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오나세바의 오! 이탈리아] 나폴리 김민재 벽화, 그리고 '철기둥'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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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오나세바의 오! 이탈리아] 나폴리 김민재 벽화, 그리고 '철기둥' 현수막
  • 부오나세바
  • 승인 2022.10.23 10:09
  • 댓글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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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부오나세바(권성덕 씨)
유튜버 부오나세바(권성덕 씨)

[유튜버 부오나세바] 2022년 7월 27일, 김민재 선수가 이태리 나폴리팀으로 이적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구단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수많은 유언비어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선수가 구단주를 만나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는 순간 그 많던 소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장 유력했던 프랑스의 ‘렌(Rennes)’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그 당시 시비가 갈렸다.

한국인들에게 이태리 세리아A 리그는 생소했다. 해외축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박지성 선수가 처음 닦아놓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한국인들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만 유난히 열광했다. 세리아A는 2002년 월드컵의 영웅, 하지만 그들에게는 역적이었던 페루자의 안정환 선수의 악몽으로 시작해, 한국의 유망주 이승우 선수의 기를 꺽게 만든 베로나를 끝으로 한국인 선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 축구팬들에게 이탈리아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이고, 폭력적이고 과격한 나라 쯤으로만 각인됐다. 김민재 선수의 이적 소문에 수많은 이들이 이태리의 나폴리보다는 프랑스의 ‘렌’을 추천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민재'를 사랑하는 이태리 나폴리팀 팬들

‘그는 왜 나폴리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성공할 확신이 있었을까?’

필자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폴리 축구팀은 1926년 창단한 유서깊은 명문구단임에는 틀림없다. 그 팀은 ‘마라도나의 전설’로 인해 익히 들어왔었고 2번이나 세리아A리그 우승컵인 '스쿠데토(Scudetto)'를 들어올린 구단이다. 한국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수비수 김민재는 결국 나폴리를 선택했다.

그가 나폴리구단 회장을 만나 계약한 순간, 난 현재 거주지인 베니스에서 나폴리로 날아갈 준비를 했다. 이강인 선수가 소속된 스페인 마요르카와 친선경기 일정을 알게 된 순간, 나폴리팀 회원등록 및 경기입장권과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태리 나폴리 스페인지구 길거리 한쪽 벽에 그려진 '김민재 벽화'. 사진제공=부오나세바
나폴리 스페인지구 한쪽 벽에 그려진 '김민재 벽화'. 사진제공=부오나세바

나폴리에 도착하자마자 '김민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폴리의 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수많은 나폴리 사람들이 나에게 ‘김(KIM)’이라고 소리쳤다. 어떤 이는 나를 실제 김민재 선수라고 착각하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공식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나폴리 사람들은 이미 김민재선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의 지난 경기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석을 마친 상태였다.

그때 나폴리 사람들이 얼마나 축구에 진심이 있는지, 얼마나 김민재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김민재 선수를 축구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온 그저 그런 선수쯤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자신들의 구단에 들어온 이상 '몬스터'라 불리는 한국 선수를 가족같이 생각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 기준으로 나폴리팀은 리그에서 무패에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김민재 선수와 그 팀이 현재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에 나폴리 사람들이 한국인 몬스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것 같다. 나폴리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을 진심으로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프랑스의 렌이 나폴리 팬들 만큼 축구에 대한 열망이 있을까?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를 선택한건 '신의 한수'였다.

나폴리팀 팬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각) '김민재는 철기둥'이라는 현수막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유튜브 방송 캡쳐
나폴리팀 팬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각) '김민재는 철기둥'이라는 현수막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유튜브 방송 캡쳐

나폴리 사람들의 세리아A 우승을 향한 열망

얼마전, 김민재 선수의 벽화와 철기둥 현수막이 한국과 이태리에서 큰 화제가 됐다. ‘철기둥’이라는 별명은 원래 나폴리에서 마라도나와 함께 뛰었던 부르스콜로티(BRUSCOLOTTI)의 별명이었다. 그가 ‘키스키스 나폴리’라는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에게 감동했다"면서 "김민재를 나처럼 'PAL E FIERR(철기둥)'이라 불러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태리어와 한글로 적힌 '김민재:철기둥'이라는 현수막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만큼 나폴리에서 김민재의 인기는 열풍적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나폴리 사람들은 마라도나 이후로 한 번도 하지 못한 '스쿠데토'를 들고 싶어한다. 나폴리 사람들에게는 챔피언스리그, 월드컵보다 세리에A의 우승, 즉 스쿠데토를 원한다. 쉽게 생각해서 보이지 않는 다른 나라를 이기는 것보다 당장 내 눈에 밟히는 경쟁 상대에게 자신들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아닐까? 만약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 선수로 활약할 때 스쿠데토를 들어올린다면 나폴리는 어떻게 될까? 잠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한국 선수가 다른 나라 리그도 아닌 이태리 세리아A에서 우승컵을 들 수 있다니!

앗! 그런데 나폴리에서는 ‘scaramantico(스카라만티코)’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미리 우승을 기대하고 발설하면 패한다는 미신이다. 그래서 나폴리 사람들에게 경기전에 예상점수를 물어보면 보통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도 어떠한 기대도 발설도 하지않고 계속 열렬히 응원하며 지켜보도록 하겠다.

유튜버 '부오나세바(Buona Seba)'는 2012년에 이탈리아 베니스에 정착해 2022년 현재에도 베니스에서 공인 투어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부오나세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현재 구독자 약 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태리 속의 한국인의 시각으로 여행, 축구,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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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사나이 2022-10-28 08:25:29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김민재 선수와 나폴리에 대해 더 질 알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가을 2022-10-26 09:46:02
김민재선수 응원합니다.
좋운글 감사합니다.

BTS영원히 2022-10-26 04:00:03
김민재선수에 대한 나폴리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건지 알 수 있어서 좋은 글입니다 ~ 감사합니다^^

삼삼 2022-10-26 00:21:03
믿고보는 세바형 글. 역시나 꿀잼이네여

진자 2022-10-25 23:30:51
10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