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미수금 상계처리하면 손실 크지 않아"
사우디 '네옴시티'는 안전?…업계 "이라크와 상황 달라"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한화건설이 14조원 규모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또다시 '중동리스크'에 대형건설사들이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건설 "이라크 NIC가 공사대금 지금하지 않아 계약해지"
한화건설은 지난 7일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공사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한화건설은 "NIC가 비스마야 공사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이라크 투자위원회(NIC)는 9일(현지시간) "(자금 조달 실패는) 이라크 정부의 지급 지연 때문이 아니라 한화건설 책임하에 있다"고 맞대응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사업비 12조9964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으로 25㎞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0만 가구 주택과 학교, 병원 등 19개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화건설 "미수금 상계처리하면 손실 크지 않아"
한화그룹이 12조원이 넘는 비스마야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NIC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사업 리스크가 커진 결과다. 두 사업을 진행하면서 받지 못한 미수금·미청구공사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8280억원(상각처리대금)으로 나타났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선수금으로 상계처리 하면 실질적 손실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시 협상이 열릴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더이상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화와의 합병 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화건설은 100% 모회사인 ㈜한화로 오는 31일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또다시 떠오른 '중동 리스크'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고속도로·발전소 등 공공시설 공사를 진행했지만 1992년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이 대금을 받지 못해 미수금 16억 5000만달러가 발생했다.
15년이 지난 2005년까지 미수금을 받지 못한 현대건설은 원금을 깎아주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이 전체의 80%를 탕감하고 20%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 총 6억8130달러만 받는 것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2006년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 간격으로 받도록 협상했다.
해외건설 수주를 기반으로 성장해오던 현대건설은 해외사업 리스크 때문에 2001년 3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5년 2개월 뒤인 2006년 5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사우디 '네옴시티'는 안전?…업계 "이라크와 상황 달라"
최근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 또는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자금조달 문제를 겪을 경우 부실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들어설 총 공사비 5000억달러(650조원) 규모의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Neom city)'를 수주하기 위해 국내 건설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시나이반도 인근에 건설되는 친환경 스마트시티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하나다.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로 5000억달러(약 650조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의 더라인 프로젝트 핵심 인프라 공사 중 하나인 철도 터널 공사 계약을 수주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라크의 경우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와 코비드19 등으로 인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 경우"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기때문에 미수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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