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한국경제]③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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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한국경제]③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온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3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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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수준,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가계·기업 빚 4698조…GDP 比 2.2배
MZ세대 사상 최대 부채…커지는 이자 부담
엇박자 나는 윤석열 정부 대응

 

코로나19 등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가계부채 폭탄이 돼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악재)'이 몰려오면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쌓이는 재고로 시름하는 한국경제는 강달러라는 강력한 펀치에 또 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외 여건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의 각종 보호무역 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929년 세계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공통적인 원인으로 '가계부채'가 꼽힌다. 급격한 가계 부채 증가가 필연적으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 대공황과 글로벌 경제위기가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도 심각하다. 다만 당장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나 소비 급락을 유도할 만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주요국 대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OECD가 집계한 한국의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구 부채 총액 통계를 보면 2008년 138.5%였던 것이 지난해 200.7%로 급증했다. 사용 가능한 연소득 대비 두 배 이상의 빚을 한국 가계가 지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7년 미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구 부채 총액은 144.7%였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韓 가계부채 수준,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계 빚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가계 부채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7일 코로나19 위기(2020년 1분기~2022년 2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수준을 과거 경제 위기 때와 비교한 결과 가계의 금융불균형 정도는 78.5로 장기평균(50.0)을 웃돌았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균형 정도 75.4는 물론 외환위기 당시 52.5와 비교해도 높다. 금융불균형이란 가계·기업의 신용(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과도하게 늘었는지를 의미한다. 가계 금융불균형이 높아졌다는 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계신용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는 뜻이다.

반면 코로나 대유행 기간 기업의 금융 불균형 정도는 71.9로 외환위기(89.5)나 금융위기(76.3) 때보다 낮았다. 다만 장기평균 수준(50.0)을 크게 웃돌았고,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채권·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 수준은 외환·금융 위기 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수준은 56.1로 장기평균 수준(50.0)을 소폭 상회했지만, 외환위기(88.0)나 금융위기(74.0) 시기와 비교하면 안정적 수준이었다. 대외채무 수준도 양호한 상태로 분석됐다.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으로 평가한 대외채무 수준은 43.6로, 장기평균 수준(50.0)은 물론 외환위기 때 수준(91.2)을 크게 밑돌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 대유행 영향으로 신용시장의 불균형이 특히 심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책당국이 가계·기업의 신용 증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민간신용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외환·주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 리스크 확대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와 기업의 빚이 국내 GDP의 2.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기업 빚 4698조…GDP 2.2배 '사상 최대'

한국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올해 상반기 말 47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민간부채 증가세가 이전보다 둔화되면서 그간 누증된 금융불균형은 소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간한 ‘2022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1.2%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4.4%p 상승했다.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약 4698조4000억원 규모로 늘면서 명목 GDP의 2.2배를 넘어섰다. 다만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민간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민간신용 규모는 전분기(220.9%)와 비교해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민간신용 규모는 지난해 말 4540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4633조2000억원, 2분기 말 4698조4000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올 들어 증가세는 이전보다 둔화된 모습이다.

민간신용을 부문별로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9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3.2%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2476조3000억원으로 10.8% 늘었다.

보고서는 “가계신용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규제 강화, 자산가격 조정 우려 등으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말 7.7%였던 가계신용 증가율은 올해 1분기 말 5.4%, 2분기 말 3.2%까지 낮아졌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년 전보다 0.6%p 하락한 104.6%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신용은 대출금리 상승에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올해 2분기 말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5%p 상승한 116.6%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대출의 경우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줄었지만, 기업의 시설·운전자금 대출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취급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회사채는 올해 2분기 기업신용 리스크 부각 등 발행여건 악화로 3조4000억원 순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의 기조적 인상으로 경제주체의 위험선호가 약화되고, 자산가격과 민간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중장기적 금융취약성의 요인이 되는 금융불균형이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모두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인데, 연말까지 2회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된 상황이다.

MZ세대의 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MZ 사상 최대 부채…옥죄는 이자 부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척추 역할을 하는 20대에서 40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MZ세대'의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더욱이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연 7%를 넘어 올 연말 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이날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3~7.281%로 상단 금리가 7%를 넘어섰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은  2010년 3월2일(5.14%) 이후 약 12년 7개월여 만에 5%를 넘나들고 있다. 

금융 업계는 연말까지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8%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을 밟은 여파로 한국은행이 오는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최대 1%p까지 올릴 가능성이 생기면서다. 동시에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상방을 향하고 있다. 준거금리인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흐림이 심상치 않다. 코픽스는 은행 예·적금에 영향을 받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8월 기준 코픽스는 2.96%로 2013년 1월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4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0일 기준 4.4~6.828%로 상단이 7%에 근접했다. 

대출금리가 7%에 이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령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방식) 4억원을 4% 금리로 빌린 차주가 있다고 하자. 금리가 4%에서 7%로 바뀌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기존 191만원에서 266만원으로 75만원 늘어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 차주 1인당 연이자 부담이 16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8월까지 한은은 모두 6차례 0.25%p 인상했다. 1년6개월 사이 대출자 1인의 이자 부담은 112만7000원 가량 늘어났다. 이를 가계부책 총액 1869조원과 변동금리 비중(76.1%)를 고려해 따져보면 대출자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올 연말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약 24조원에 이른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지난 4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내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엇박자 나는 윤석열 정부 경제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빚'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발표 직후 “전제조건에서 벗어났다”며 빅스텝을 시사했다. 그런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미국 금리 인상을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이기도 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인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흑자이니 염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지만, 한은은 8월부터는 경상수지마저 적자일 가능성을 경고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전략에서도 불협화음이 이어진다. 정부는 강달러에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다 돌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기업의 해외보유자금과 민간의 해외자산 국내 유치 등 대응책을 쏟아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과 관련해 하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통화 스와프도 (한미 정상회담에)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이 총재는 바로 다음 날 "이론적으로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미진한 것 같아 송구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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