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한국경제] ② 다가온 '인구절벽' 시대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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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한국경제] ② 다가온 '인구절벽' 시대의 생존법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9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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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7년 청년 1명이 노인 1명 부양
인구절벽, 韓 상장 동력 상실로
인구감소, 해외로 눈돌리는 기업들
尹 "기회 다시 없어" 범부척 대응 주문
서울 한 병원 신생아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악재)'이 몰려오면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쌓이는 재고로 시름하는 한국경제는 강달러라는 강력한 펀치에 또 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외 여건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의 각종 보호무역 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00년대 중반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50년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감소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5%대에 달했으며 미국과 중국에 기댄 수출 호조로 한국경제는 큰 탈 없이 굴러갔다.

십수년이 지나 2022년.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전 세계를 엄습한 코로나19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악재 등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른다. 한국경제 역시 지난 5년간 평균 성장률이 3%에못미친다. 어느덧 성장률 3%는 지상 목표가 됐다. 정부는 경제 성장을 사수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각종 부양책을 펼쳤지만 시중에 풀린 넘쳐나는 자금으로 이 마저도 더 이상 선택지에서 제외된 상태다. 

십수년 전 예견했던 잠재성장률 1%대로 추락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6~2030년에 1.8%, 2031~2035년에는 1.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2050년이라고 점쳤던 기존 전망을 20여년 앞당긴 것이다.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이 인구 감소 등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다. 

2067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인구가 같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2067년 생산인구와 노인인구 같아져

45년 후인 2067년이면 생산가능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같아진다는 통계청 추정치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다른 말은 젊은 노동력 감소로 결국 한국의 국가 생산성 저하를 의미한다. 또 인구 감소와 맞물려 소비 역시 줄어들어 경제성장의 둔화 원인이 된다. 납세자가 줄어드는 반면 의료와 복지 등 비용이 증가해 경제성장 동력이 마비된다. 

통계청 추계 자료를 보면 올해 3667만 명을 기록한 생산가능인구는 2038년 처음으로 2000만 명대(2963만 명)로 줄어든다. 이어 2062년1000만 명대(1985만 명)로 떨어진다. 40년 뒤엔 생산가능인구가 지금의 54.1% 수준으로 추락한다. 생산가능인구의 회복 가능성도 어둡다. 유소년 인구(0~14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인구 중 21%였던 유소년 인구는 현재 608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11.8%에 그친다. 

자연스럽게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의무도 커진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와 통계청 추계를 종합하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24.6에서 2036년 51.5로 2배를 넘긴다. 이어 2067년에는 100.1로 사실상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인구가 같아진다. 지난해 기준 국내 합계 출산율은 0.808(0.81)명이다.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향후 출산율을 2.1명으로 끌어 올려야 한국이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18년 합계 출산율이 처음 1 이하로 떨어진 이후 반등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합계 출산율은 2017년 1.05,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 2021년 0.81명이다. 급기야 저출산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총인구가 감소했다. 

지난 6월25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는 문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한국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출산율이 2.1명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만약 출산율이 이 상태로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 6% 수준까지 감소하고 인구 대부분은 60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3월 1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 준공식에서 아이오닉5에 서명하고 있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구 감소, 해외로 눈 돌리는 기업들

'인구절벽'에 따른 내수 시장 위축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스마트폰 등 소비재를 비롯해 전통적인 내수산업인 식품과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T기업 나아가 보험 등 금융업까지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민 한 명당 스마트폰 한 대, 인구 두 명당 자동차 한 대를 보유한 상황에서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소비재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올해 국내 판매 목표량은 약 129만대다. 20년 전인 2002년 122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판매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약 151만대였던 것이 올해 약 618만대(목표)로 20년 사이 세 배 가량 늘었다. 이 시기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95% 수준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스마트폰을 최소 한 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늘어나는 해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해외 현지에 직접 진출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인구 1억~3억명에 달하는 국가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준공했으며 이르면 2024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 박닌성·타이응우옌성에 스마트폰 공장을 운용 중이다. 이들 베트남 공장에서 삼성전자의 연간 생산량인 약 3억대의 스마트폰 중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로 판매된다. 

식품·통신 등 내수시장 성격이 강한 산업군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제과와 라면, 냉동 제품 등 가공식품의 주요 소비층이 급감하면서 내수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해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가동했다. 이곳에서 비비고 만두, 햇반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로 판매한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해외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현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은 북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LA에 제2 공장을 조성했다. 농심은 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을 현 30%에서 2025년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통신 3사도 해외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인구절벽으로 통신서비스 가입자 수가 정체된 게 가장 큰 이유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플랫폼과 콘텐츠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연내 유럽, 북미 등에서 선보인다. KT 또한 올해 베트남에서 원격진료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며 LG유플러스는 K-팝 아이돌 전문 미디어 서비스 '아디돌플러스'의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할 방침이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 또한 내수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만큼 글로벌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의 잰걸음을 걷는다.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또한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 명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 명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확대에 대한 의지를 더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손해보험 1위 삼성화재는 오는 2027년까지 일반보험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0%에서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화재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영국, 미국, 싱가포르, UAE, 러시아 등 7개국에 진출해 있다. 손보업계 2위인 현대해상은 인도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도 '젊은 국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범부처 간 합동대응을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尹 "인구위기 기회 다시 오지 않아"…범부처 대책 주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인구위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각오로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면 개편을 포함해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축소사회 도래 ▲초고령사회 진입 등 3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환경 개선을 위해 ▲고용 불안 ▲주거 부담 ▲출산·육아 부담 ▲교육 부담 ▲일가정 양립 등 5대 출산 저해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 임기 내 추세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자"면서 "모든 부처는 정책 추진 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동력 하락 등 인구 정책의 관점에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성장의 볼륨을 높이는 한편 돌봄과 교육에 있어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양질의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짚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향후 정부는 2006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개편을 시작으로 각계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이른 시일 내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 처음 저출산 예산이 편성된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380조2000억원이다. 이 기간 태어난 출생아 수는 626만1467명으로 단순 계산으로 아이 한 명당 6000만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절벽 위험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정책의 일차적 관심은 '삶'이 돼야 한다"며 "출산을 높이고자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국민을 출산의 도구처럼 인식하게 하는 방식보다 출산이 높아질 수 있는 삶의 환경을 보호하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보다는 상생, 능력보다는 협동과 연대, 줄세우기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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