하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말하자면 감질나게 해서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짤방이든 예고편이든 티저 광고든 본편의 흥행을 돕기 위한 것들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들의 완성도는 본편의 완성도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티저 영상과 예고편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주연 배우는 이미 정해져 있고 제작비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주인공의 연기력은 형편 없는 데다가 조연들마저 받쳐주지 못한다. 제대로 마지막까지 완성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본편의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으니 절묘한 편집으로 예고편과 티저영상 만드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주연 배우 스스로 디렉팅하는 것까지야 가능하지만 최근엔 편집까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SNS유저들이다.

잘 만들어진 포스팅은 흥행을 예감한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너도나도 엄지척, 심지어 퍼날라 홍보까지 해준다. 나를 잘 꾸미고 편집하고 티저로 살살 약올리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인 셈이다.

 

▲ SNS의 득과 실을 생각해 볼 때 / pixabay

 

나의 충성 고객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셀럽(Celebrity : 유명 인사)’까지는 안 되더라도 요즘 뜨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 영향력있는 개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런 편집된 SNS는 연예인이나 유명인, 혹은 1인 기업으로 퍼스널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분에 넘치는 팔로어들을 거느리고 그들의 구미에 맞게 연기하고 찍은 것을 편집하고 포스팅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네트워킹은 필요하고 적절한 SNS 활동은 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맥락없는 포스팅은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긍심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기 본연의 모습과 적당히 윤색된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할 지 주연배우는 두렵다. 그러나 혼신의 연기를 다했기에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확실한 건 그가 예고편을 위해 연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더. 관객들은 예고편에 기립박수를 치지 않는다.

 

김이나씨 ▲몽고식품 마케팅 총괄 고문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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