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뇌관 '가계부채'…시중은행, 대출잔액 줄어도 '리스크 부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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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뇌관 '가계부채'…시중은행, 대출잔액 줄어도 '리스크 부담'은 여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0.0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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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9개월째 감소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원 기록…3개월새 6조원 늘어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부담 더 늘어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연속된 금리인상에 차주들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있지만, 가계신용 잔액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누증되면 실물경제 변동성이 확대돼 대내외 충격에 취약해지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금융불균형이 심화되면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기업투자가 줄어들어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기업대출은 증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95조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696조4509억원 대비 1조3679억원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529억원이었지만, 9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감소하며 약 14억원이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부채를 상환한 차주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러한 하락세는 주로 신용대출이 견인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508조3777억원)은 전월 대비 1조754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125조5620억원)은 2조519억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134조1976억원)도 전달 대비 2896억원 증가하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100조4823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594조4167억원으로 각각 전월 대비 3조7332억원, 3조7387억원 늘었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 1869조원…역대 최고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감소세지만 전체적인 대출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가계신용 잔액은 3개월만에 6조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부채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월 말보다 6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전분기(5.4%)보다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전년동기대비 3.2% 늘었다. 부채보유 가구당 1억3661만원의 빚이 있는 셈이다.

시장금리가 인상되면서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대출 금리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7조4616억원으로 전월 대비 262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도 9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새 2000억원이 증가했다.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는 개인사업대출 외에도 개인 자격으로 주담대 등 가계대출까지 끌어다 쓰기 때문에 부실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과 비교해 44.7% 늘었다. 대출액도 같은 기간 162조4311억원에서 195조3839억원으로 반년 사이 20.2% 늘었다. 다중채무를 지닌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1위…금리상승 리스크 커

한국은 국제금융협회(IIF)가 조사한 36개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1위인 국가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부실 우려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인 2.5%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피치는 국가채무 비율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금융 부문 리스크 확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국가신용등급 조정과 관련된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역시 지난달 26일 진행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이에 대해 "낮은 연체율, 높은 고신용차주 대출 비중, 금융기관 건전성 등 고려시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취약 계층의 상환 부담 완화를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금리 인상기조 강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 상승과 대내외 여건 악화가 맞물릴 경우 취약차주, 과다채무자 등의 대출상환 어려움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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