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하늘길 열려도 '킹달러'에 발목…손님잡기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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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하늘길 열려도 '킹달러'에 발목…손님잡기에 사활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0.17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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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면세점 가격 경쟁력 약화
환율 보상제·대규모 할인행사로 '고객 잡기' 총력전
출혈 경쟁에 수익성 악화 우려도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구역에서 이용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면세업계는 '킹달러' 여파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환율 상승으로 면세점 판매 가격이 온라인몰이나 백화점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면세업계는 '환율 보상제'를 도입하거나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는 등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마케팅 총력전에 나섰다.

이달 한국면세점협회가 공개한 올해 8월 면세점 이용객 수는 내국인 88만 9910명, 외국인 14만 5863명으로 총 103만 5773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매출 1393억원과 외국인 매출 1조4309억원을 합쳐 약 1조 5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 매출보다 약 25.6% 늘었으나 전년 동기에 비교했을 때 신장률은 2.8% 수준이다.

면세점 이용객 수는 증가했으나 고환율에 쇼핑부담을 느끼는 내국인이 늘고, 외국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어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는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8월 내국인 고객 수는 지난 5월 대비 14.3% 증가했지만 객단가는 15만6592원으로 5월(15만7000원)보다 낮아졌다.

'출혈'에도 "소비자 붙잡는 게 먼저"…마케팅 총력전

롯데면세점 LDF PAY 증정 이벤트 안내 이미지. 사진=롯데면세점 웹사이트 캡처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 안팎을 넘나들면서 면세업계는 고환율 부담을 낮추기 위한 환율 보상제를 실시하는 등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부터 매장 기준 환율 및 구매 금액에 따라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LDF PAY(엘디에프 페이)를 증정하고 있다. 1250원부터 1400원까지 50원 단위로 구간을 나눠 혜택을 제공해오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1450원 이상 구간을 신설했다. 환율 1450원 기준으로 1만 달러 이상 구매한 내국인 고객들에게 기본 증정 및 결제 혜택, 환율 보상 혜택을 더해 최대 317만원의 엘디에프 페이(LDF PAY)를 돌려준다.

여기에 6일부터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하고, 주류 면세 한도도 1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확대하면서 롯데면세점은 주류 품목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선 발렌타인, 로얄 살루트, 조니워커, 헤네시 등의 제품을 3병 이상 구매 시 최대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시내점에서는 발렌타인 21년산 골든제스트와 수정방을 각각 50%와 40% 할인해 판매한다

신라면세점 서울은 다음달 14일까지 당일 면세 환율이 1400원 이상이면 구매 금액의 최대 14%를 해당 면세점에서 쓸 수 있는 'S리워즈 포인트'로 지급한다. 기존 7%에서 14%까지 보상 금액을 늘렸다. 

예를 들면 2000달러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총 혜택은 기존 환율 보상 혜택인 15만 S리워즈 포인트가 합산된 52만 S리워즈 포인트였다. 여기에 환율 보상 혜택이 29만 S리워즈 포인트까지 확대되면서 66만 S리워즈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리워즈 포인트는 1000포인트당 1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신세계면세점도 3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이 1450원 이상일 경우 최대 80만원을 보상해준다.

면세업계는 환율 보상 행사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온·오프라인에서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와 국내·외 인기 뷰티 브랜드 상품을 최대 80% 할인한다. 최근 면세점 효자 상품으로 등극한 주류 품목의 경우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선 발렌타인·로얄 살루트·조니워커·헤네시 등을 3병 이상 구매 시 최대 30%, 시내 면세점에서는 발렌타인 21년산 골든제스트·수정방을 각각 50%, 40% 할인해 판매한다. 

신세계면세점은 10월 한 달간 온라인몰에서 에스티로더·조말론·라메르·포레오 등 화장품부터 시계·패션까지 약 150개 브랜드를 최대 90%까지 할인한다.

신라면세점 모델이 면세업계 최초로 선보인 화상기반 비대면 상담 서비스 ‘라뷰온’ 오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은 구매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그룹과 협업해 면세업계 최초로 화상 기반 비대면 상담 서비스 ‘라뷰ON(온)’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쇼핑의 강점인 섬세한 고객별 맞춤형 상담을 온라인으로 구현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에스티로더, 라메르, 맥(MAC) 등 3개 인기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행하며 30여명의 화장품 전문 상담사를 통해 2000여종의 다양한 상품들을 추천한다. 신라면세점은 향후 화장품 및 패션 브랜드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보연 신라면세점 이커머스 팀장 상무는 “오프라인에만 할 수 있던 상담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서비스로 온라인 면세쇼핑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환율 보상제나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방식의 출혈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시점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면세업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강력한 혜택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연말까지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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