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약세] ② 달러·원 1440원 돌파…전문가 "제2외환위기 가능성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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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통화 약세] ② 달러·원 1440원 돌파…전문가 "제2외환위기 가능성은 제한적"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28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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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장중 1440원 넘어서
외환보유액 1년새 6% 하락…"아직은 양호한 수준"
노무라증권, 외환보유고 이외의 환율 방어 수단 충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달러·원 환율이 지난 22일 이후 연속 1400원대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등이 겹친 결과다. 특히 일본과 중국, 한국 통화들이 취약성을 보여 아시아권 제2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과 중국, 일본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각국 부채가 급증하고 물가 상승세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짐에 따라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40.7원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고가 1488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27일 114.1로 마감한 이후 이날도 114원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 강세를 반영해 위안·달러 거래 기준환율을 0.0385위안(.054%) 올린 7.1107위안에 고시했다. 달러당 위안화는 한때 7.22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장 은행간 거래 마감가는 7.1508위안이었다. 엔·달러 환율 역시 144.8엔 내외까지 오르며 일본은행(BOJ)의 '개입 레벨'인 145엔 부근까지 다가섰다.

노무라증권 "외환보유액 이외 환율 방어 대안 마련해야"

글로벌한 달러 강세 상황에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환율 방어를 위해 좀더 광범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홍콩 소재 노무라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수출업체들의 외환 매각을 의무화하고 무역계좌에 제약을 가하며 자본유입을 촉진할 방안을 내놓는 등의 조치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각국은 2013년 금리발작을 겪고 최근 몇 년 사이 외환보유액을 늘려 환율을 방어했다. 그러나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가운데 외환보유고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639억3000만 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액은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달 기준 4364억3000만 달러로 약 275억 달러(5.9%)가량 줄었다. 

홍콩의 경우에도 작년 말 대비 8월까지 600억 달러가 줄었다. 500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4400억 달러까지 줄어든 셈이다. 

노무라에 따르면 인도는 현선물 시장에서 루피화를 지지하기 위해 올해만 751억 달러를 썼고 중국 396억 달러, 태국 269억 달러, 한국이 167억 달러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노무라는 한국의 경우 공기업의 해외 수익을 자국으로 송금하고, 자국민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세금혜택을 제공하며 자본유입을 촉진할 조치를 도입할 것을 조언했다. 

일본의 경우 국민연금과 다른 금융기관들의 해외 자산을 청산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중국은 바람직하지 않은 자본유출 경로를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충고했다.

은행권 원화 약세 대비…한중일 비교시 원화 약세 속도 가장 빨라

가파른 원화 약세에 외환당국이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점검에 나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었을 때를 가정한 리스크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 통화긴축으로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원화는 타국 통화 대비 약세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서 달러·원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주요국의 통화 절하율을 보면 26일 기준 원화는 8월말보다 6.5%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중국 위안화는 3.8%, 일본 엔화는 3.4% 절하됐다. 유로화와 호주 달러도 각각 4.1%, 5.1% 절하됐다. 

특히 은행들이 주시하는 것은 외화 유동성비율(LCR)이다. 5대 시중은행의 외화 LCR은 KB국민 120.00%, 신한 134.21%, 하나 133.67%, 우리 107.27%, NH농협 109.26%다. 모두 하나같이 규제비율 80%를 넘겨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들은 환율 급등이 기업 외화대출 등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자체는 우려가 적다 해도 원자재 수입 등 환율 민감업종의 경우 환율 급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에 취약한 기업여신이 부실을 기록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업권별 환율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외화 거래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재무비율 악화 등에 대한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만 BIS의 기준을 제외하면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적정 규모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며, 나라별 외환보유고 규모를 비교해 봐도 전세계 9위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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