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간 '줍깅족'의 3일....'해양쓰레기수거'에 인색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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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간 '줍깅족'의 3일....'해양쓰레기수거'에 인색한 대한민국
  • 한동수 기자
  • 승인 2022.10.0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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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학림도, 오곡도에서
1~3일 연휴기간 민관합동 해양쓰레기 수거활동
정화활동에 마대자루 187개 해양쓰레기 수거 
도시처럼 해양쓰레기 배출→수거 시스템 갖춰야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줍깅족'은 지난 2019년 국립국어원이 선정한 우리말이다. 지구 환경 오염 쓰레기를 줍고 환경 오염을 막는 활동을 한 후 현지에서 조깅 등 각자 스포츠나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처럼 섬이 많은 나라에선 태풍이 지난간 후 섬으로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나라 섬에 거주하는 인구는 점차 줄고 있다. 태풍으로 쌓인 해양쓰레기를 거주민들 스스로 수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3일 연휴기간 '줍깅족'들이 국립공원공단, 녹색연합등과 함께, 태풍이후 해양쓰레기에 취약한  섬으로 떠나 해양 쓰레기를 줍는 행사를 가졌다. 

민관이 힘을 합쳐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한 시간이었으나 아쉬움도 남았다. 해양쓰레기를 참가자들이 주워 담아도, 곧바로 육지로 이동시킬 배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해양쓰레기를 모아둬도 수거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에서 쓰레기수거 만을 전담하는 배는 지자체별로 한두척에 불과하다.   

지난 1~3일 연휴기간 동안 녹색연합과 그린백패커(자발적시민모임·줍깅족), 한려해상국립 공원동부사무소(이하 국립공원공단)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학림도와 오곡도(무인도)에서 해안쓰레기 정화활동을 펼쳤다.  

경남 통영 학림도와 오곡도에서 지난 1~3일 2박3일간 해양 정화활동을 펼친 줍깅족들과 녹색연합, 국립공원공단 참가자들. 사진=녹색연합
경남 통영 학림도와 오곡도에서 지난 1~3일 2박3일간 해양 정화활동을 펼친 줍깅족들과 녹색연합, 국립공원공단 참가자들. 사진제공=녹색연합

지난달  사상 초유의 힌남노에 이어진 난마돌이 지나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은 해양쓰레기로 뒤덮였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학림도는 경남 통영에서 남쪽으로 약 13km 지점에 위치하며 한산도와 한 때 대통령 휴양지였던 저도와 인접해 있다. 그러나 학림도의 지형적 특징으로인해 해양으로부터 밀려온 쓰레기들은 섬  곳곳에 쌓여 경관을 망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주거 환경도 해치고 있다. 다섯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오곡도는 정기도선이 없는 오지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7월 녹색연합 등의 정화 활동 이후, 힌남노 등으로 인해  또 다시 쓰레기로 덮인 학림도와 거주주민이 적은 오곡도에서 정화활동을 실시했다. 이번 정화활동은 녹색연합과 줍깅족들의 참여와 국립공원공단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사됐다. 오곡도는 수심이 얕아 소형 배가 아니면 접안이 어려운 구조로, 국립공원공단은 이를 위해 마을 어촌계에서 어선을 섭외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연휴기간동안 통영 학림도와 오곡도에서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모습. 사진=녹색연합
지난 1~3일 연휴기간동안 통영 학림도와 오곡도에서 정화활동을 벌인 후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참가자들이 안전한 곳에 모아놓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지난 1일 그린백패커와 녹색연합 활동가 12명, 국립공원공단 8명은 학림도에서 정화활동을 진행했다.

대상지는 1차 때보다 넓은 해안으로 해안쓰레기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 불가능했다. 3시간 동안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실제 냉장고 2대와 대형마대자루 32개를 포함해 일반 마대자루 113개, 스티로폼만 모은 그물망 총 4개 분량이다.

해양쓰레기 ㅎㅎㅎ
지난 1일 통영 학림도 해안에 떠내려온 냉장고를 수거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녹색연합

해양쓰레기는 침적, 부유, 해안 쓰레기로 구분된다. 이 중 해안가 쓰레기는 각 지자체에 관리 책임이 있으며 시민 참여가 매우 활발한 영역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에서 '줍깅', '반려해변' 등 해안가 정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정화활동의 둘째날이었던  2일은 학림도에서 배로 약 15분 가량 이동거리에 있는 오곡도에서 정화활동이 이뤄졌다.

오곡도는 5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정화 대상지는 몽돌과 바위로 이뤄져 있어 정화활동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오곡도 해안에선 태풍이 지난간 후 스티로폼을 비롯하여 통발, 그물, 어선용 깃발 등 폐어구가 쏟아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뒤엉킨 그물, 통발의 철사 등 폐어구가  몽돌과 무거운 바위 속에 깊이 박혀 낫으로 일일이 절단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모래 해안인 학림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쓰레기가 노출된 부분만 끊어내고 수거했을 뿐, 특수 장비로 파내지 않는 한 제대로된 정화는 불가능했다. 

해양 정화활동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화활동을 마친 쓰레기의 2차 수거다. 국립공원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배는 접안이 어려운 관리 목적의 배로 정화활동에 이용되기에는 기능면에서 떨어진다. 이들 배에는 정박시설이 없는 다도해에 접안역시 쉽지 않다.   

이에 이번 정화활동에 참여자들은 다도해 정화활동이후 모아둔 쓰레기가 다시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켜 둬야 했다. 쓰레기 수거 배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고, 그 배가 오더라도 기후와 바다 상황에 따라 접안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단체와 정화활동 참여자들은 애써 수거해놓은 쓰레기들이 다시 그 섬에서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도해 정화활동 참가자들은 "정부든 지자체든 다도해 정화활동과 동시에 해양 오염물질 수거 배를 출동시키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우리 생태계를 지키는데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화활동에 참여한 강순성 국립공원공단 해양관리팀장 팀장은 "시민들이 자주찾는 해안가 해양 정화활동에 시민들의 참여는 용이하지만 작은배가 아니면 접안도 어려운 오곡도와 같은 작은섬에서 민관 공동 정화활동이 펼쳐졌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이번 정화활동은 지자체에서 관리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해상국립공원의 새로운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줍깅족인 김명진씨는 "해양폐기물을 비롯한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이 많이 발전해 백패킹, 수중다이빙 등 다양한 국민들의 레저활동이 공익활동과 연결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애써 쓰레기를 주워도 바로 갖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의 한 관계자는 "도시에서는 매일 해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해도, 배출과 수거, 사후처리의 체계가 갖춰져 도시의 생활이 유지된다"며  "결국 해양쓰레기 또한 예산과 인력의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화활동이 펼쳐진 학림도 이장은 "전국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학림도 주민들을 대신해 정화활동을 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해안 정화 활동은 바다생태계를 위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주거환경을 함께 개선시키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양쓰레기 냉장고
해양쓰레기 수거에 연휴를 반납한 시민들과 녹색연합, 국립관리공단 직원 등이 해양쓰레기 수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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