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혼돈의 카카오,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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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혼돈의 카카오,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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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국내 최고의 기업은 삼성전자다. 그러나 삼성전자보다 국민들의 일상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기업은 단언컨대 카카오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톡과 다음카카오메일이 멈추자 대한민국의 소통이 멈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카카오가 보여준 먹통 대란, 블랙아웃 사태로 전 국민이 얼마나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겪을 수 있는지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톡을 국가기간통신망과 사실상 같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카오는 모든 서비스 복구를 조속히 마쳤고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곧바로 사임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국감에 불러야 한다며 오랜만에 여야가 합의된 목소리를 내놨다. 진퇴양난의 카카오,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카카오의 확장과 속도, 탈선을 부르다 

2021년 6월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네이버를 넘어설 때만 해도 카카오가 지금 같은 재난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창업한지 10년만에 카카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잠재력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반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카카오에겐 온통 긍정의 시그널뿐이었다.

그 결과, 카카오는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서 삼성전자와 수위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불과 10년만에 성장속도 1위, 입사하고 싶은 기업 2위, 시가총액 3위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카카오는 만들었다.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의장은 국내 최고의 재벌이 되었으며 기업은 '진격의 카카오'라고 불려질 만큼 확장과 속도에서 다른 기업을 압도해 나갔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카카오에게 의문부호가 제기된 질문은 카카오의 비전과 방향성은 과연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이커머스로 진출하는 건 그렇다 쳐도 카카오가 대리운전, 미용, 가사도우미, 주차서비스 등의 골목상권, 소상공인 영역까지 침투하자 카카오가 그리는 혁신의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김범수 의장은 이에 대해 명확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지 못했고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투를 서둘러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 등이 분명하지 않으면 결국 방향성은 혼돈을 그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컨트롤타워 신설을 통해 방향성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비전은 컨트롤타워의 몫이 아닌 창업자의 몫이다. 

그 이후 카카오페이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고 투자자는 카카오 경영진의 치고 빠지는 투자방법으로 충격과 공포를 또 한 번 떠안아야 했다. 사내기업가를 육성, 더 많은 구성원에게 CEO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김범수 의장은 강조했지만 CEO는 수익 이외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을 함께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카카오가 만든 먹통 대란 

일련의 사태를 겪은 후 카카오는 경영진을 재정비했다. 올해 초,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남궁훈 당시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단독 대표가 되었다. 그는 한게임 시절부터 김범수와 함께 한 최측근이다. 카카오공동체의 10년 미래를 구상하는 책임 그리고 카카오의 경영까지 맡길 정도로 김범수 의장은 그를 신뢰했다.

그러나 신임대표로 선임된 지 9개월도 안되어 남궁훈은 이번 먹통 대란 사태로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는 “그 동안 사업을 책임지는 대표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중시했다”라며 “시스템은 물이나 공기 같은 것인데 이들의 중요함을 모르다가 이번에 깨닫게 되어 반성했다”라고 언급했다. 카카오의 문제를 모르는 이가 CEO를 맡은 격이다. 

카카오의 문제는 지금까지 매출과 이익만 생각했다는 점에 있다. 6조원의 매출과 60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카카오가 우리에게 보여준 새로운 가치와 혁신은 카카오톡 이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매출과 영업이익을 중시해온 인물이 카카오의 주력계열사 CEO가 되었고 지금까지 카카오의 미래를 구상했다. 처방과 진단이 모두 잘못됐다. 

북저널리즘의 신아람 에디터는 카카오는 멈춤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전 국민에게 증명했다고 얘기했다. 카카오의 중요성에 관해 카카오도 몰랐고 대중과 시장도 지금까지 몰랐단 얘기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남궁훈 대표의 사임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카카오는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이제 김범수 창업자가 답을 내놔야 한다.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카카오 '먹통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카카오와 김범수, 성찰을 통해 다시 거듭나야

2010년 카카오톡의 이용자는 200만명이었다. 10년도 안되어 카카오톡의 누적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돌파하며 10년 사이에 50배의 성장을 거두었다. 매년 5배씩 성장하며 확장하는 사이 카카오는 사업 방향성을 잃었으며 CEO의 윤리의식을 저버렸고 기본기까지 놓쳤다. 결국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도덕적 해이, 먹통 대란 문제를 차례대로 일으켰다.

카카오는 10년 전에도 먹통 사태를 유발했다. 당시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크게 기사화되진 못했다. 당시, 카카오는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운영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언급했다. 2012년 먹통 사태를 만든 카카오는 10년 후인 2022년 먹통 사태보다 더 큰 블랙아웃, 먹통 대란을 또 다시 만들었고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 

김범수 센터장은 현재 카카오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이번 대란에 사과를 할 뿐 김범수 센터장은 아직까지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의 오너인 김범수 센터장은 언론 인터뷰 때마다 CEO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항상 강조했던 인물이다. 국감 자리가 아닌 대중에게 직접 카카오의 재점검을 약속해야 한다. 

확장과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실과 신뢰에 있다. 어느새 진격의 카카오는 쇠퇴의 카카오로 불리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이 대중의 분노와 질의에 직접 응답해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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