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악화하면서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역성장'했다. 오는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제품 판가 하락이 예상돼 당분간 '반도체 겨울'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앞서 금융투자 업계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매출 78조원대, 영업이익 11조~12조원대로 전망했다.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에 '어닝 쇼크'라는 분석이 새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73조9800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3%나 감소했다. 매출 70조원 이상은 지켰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줄었다. 

매출 70조원 벽을 지켜낸 건 세트(완제품)와 모바일 프로세서, 파운드리 등의 선전 그리고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폴더블과 플렉서블 등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가 한 몫했다. 여기에 고환율에 따른 이익도 거들었다. 다만 고환율의 경우 세트 부문에선 부정적 영향을, 반도체 부문에선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부진이다. 판매가격은 하락하고 수요도 감소하는 '더블 딥'이 현실화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15~20%, D램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의 경우 실제 경기나 수요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측하면 재고를 늘리고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면 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감산 대신 라인 효율화로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산유국의 감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는 0.75%씩 올리는 것)'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쳐있어서다. 

3분기 '어닝 쇼크'가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안 좋은 것은 주가에 아무런 재료가 안 된다"며 "지금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서는 단기 실적보다 장기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 당장의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면서 "지난해 3분기에는 시장 예상보다 실적이 훨씬 잘 나왔지만 그때부터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주가에 핵심 변수는 내년 업황과 거시적인 경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송명섭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내년 3분기에나 돌아설 것으로 보여 바닥을 찍으려면 멀었다"면서도 "다만 미래의 수요를 미리 알려주는 경기 선행지표들이 내년 1분기 중에 개선되면 그때부터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근창 센터장도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은 안 하겠다고 했지만 자연적 감산까지 배제하지는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재고도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2분기부터는 어떻게든 수급이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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