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곧 수요…美 군산복합체 대변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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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곧 수요…美 군산복합체 대변한 트럼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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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먹고사는 미국 군수업체…무기 팔아 미국 일자리 창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강조한 것이 미제 무기판매였다. 구체적인 액수는 협상의 여지로 남겨두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만 10조원 어치, 일본에서도 그 정도의 액수의 무기 판매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북한 김정은의 핵 장난을 공포스러울 정도로 비난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에 거액의 첨단 무기를 팔아먹는 미국의 두 얼굴,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천문학적 액수의 첨단 무기를 미국에서 사야 하는 한국의 굴종적 입장을 보게 된다.

그러면 트럼프가 한미일 3국 동맹을 강조하면서 무기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택 미군병사들 앞에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왔다”는 트럼프 발언과 북한에 강도 높은 경고를 보낸 것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을 보면서 미국이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라는 엄연한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미국의 무기공장이 잘 돌아가려면 세계 어디에선가 전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패러독스가 트럼프 방한에서도 작동했다.

 

▲ /그래픽=김송현 기자

 

미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인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평화와 자유를 강조했다. 어느 나라든 전쟁에 끼어들면 자국 군인이 희생되고 막대한 전비가 소요되며, 미국 재정에 적자가 누적된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2차 대전후 ‘세계의 경찰’임을 자처하며 한국전을 시작으로 베트남, 코소보 사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군대를 파견해 전쟁을 벌이거나 지원했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은 누구인가.

전쟁이 터지면 힘을 얻는 곳은 미 국방부(펜타곤)이며,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의 군수산업이다. 이 군산(軍産) 복합체는 끊임없이 전쟁을 확대하고, 전쟁예산(국방비)를 늘리려는 속성을 갖는다. 워싱턴 정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철의 트라이앵글'(iron triangle)이라는 말이 있다. 펜타곤과 군수산업, 의회가 삼각형의 한끝을 차지하며, 동일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산정(軍産政) 복합체다.

 

▲ 미국 군수회사 레이시온이 2005년 파리에어쇼에 전시한 미사일.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루이스 유칠리텔(Louis Uchitelle)의 최근 컬럼에 의하면, 미국의 군수산업은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제조업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군수산업 가동이 줄어들면 미국인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군수산업 가동율이 높아지면 무기 생산이 많아지고, 그 무기는 어디엔가 팔아야 한다.

가장 큰 수요처는 미국 정부이다. 미국 국방예산은 전세계 국방비의 50% 정도, 즉 미국 이외 국가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액수다. 그다음 수요는 수출시장, 즉 미국의 우방들이다. 적성국에는 팔지 않는다. 미국 무기의 가장 큰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이고, 그 다음이 일본, 한국, 파키스탄, 쿠웨이트등이다. 트럼프가 궁정 숙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사우디 왕가에 지지를 보내고, 인도 총리를 극진히 대접한 것도 쉽게 이해가 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국방비 증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예산 가운데 다른 비용들은 대거 삭감하면서도 국방비는 10% 증액했다. 트럼프가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신식 무기를 갖고 있다고 강조할 때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보잉 등 군수회사 주가는 뛴다.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도발의 목청을 높일 때마다 미국 투자자들은 무기회사 주식을 산다.

 

전쟁은 제조업이 주도한다. 지휘관의 작전능력, 병사의 용맹성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현대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그 나라 제조업의 능력이다. 2차 대전 초기에 프랑스가 쉽게 무너진 것은 독일 제조업이 쏟아낸 무기의 위력에 제압당했기 때문이고, 중국 대륙 절반 이상이 점령된 것도 일본 제조업의 힘에 무기력해 졌기 때문이다. 그 독일과 일본을 제압한 것은 미국 제조업이었다.

미국 제조업은 2차 대전 이후 일시적으로 민수용을 전환하지만, 한국전을 계기로 다시 무기 생산에 돌입한다. 한국전이 끝날 무렵인 1953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CEO 찰스 윌슨이 국방부 장관 지명을 받고 의회 청문회에 나가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그는 “기업(GM)의 이익이 국익과 상충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원의 질문에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What is good for GM is good for America)라고 대답했다. 이 발언은 지금의 관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자동차산업의 이익과 결부되는 사례로 많이 이용되지만, 당시 관점에서 보면 GM은 장갑차를 생산하는 군수회사였고, 따라서 군수산업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1961년 1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에 위협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복합체의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이젠하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군산복합체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부활했다. 그 이후 주기적으로 발발하는 국지전은 미국 군수산업에게 새 수요를 만들어 주었다.

1990년 전후의 냉전 체제 와해는 미국 군수산업의 불황을 초래했다. 서부 네바다 사막에는 녹슨 중고 무기가 쌓여 갔다. 그것도 잠시,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군수산업은 부활의 날개짓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은 군수산업에 호황을 가져다 주었다.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 전략은 초첨단 무기 수요를 확대했다.

 

▲ 미국 군수회사 노스럽 그루만의 전략폭격기 B-2 스피릿 /위키피디아

 

군수산업은 산업연관효과가 큰 산업이다. 기계, 조선, 항공, 화학, 전자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주요 부품은 해외 발주를 하기도 하지만, 주요 핵심 부품은 미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효과도 높다. 군수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연관효과가 높아 경제 전반의 견인차로서의 기여 정도가 높은 산업이다. .

하지만 약점이 있다. 수요자가 정부라는 사실이다. 미국 국방부가 최대 수요자고,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우방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 균형외교 또는 등거리외교를 추진하는 나라들이 유럽으로 무기 구매선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그땐 미국 정부까지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균형외교의 개념 정의를 바꾸면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은 미국 군수산업으로선 아주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해석할수 있다. 트럼프가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사줘 고맙다”고 공치사한 내용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다.

군수산업 수요자가 정부이다 보니 정부와 의회, 군수산업 사이에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된다. 앞서 언급한 ‘군산복합체’, ‘철의 트라이앵글’이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미 의회 의원들은 군수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정치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군수업체들이 정치자금을 펑펑 써대기 때문에 두 집단이 서로 가까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무기 생산 공장을 지역구에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해당 의원으로선 표가 생기는 일이다.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걷어진 국방비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군수산업이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롭 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등 군수회사들은 이 막대한 국방비를 따먹기 위해 선거가 있는 해엔 수천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군수업체들은 국가 재정이 적자가 되는데는 상관하지 않는다. 국방비만 늘어나면 된다. 그러므로 펜타곤의 무기 입찰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덤벼든다. 펜타곤의 수뇌부도 재야에 있을 때 군수업체에 중역을 지낸 사람들로 채워진다.

문제는 '철의 트라이앵글'에서 군수업체들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펜타곤의 무기 수급정책이 군수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군수업체들은 전쟁을 수요자로 하는 산업이며, 그들에겐 전쟁이 곧 돈이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 뉴욕 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치지만, 록히드 마틴과 노스롭 그루만, 레이시온의 주가는 오른다.

 

▲ 미 해군 항공모함 프랭클린 루스벨트호 /위키피디아

 

한반도 긴장고조의 딘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미국과 일본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전쟁상인, 즉 군수산업이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 군수업체들은 끊임없이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제정세를 활용해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친다. 그 제조업에 군수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한편으론 FTA 수정을 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행위는 이중적인 것이 아니라,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국방산업을 키우는 게 답이다. 친미 정부였던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자주국방을 외친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비록 한발 물러섰지만 균형외교를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에 목소리를 더 높이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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