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우려 확산…제2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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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부실 우려 확산…제2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 오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0.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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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제2금융 부동산 PF 대출 잔액 112조2000억원
제2금융이 전체의 72% 차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가파른 글로벌 금리인상과 주택 시장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행사는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 사업이 끝나면 분양 수익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다. 자본금이 넉넉한 금융사의 경우 대출을 통해 보증 수수료와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겪으면서 금융사들은 PF를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만일 PF 대출이 연쇄적으로 중단될 경우 금융권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PF가 활발했던 제2금융권의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권과 2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말(38조8000억원)보다 73조4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2금융권 부동산PF 규모 80조원 넘어

업계에서는 특히 제2금융권의 부실 위험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2012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PF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그러나 비은행권의 PF 대출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14.9% 증가했다. 

실제로 보험사, 여전사(카드·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80조98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 PF의 72.1%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전 업종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16조5000억원) 수준에서 5년 반 만에 2.6배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여전사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26조8833억원, 저축은행의 경우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체 잔액과 연체율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0.50%로 6개월 전(0.18%)보다 0.3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금융권의 연체율이 높다. 여전사의 올해 상반기까지 연체잔액은 2289억원, 평균 연체율은 0.9%다. 3년 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연체금액은 150억원, 연체율은 0.1%에 불과했지만 2년 반 만에 9배 치솟은 셈이다. 같은 기간 보험사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0.33%, 1.76%로 각각 0.26%포인트, 0.55%포인트 상승했다.

레고랜드 부도 처리로 PF 시장 불안 확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PF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복잡한 PF 대출 구조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PF 대출은 관련 채권을 기반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끌어 모으며,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채무보증에 나선다. 지난 6월 말 기준 PF 유동화증권 관련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22조원으로, 2013년 말(5조8000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제로 이달 초에는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선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시행사인 강원도 산하 공기업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춘천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것이다. 

지자체가 보증을 선 대출도 믿을 수 없게 되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하락이 막 시작된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문제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한은도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채권매입·캐피탈콜 실시 고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규모에 비해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크지 않고 연체율도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험사의 경우 전체 PF 대출금액은 전체 운용자산의 4.7%에 불과하고, 전체 대출채권 잔액과 비교해도 15.9% 수준이다. 

다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치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채안펀드 여유재원 1조6000억원으로 채권매입을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콜(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실제 투자 시 필요 자금을 납입하는 방식)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비율 정상화 조치 유예 등 금융회사 유동성 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부동산 PF 시장 관련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가속하면서 대출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 만큼 부동산 PF 등 부실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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