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가계대출 금리 추월…이자 부담으로 부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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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가계대출 금리 추월…이자 부담으로 부실 가능성↑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2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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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기업대출 금리 최고 4.47%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 1146조1000억원…역대 최고
기업 감당 가능한 기준금리 수준 2.91%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리 상승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업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규모마저 커지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을 찾은 결과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자 부담이 커졌을 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8월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4.45%로, 가계대출 금리(4.42%)를 0.03%포인트 앞질렀다. NH농협은행 기업대출 금리 역시 가계대출 금리(4.21%)보다 높은 4.26%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달보다 0.33%포인트 상승한 4.34%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금리 인상 폭은 가계대출금리 인상 폭인 0.10%포인트를 웃돌았다. 

하나은행의 8월 기업대출 금리는 4.20%에서 4.47%로 0.27%포인트 증가하며 가계대출 금리(4.33%)를 뛰어넘었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금리 역시 지난달보다 0.40%포인트 상승해 4.47%를 기록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1146조원으로 '사상 최대'

금리 상승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146조1000억원으로 한 달 새 6조원이 늘었다. 이는 작년 말 대비 7.6%(80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특징적인 점은 중소기업대출과 대기업대출 규모가 동시에 늘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대출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과 중소법인의 운전·시설자금 수요가 늘면서 5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했다.

대출은 주로 중소기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82.3%(943조5000억원)를 차지했다. 

회사채 3년물 금리 2.6배 치솟아…은행 금리도 급등

이렇듯 은행 기업대출이 급속히 늘어난 배경으로는 회사채 금리 급등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이 회사채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의 기업대출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189%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1년 전 같은 날(1.996%)과 비교하면 2.6배가량 치솟은 셈이다. 

또한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연 11.043%를 기록했다. 1년 전(8.218%)과 비교해 3%포인트 이상이 올랐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은행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기업대출금리는 가계대출금리보다 0.5~1%포인트 낮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대출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대출 금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중소기업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66~4.24%로 집계됐다. 지난 1월(2.72~3.43%)과 비교해 하단이 0.94%포인트, 상단은 0.8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기준 4.27~4.59%로 지난 1월(3.88~4.33%)과 비교해 하단이 0.26%포인트, 상단이 0.71% 늘었다.

기업 61%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서는 '이자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가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지출되는 생산·운영비용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수준으로 3.00%를 꼽은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으나 현재 금리수준인 2.50%를 꼽은 기업도 23.1%에 달해 전체 응답결과의 가중평균값이 2.91%를 기록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 이후 사업재편, 신규사업 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채무부담이 더욱 크다"며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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