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대국민 사과… "뼈를 깎는 노력할 것"
상태바
허영인 SPC 회장 대국민 사과… "뼈를 깎는 노력할 것"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0.21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인 SPC 회장 대국민 사과…"뼈를 깎는 노력할 것"
안전사고 재발 방지 위해 3년간 1000억원 투자
노조 "노동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현실적 대책 마련해야"
허영인 SPC 회장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진행된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PC그룹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허영인 SPC 회장이 계열사 평택 제빵공장 직원의 사망사고에 대해 21일 사과했다. 이와 함께 재발방지 차원에서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기자화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었으며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 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허 회장외에도 황재복 SPC 사장, 이명국 파리크라상 대표, 황종헌 SPC삼립 대표,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가 참석해 함께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SPL의 강동석 대표는 경찰 조사와 관련해 사고 현장에 나가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소스 등을 섞는 기계)에 상반신이 끼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 회장은 사고 다음날인 16일 사고 직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으며 1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사측이 장례식장 조문객 답례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지원하는 등 SPC그룹의 대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를 비롯한 SPC의 외식·식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SPL 사업장 압수수색에 착수했으며 강동석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SPL의 안전관리책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안전관리 강화 위해 1000억원 투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허 회장의 사과에 이어 황재복 SPC 사장이 안전사고 방지 대책 및 안전관리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시행하기로 했다. SPL 외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해서 한국안전기술협회,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정받은 외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진단 결과를 반영해 안전 관련 설비를 도입하는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을,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황 사장은 "특히 SPL은 영업이익의 50% 수준에 해당되는 100억원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그룹 차원의 '안전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황 사장은 안전관리 인력과 역량을 강화하고,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을 적극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사장은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상담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대책 실효성과 사과 진정성 의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가 21일 SPC 본사 사옥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솔아 기자

한편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대책회의 등은 SPC그룹의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노조 측은 SPC 본사 사옥 앞에서 SPC그룹을 규탄하는 약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의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오늘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피해를 입었던 노동자 당사자들인데 이들의 출입을 봉쇄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가 맞냐"며 "노동자들이 얼굴 한 번 보자고 시위를 해왔으나 정작 만나야 할 노동자들은 만나지 않고 무슨 사과를 한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직후 SPC 본사 로비에서는 SPC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노조원들이 사옥 내부로 들어오려다 마찰을 빚기도 했다. SPC그룹 직원들이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며 사측 관계자 1명이 쓰러졌다.

권 변호사는 SPC 측이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SPC는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SPL 제빵공장은 이미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경영사업장 인증도 받아왔다"며 "진단같은 건 계속 해왔던 것들이고 신체가 접촉하면 기계가 멈추도록 하는 센서를 설치하는 등 위험한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현장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평소에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허 회장 등 SPC 경영진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이유로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데 따른 진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번지기 시작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인 20일 이번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지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권 변호사는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인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의 장기간 노동은 계속된다"며 "부당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한 뒤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한편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 평택역 광장에서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추모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화제와 함께 헌화행사 등을 진행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