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찰스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차기 보수당 대표 및 총리는 다음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총리는 "차기 대표 선거는 다음 주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보수당 의원들만 투표하고 전체 당원 투표는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직전에 총리실에서 회동했다.
예산안은 예정대로 10월 3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는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사실상 총리'로 불리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아예 총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9월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역대 가장 짧은 기간 재임한 총리라는 쓰라린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직전 기록은 1827년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며 '철의 여인'을 꿈꿨으나 금세 '좀비 총리'로 불리는 처지가 됐다.
새 내각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성급히 내놓은 감세안이 트러스 총리를 넘어뜨렸다.
9월 23일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 예산을 사전 교감이나 재정 전망 없이 던지자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 개입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트러스 총리가 이념에 매몰돼 감세를 통한 성장을 부르짖자 여당 의원들이 동요하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트러스 총리도 물러서기 시작해서 부자 감세, 법인세율 동결 등을 차례로 뒤집고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내쳤다.
이어 새로 온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폐기해버렸다.
그렇게 해서 금융시장은 안정됐지만 트러스 총리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까지 총리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보수당 의원이 17명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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