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드라마 '슈룹', 이야기 전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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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드라마 '슈룹', 이야기 전개가 궁금하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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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슈룹은 명사다. 얼핏 의성어나 의태어 같기도 한데 우산을 뜻하는 우리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슈룹>은 지난 주말에 새로 시작한 tvN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우산은 비를 피하는 도구이지만 보호망을 은유할 때도 있다. 드라마 <슈룹>의 영어 제목 ‘The Queen’s Umbrella’를 보면 왠지 ‘왕비의 보호망’이나 ‘왕비의 비호’ 같은 중의적 표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슈룹>은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치맛바람 이야기일까? 

<슈룹> 예고편이 화제였다. 중전인 임화령(김혜수 분)이 궁궐에서 발이 보이지 않도록 뛰어다니는 인물로 등장했다. 이유는 왕자들의 교육을 위해서 그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 그것도 중전을 보필하는 궁인들이 쫓아가지 못할 속도로.

본편에서도 중전은 어머니로서 아들 교육 걱정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세자가 된 듬직한 맏아들과 달리 나머지 네 아들은 중전인 어머니가 보기에 왕자로서 자질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후궁들 소생의 왕자들이 더 똑똑해 보이니 왕의 정비인 중전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경쟁심까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왕세자의 배동, 세자와 함께 공부하는 동무를 왕자 중에서 뽑는 경연이 벌어지게 된다. 이를 자기 아들이 왕의 눈에 들 기회로 여긴 후궁들은 과외 교사를 구한다거나 머리를 좋게 해주는 민간요법을 동원하는 등 배동 선발 경연 준비에 온 신경을 쏟아붓는다.

중전 임화령도 나름의 방법으로 네 아들의 시험 준비를 돕는다. 직접 공부해서 예상 문제와 답안을 만드는 것으로. 

이렇듯 <슈룹>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교육열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왕의 가족이라 해도 자식들 공부 걱정은 예외가 없는 것을 그려내며 현대를 사는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저 시대에도 치맛바람이 있었겠구나 하고.

그렇다면 <슈룹>이 조선시대의 교육열, 혹은 자식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엄마들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소재로 한 드라마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승계 경쟁을 다룬 이야기일까?

드라마에서 왕세자의 배동을 뽑는 경연은 왕위 계승 구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자와 함께 공부하다 보면 웃전의 눈에 들 것이고 혹시 세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 자리를 대체할 최우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슈룹>에서 국왕에게는 후궁이 여럿 있고 후궁이 낳은 아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나온다. 거기에 정비인 중전에게는 세자 포함해 아들 다섯 명이 있다. 만약 왕세자를 다시 뽑아야 한다면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중전과 후궁의 아들들이 모두 후보라면.

부인이 많고 왕자가 많은 만큼 이 드라마는 정비와 후궁의 관계는 물론 이복형제들 관계도 함께 그리고 있다. 물론 반목하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 관계는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가 되고 1회와 2회에 담긴 복선은 부싯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왕위 계승 경쟁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그래서 <슈룹>이 재벌 일가를 다룬 드라마 못지않은 막장 드라마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대중은 궁금해한다. 본처와 후처 간의 암투, 본처 자식들과 후처 자식들의 서로를 향한 음모, 혹은 이복형제들 간의 합종연횡 등 막장 드라마 종합선물 세트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물론 다른 방향의 이야기도 상상할 수 있다. 막장 드라마의 끝판왕은 뭐니 뭐니 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사건 사고다.

tvN 주말 드라마 '슈룹'

시월드의 갈등을 그렸을까?

<슈룹>에서 시어머니인 대비와 며느리인 중전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서늘한 분위기로 묘사된다. 둘 사이에 따뜻한 대화보다는 격조 어린 존댓말만 오간다. 공식적인 관계라는 의미다. 그리고 둘은 정치적 경쟁자로 그려진다. 

위에서 언급한 왕세자 배동 선발을 염두에 둔 교육열과 경쟁의식은 모두 대비(김해숙 분)의 노림수다. 대비는 오직 아들인 국왕의 안위가 우선이다. 왕세자가 큰 병에 걸렸어도 손자의 건강을 걱정하기보다는 아들이 주인인 국가의 미래가 튼튼하지 않다는 우려를 먼저 하게 되는 것.

대비는 만약 왕세자가 사망한다면 자기와 관계가 좋은, 혹은 정치적 색깔이 같은 후궁의 왕자 중에서 세자를 세우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후궁들은 대비의 눈에 들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줄을 선다. 물론 이를 알고 있는 중전 또한 혹시나 벌어질 만일을 대비하게 되고. 

아마도 앞으로는 대비와 중전,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왕실 주도권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우는. 그래서 어쩌면, 여느 시월드와는 다른 차원의 갈등을 그려갈 것으로도 보인다.

예고편만으로는 <슈룹>이 다소 코믹한 드라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본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늘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물론 웃음 포인트가 있기는 하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은 듯 보였다. 사극이지만 현대극으로 치환해도 될 만큼 보편타당한 배경과 구조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김혜수의 왕비 연기와 엄마 연기가 화제다. 그녀의 사극 말투와 눈썹을 이용한 감정 표현까지도 기사 소재가 될 정도다. 

혹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면 성공한 드라마다. 그런 면에서 <슈룹>은 일단은 성공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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