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에 반도체 '회색시장'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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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에 반도체 '회색시장' 성행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10.19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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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도 수급 불균형 심해 단속 한계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반도체 수요는 치솟는데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회색시장에서 다급하게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반도체 수요는 치솟는데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회색시장에서 다급하게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전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중국 광둥성 선전 등지에서 반도체 '회색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통상 회색시장은 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있는 시장으로, 생산자의 공식 유통채널을 벗어나 물건이 매매되는 통로를 말한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수요는 치솟는데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회색시장에서 다급하게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내 반도체 회색시장은 전부터 존재했으나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로 급격하게 커졌다.

회색시장에서 거래되는 반도체는 브로커들이 제조사들에 초과 주문을 넣거나 재고 반도체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이익을 늘리기 위해 생산업체와 계약을 위반하는 방법 등으로 확보된다.

브로커들은 반도체 칩 판매 수수료를 받거나 사재기해 두고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사재기는 불법이라 중국 정부의 단속 대상이다.

회색시장에서 거래는 주로 위챗 메신저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가끔은 선전의 SEG 전자상가 등에서 오프라인으로도 거래가 이뤄진다. 현금거래만 가능하다.

브로커가 사재기한 칩을 나중에 얼마나 더 비싸게 파느냐는 운과 풍부한 현금, '꽌시'(關係·특수 관계) 등에 달려있다. 이들 모두가 돈벌이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 파산한 뒤 자살 등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은 더 좋은 관시를 위해 가끔은 반도체 제조업체 임직원에게 뇌물을 주기도 한다.

브로커들은 이렇게 구한 반도체가 어디서 왔는지 추적할 수 없도록 포장에 있는 라벨이나 정보를 지운다. 가짜 칩은 거의 없지만 폐차된 자동차 부품에서 중고 반도체를 재활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공식 유통 경로가 아닌 회색시장에서 거래된 반도체의 경우 안전성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잠김방지 제동장치(ABS) 브레이크 모듈에서 가짜 반도체가 고장 나면 그 결과는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필 쿠프먼 미국 카네기멜런대 전자·컴퓨터공학과 부교수는 "반도체는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활용 반도체는 예상보다 더 빨리 고장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파생 산업으로 '반도체 품질 검사기'도 등장했다. 이 검사기를 통해 라벨과 포장은 물론, 엑스레이로 반도체 내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체들의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회색시장의 반도체 가격 조작 여부를 조사해 3명에게 총 250만 위안(약 4억9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은 반도체 사재기가 여러 법 조항을 위반하며 브로커들이 중국 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회색시장을 단속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만 반도체가 품귀인 상황에서 회색시장이 타격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로 반도체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회색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 14nm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중국 승용차협회(CPCA)는 미국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부족을 악화시켜 암시장 활성화를 조장할 뿐이며 시장에서 또 다른 공포로 작용하면서 반도체 공급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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