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57) '카카오 먹통 사태' 자율주행 시대에 남긴 교훈
상태바
[모빌리티 세상읽기](57) '카카오 먹통 사태' 자율주행 시대에 남긴 교훈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0.2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카오 사태, 현대차 커넥티드카 작동 멈춰
자율주행 시대 사고 났다면 '도로 위 폭탄'
국내 완성차 업체, 통신업체 의존도 커
현대차의 레벨4 자율주행 시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가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숙제를 남겼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서비스망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멈춰섰다.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비해 자체 서버 구축 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자체 서버를 구축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GM 등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이동통신망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3사 모두 자체 서버 구축 등 인프라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현대차그룹의 카카오i 기반 서비스가 먹통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현대차 

멈춰선 커넥티드카

관련 업계와 현대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경과한 지난 16일에도 현대차의 블루링크(Bluelink) 서비스 접속은 불가능했다. 블루링크는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 자동차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능으로 현대차그룹의 디지털화 전략에 맞춰 확대되어 온 서비스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동안 카카오의 인공지능 카카오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마비됐다. 기아의 커넥티드 서비스 유보(UVO) 역시 같은 이유로 서비스가 멈췄다. 

블루링크나 유보는 차량에 탑재된 채 운전자의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목적지 안내를 비롯해 기상, 뉴스, 주변 공간정보, 음악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카카오i는 2017년 제네시스 G70에 처음 적용된 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신차에 채택해 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동안 목적지 안내, 뉴스 및 일기예보 제공 등 카카오 기반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블루링크와 유보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할 때 장애가 발생하더라고 자체 서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백업 솔루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당시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난의 역설

2018년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통신이 일시에 마비됐다.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통신이 끊기면서 달리던 차량은 노선을 이탈할 게 뻔하다. 차량 속 승객과 주변에 있던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완전 자율주행은 5G망을 이용해 사물인터넷을 통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초연결 사회의 표본과 같다. 5G망은 폐쇄적인 LTE와 달리 분산 구조 개방형으로 설계된다. 주파수 대역을 쪼개 여러 분야에 분산 적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능이 가능하다. 옐르 들어 5G망을 가상으로 자율주행 전용망, 가상현실 전용망 등으로 나눠 서비스에 맞춰 전송한다. 이 기능은 기지국 단위에서도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만약 통신이 두절된다면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위 폭탄'이 되는 셈이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KT와 손잡과 5G와 V2X(Vehicle to Everything) 통합제어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차량용 5G 통신 모듈' 기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차량용 5G 통신 모듈’은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 실시간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고도화에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개발한 5G 통신 모듈은 통신칩, 메모리, RF(Radio Frequency, 무선주파수)회로, GPS 등을 결합한 형태다. 현대모비스는 이 기술을 우선 5G 통신 기반의 차량 텔레매틱스(Telematics)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텔레매틱스는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차량 정보를 외부 제어 센터와 교환해 사용자에게 안전, 편의, 인포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차량 원격 제어, 무선 업데이트(OTA), 실시간 교통 정보 공유, eCall(비상호출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텔레매틱스 기능이다.

최준배 현대모비스 커넥티비티·음향섹터장은 “기존 자율주행 센서와 IVI 기술 경쟁력에 더해 5G+V2X 통합 기술까지 융합해 차별화된 모빌리티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현대차와 함께 KT와 7500억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하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이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기반 기술도 선제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남궁훈(왼쪽) 홍은택 카카오 각자 대표가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업 가동 안됐다"…데이터 이중화 화두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장기화된 배경에는 데이터 백업과 함께 재난 후 복구에 필수적인 시스템 백업(이원화 스위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똑같은 데이터를 하나 더 복사해 놓은 데이터 백업은 이중화 조치라 하며, 데이털르 사용하는 시스템을 하나 더 마련하는 것은 이원화 조치라고 한다. 이중화는 백업, 이원화는 시스템 백업의 다른 말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장기화 된 건 원 시스템도 복구되지 않고, 이원화 스위칭도 작동하지 않아서다. 한마디로 판교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몰빵'한 셈이다. 

카카오는 메인 데이터센터인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약 3만2000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원화 스위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같은 수의 서버를 다른 곳에 가동해야 한다"며 "서버 분산 작업은 워낙 많은 돈이 들어 한꺼번에 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을 비롯해 전국 여섯 곳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이원화 스위칭을 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내년 경기도 안산시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완공돼야 이원화 스위칭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산 데이터센터는 12만 대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면서 "규모는 미정이나 경기도 시흥시에 제2 데이터센터도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화를 넘어 통신업체나 금융권 등과 같이 3중, 4중으로 백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확대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면 모빌리티 분야가 붕괴됐을 것"이라면서 "화재 뿐만 아니라 해킹, 테러 등에 대비해 백업도 3중, 4중으로 강화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