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균의 역사여행⑤…초장왕의 절영회 이야기
상태바
손봉균의 역사여행⑤…초장왕의 절영회 이야기
  • 손봉균
  • 승인 2017.11.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영회(絶纓會)는 ‘갓끈(모자의 끈)을 끊고 즐기는 연회'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해주거나 어려운 일에서 구해주면, 반드시 보답이 따름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 손봉균씨

 

중국 춘추시대, 기원전 590년경, 초장왕 시절

초장왕은 즉위 한지 3년이 지났으나 주색만 밝힐 뿐 한 번도 명령을 내린 일이 없었으며, 다음과 같은 글을 크게 써서 궁성을 들어오는 문 밖에 걸어 놓았다.

‘누구든지 짐을 간하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하리라’

신하들이 감히 간언을 못하고 있는 데, 신무외라는 대부가 간언을 하기 위하여 궁에 들어갔다. 초장왕은 여자들을 안고, 악공이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여 놀고 있었다.

대부 신무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가 수수께끼 같은 말을 했는데, 그 뜻을 알 수 없어 대왕께 들려 드리려고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몸에 오색찬란한 큰 새가 있었는데 그 새가 초나라 높은 곳에 앉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새가 나는 걸 본적이 없고 우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 새가 무슨 새냐고 묻는데 신은 그 수수께끼를 알 수 없습니다. <3년불비(3年不飛)>’

초장왕이 신무외가 풍자하는 뜻을 알고 대답하였다.

‘그것은 비범한 새다. 3년을 날지 않았다 하니 한번 날기만 하면 하늘을 찌를 것이며, 3년을 울지 않았다 하니 한 번 울기만 하면 반드시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대는 그 때를 기다려라’

이후 초장왕이 정사를 보기 시작하고, 눈부신 업적을 만들어 갔다.

당시 큰 나라였던 송나라와의 전쟁에서 송나라 우사 화원을 사로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다음에는 춘추시대의 2번째 패권국이면서 강대국으로 행세하고 있던 진(晉)나라와 싸워 진나라 장수 해양을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초나라 세력을 날로 강성해 졌으며, 초장왕은 천하패권을 잡기로 결심했다(나중에 패권을 잡아 춘추시대 5패의 한 사람이 되었다)

 

▲ 초 장왕이 전투를 떠나는 상 /바이두백과

 

초장왕이 오랑캐 육혼 땅을 치기 위하여 원정을 갔는데, 초나라 2인자인 영윤(초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의 2인자인 재상을 영윤이라 불렀음) 투월초가 불만이 있어 반역을 일으켰다.

그러나 초장왕이 투월초를 죽이고 반역을 진압하였다.

초장왕이 반역한 난을 평정하고 돌아와서, 반역을 진압한 신하들의 공로를 위로하기 위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궁중에서 성대하게 잔치를 차리고 모든 신하를 초대했다.

잔치는 해가 진후에도 계속되었으며, 촛불을 밝히고 잔치를 계속하였다.

초장왕이 잔치의 흥을 돋우기 위하여 사랑하는 허희(許姬)로 하여금 모든 대부에게 술을 따르게 하였다. 허희가 대부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는 데, 갑자기 괴상한 바람이 불어 모든 촛불이 일시에 꺼지자, 누군가가 허희의 허리를 슬며시 끌어안았다. 허희가 재빨리 그 사람의 관끈을 잡아끊었다. 그리고는 관끈을 초장왕에게 가지고 가서 ‘속히 불을 밝혀 관끈을 끊은 자를 잡으십시오’ 라고 아뢰었다.

초장왕이 황급히 분부한다.

‘아직 불을 밝히지 마라. 과인이 오늘 이렇듯 잔치를 베푼 뜻은, 모든 경들과 함께 서로 기뻐하기 위해서 이다. 경들은 우선 그 거추장스러운 관끈부터 일제히 끊어 버리고 진탕 마시라. 만일 관끈을 끊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는 과인과 함께 즐기기를 거절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면서, 모든 대부들이 관끈을 끊도록 하였다.

잔치가 끝나고, 허희가 초장왕이 일부러 범인을 잡지 않은 것을 불평하자, 초장왕이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자고로 임금과 신하가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실 때에는 서로 석 잔 이상을 못 마시며, 낮에만 마시고 밤에는 못 마시는 법이다. 그런데 과인은 오늘 모든 신하와 함께 취하도록 마시고, 또 촛불을 밝히면서까지 마셨다. 누구나 취하면 탈선하는 것이 인정이다. 만일 그 대부를 찾아내어 처벌하고 그대의 절개를 표창하고, 그 대부의 마음을 괴롭힌다면 모든 신하의 흥취가 어찌 되겠는가? 그렇게 되면 오늘 잔치를 차린 의의가 없지 않나뇨?

허희는 이 말을 듣고 초장왕의 큰 도량에 감복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 잔치를 절영회(絶纓會)라고 하였다.

 

▲ 중국 전국시대 /바이두백과

 

후에 초장왕이 정나라를 치러 갔다. 이 때 당교라는 장수가 선봉이 되겠다고 자원하여 선봉을 시켰더니, 정나라 교외에 갈 때 까지의 적을 모조리 무찔러 버렸다.

초장왕이 그 용기와 능력을 높이 사서 큰 상을 내리려고 하자, 당교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나는 이미 왕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힘써 싸운 것이므로 상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잔치자리에서 허희의 허리를 안은 장본인’이라고 하였다.

 

※ 염옹이 시로서 이 일을 읊은 것이 있다.

어둠 속에서 여인에게 손을 대는 것은 취한 사람의 상정이라

그런데, 아름다운 손이 바람처럼 관끈을 끊었도다

초장왕의 그 바다 같은 도량을 알 수 있으니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느리라

 

손봉균씨는
국토교통부에서 30년간 재직한 손봉균씨가 공무원 재직시의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통일후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효율적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시리즈로 제시한다. 이 방안은 북한개발을 앞당기고,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며, 통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방안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졸업, 행정고시 19회에 합격. 전 국토지리정보원장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