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직구'도 지각변동...미국은 줄고 일본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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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에 '직구'도 지각변동...미국은 줄고 일본은 늘어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9.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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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직구족들 "가격 메리트 낮아져"
美 직구 금액 감소세…하반기도 불안
엔화 약세에 日직구 시장은 활성화 움직임
해외직구 일러스트. 출처=연합뉴스
해외직구 일러스트. 출처=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1440원을 돌파하는 등 '킹달러'(달러화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직구(직접구매)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고환율로 인해 해외 직구의 가격 경쟁력이 힘을 잃으면서다. 

미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구매나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직구의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외 직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네이버 카페에서 한 소비자는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미국 브랜드 신발을 직구하려다 깜짝 놀랐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브랜드는 국내에도 입점했지만 미국 공식 홈페이지(공홈)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비교적 저렴해 항상 직구를 선택했다"며 "그런데 오늘 미국 공홈에 게재된 가격을 네이버 환율 계산기로 환산해보니 국내 공식몰에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걸 알게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미국 공홈에서 110달러(29일 기준 약 15만 8500원)에, 국내 공식몰에서는 15만원에 판매됐다. 

해외 직구 시장의 위축은 상반기부터 나타났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 32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1조 3714억원보다 5.1% 줄어든 수치다. 

특히 2분기 미국을 통한 직구 금액은 1분기 5543억원에서 7.6% 감소한 512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자 해외 직구 시장은 하반기에 더욱 위축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직구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고환율, 고물가로 인한 직구 상품의 가격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할인 행사를 벌이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직구 관련 프로모션을 활발히 전개했던 카드사들이 타겟을 바꿔 해외여행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해외 직구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로는 11번가가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미국 아마존의 인기 상품을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11번가는 높은 환율에도 아마존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할인율이 높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 상황과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인율을 정교화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통한 직구 규모는 줄어든 반면 일본 직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그간 일본 직구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배송대행료가 비싸고 서비스 업체도 적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 됐었다. 그러나 엔화 가치의 약세가 지속되며 가격 메리트가 생기자 직구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었다. 

올해 초 100엔당 1030원대였던 환율은 29일 기준 99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4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93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앞선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일본 직구 금액은 올해 1분기 929억원에서 2분기 1083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1.1% 늘어난 수치다. 

코리아센터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은 올해 4~6월 일본 배송대행 건수가 전년 동일 기간 대비 17.3%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엔화 가치는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미국 직구를 잠시 쉬면서 국내나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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