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균의 역사여행⑥…순망치한(脣亡齒寒)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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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균의 역사여행⑥…순망치한(脣亡齒寒) <1>
  • 손봉균
  • 승인 2017.11.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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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다. 즉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똑같이 망하거나 어려워지게 되는 긴밀한 관계를 일컫는다. 이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모든 나라가 외교에서 적용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중국 춘추시대, 기원전 650년경, 진(晉)헌공 시절.

진(晉)나라 이웃에 괵(虢)나라와 우(虞)나라, 두 나라가 인접하고 있었다. 괵나라가 진나라의 변경을 자주 침입하여 소란하게 함으로, 진나라가 골머리를 앓았다. 진헌공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대부인 순식과 상의하였다.

 

순식이 방안을 제시하였다.

▲ 진, 괵, 우나라의 위치 /그래픽=김송현

괵나라와 우나라는 서로 친한 사이이므로, 우리가 괵나라를 치면 우나라가 돕고, 우리가 우나라를 치면 괵나라가 도우므로 이기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 사이를 떼어 놓아야만 합니다. 떼어 놓는 방법은 먼저 두 나라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주어 환심을 얻은 후에 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여색을 좋아하는 괵공에게는 미녀를 보내어 정사를 흐리게 하고, 재물을 좋아하는 우공에게는 많은 뇌물을 보내고 잠시 길을 빌려 달라고 하면 길을 빌려줄 것입니다. 우나라의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면 둘의 사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두 나라 사이가 벌어지면 먼저 괵나라를 쳐서 이기고, 그 여세를 몰아 우나라를 치면 두 나라를 다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진헌공은 순식의 방안이 좋다고 하면서 그대로 하기로 하였다.

먼저 아름다운 미녀를 뽑아서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좋은 옷으로 성장시켜 괵공에게 보냈다. 괵공은 현명한 신하(주지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녀를 받아들였다. 그 후로 괵공은 낮이면 음탕한 음악을 즐기고 밤이면 그 미녀와 붙어 지냈다. 자연히 그는 나라 일에 게을러 졌다.

다음에는 우공에게 보낼 선물로 순식이 지극한 보물을 보내야 한다고 하면서 ‘좋은 구술과 말을 보내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진헌공은 ‘그 두 보물은 또한 나의 지극한 보물이요.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이 때 순식이 말한다. 만약 그 보물을 보내서 우공이 받고 괵나라 치는 길을 빌려주면 괵은 우나라 원조가 없으므로 반드시 망합니다. 괵이 망하면 우나라도 혼자 살 순 없습니다. 우나라가 망하면 구술과 말은 도로 찾아오면 됩니다. 즉 구술과 말을 잠시 외국의 부중에 맡겨 두는 것에 불과합니다. 진헌공은 잠시 맡겨 두었다가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순식이 사신으로 우나라에 가서 좋은 구슬과 말을 내놓으며 길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아울러 길을 빌려주어 괵나라와 싸워 우리가 이기면 괵나라에서 빼았은 보물을 모두 드리고, 우리나라와 우나라는 영구적인 화평을 맺을 것이라고 하였다.

우공이 이를 신하들과 상의하니 현명한 신하(궁지기)가 다음과 같이 반대하였다.

‘주공은 진나라의 청을 승낙하지 마십시오. 속담에 이르기를 입술이 망하면 이가 시리다고 했습니다. 진나라가 지금까지 우리 우나라와 괵나라에 수작을 쓰지 못한 것은 우나라와 괵나라가 입술과 이빨처럼 서로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은 불행이 우리 우나라에 닥쳐옵니다.’

그러나 좋은 보물에 욕심이 난 우공은 신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술과 말을 받았다. 아울러 괵나라를 치러갈 때 우나라도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하였다.

진나라는 우나라와 함께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우나라를 멸망시겨서 두 나라의 땅을 합병하였다. 순식은 우나라 창고에 있는 구술과 말을 가지고 와서 진헌공에게 바쳤다. 진헌공은 크게 기뻐했다. 순식의 계책은 완벽하게 성공하였다.

 

▲ 진 헌공 /중국 百度백과

 

염옹이 시로써 이 일을 읊은 것이 있다.

 

구술과 말이 지극한 보배라 할지라도

한 나라 사직과 어찌 비교하리요.

순식의 계책을 묘하다고 하지마라.

우습구나! 우공이 그만큼 어리석었을 뿐이다.

 

 

손봉균씨는
국토교통부에서 30년간 재직한 손봉균씨가 공무원 재직시의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통일후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효율적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시리즈로 제시한다. 이 방안은 북한개발을 앞당기고,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며, 통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방안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졸업, 행정고시 19회에 합격. 전 국토지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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