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겨도 맛은 똑같아"…외면받던 '못난이 농산물' 고물가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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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겨도 맛은 똑같아"…외면받던 '못난이 농산물' 고물가에 인기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9.28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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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농산물보다 20~30% 저렴
폐기 비용과 온실가스 줄이는 효과도
대형마트 업계 "물가 안정 노력 지속
모델이 홈플러스 '맛난이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모델이 홈플러스 '맛난이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농산물 물가 상승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못난이 농산물' 판매가 활발해졌다.

못난이 농산물이란 맛과 영양 측면에서는 일반 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으나 모양이나 크기가 기존 규격에 맞지 않아 정상적으로 판매되지 못했던 농산물을 말한다. 그간 대부분의 못난이 농산물은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어 왔으나,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연일 치솟았던 농산물 물가는 추석을 기점으로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는 8987원으로 전날보다는 3.4% 하락했지만 지난해 가격인 5530원과 비교하면 약 63% 올랐다. 같은 날 양배추 1포기 가격은 4208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34% 올랐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는 소비자의 밥상 물가 부담을 줄이겠다며 일부 기업이나 유통채널에서만 판매됐던 못난이 농산물 취급을 늘리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친환경적…소비자 반응도 긍정적

대형마트의 '못난이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 상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태풍 피해로 어려움을 겪은 농가를 돕기 위해 ‘맛난이 농산물’을 최대 20% 할인 판매한다고 일 밝혔다. 못난이 농산물을 '맛난이 농산물'로 명명하고 판매 확대에 나선 것. 

이에 따라 오는 28일까지 전국 홈플러스에서 ‘맛난이 채소’ 3종을 할인가에 선보인다. 먼저 맛난이 무는 1590원, 맛난이 작은 양파는 3190원, 맛난이 감자는 1990원에 판매한다. 해당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진행하는 것으로 할인 판매를 통해 고물가시대 고객 장바구니 물가 부담 절감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맛난이 무’의 판매량은 일반 무 대비 약 45%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태은 홈플러스 채소팀 바이어는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고 태풍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고자 이번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행사를 지속해서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롯데마트는 '상생 과일·채소' 라는 이름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8월1일부터 28일까지 상생 과일·채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못난이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어글리어스, 예스어스 등의 구독 서비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일회성으로 판매하지 않고 꾸준히 구독자에게 배송하기 때문에 농가의 새로운 판로 기능하고 있다. 

물가 부담으로 저렴한 농산물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뿐 아니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도 못난이 농산물은 합리적인 선택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못난이 농산물은 그동안 외형 때문에 다량 폐기처분됐다"며 "못난이 농산물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폐기 처분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비용, 또 농산물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할인 행사 지속…물가 상승세 진정될까

이마트 샤인머스캣 매대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대형마트 업계는 못난이 농산물 판매 외에도 가격 방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29일부터 전년보다 1개월 가량 앞서 ‘절임배추’의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 

배추 가격 폭등으로 올해 김장을 포기하려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가운데, 가격 상승으로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개월 가량 앞서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롯데마트는 절임배추 고객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11월 초부터 사전예약을 진행한 바 있다. 

롯데마트가 이번에 선보이는 절임배추는 해남 향토 절임배추 20kg과 산지뚝심 영월 절임배추 20kg 두 가지로, 각 3만 9900원, 4만 5900원이다. 롯데마트 측은 "현재 배추 시세를 감안하면 약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200톤의 대량 물량을 사전 협의해 현재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공략에 나섰다. 연휴 기간 동안 ‘과일, 한돈데이’를 열고 샤인머스캣, 홍시, 골드키위, 사과, 삼겹살, 목심 등 신선 먹거리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최근 장바구니 물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의 먹거리 부담을 덜고자, 농협, 지자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등과 협업하여 이번 행사를 파격가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떨어지면서 물가 급등세 진정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8월(4.3%)보다 0.1%포인트 낮은 4.2%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8월(4.3%)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식품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27일 주요 식품업체 임원진을 대상으로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이같이 요구했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업체 6곳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전 세계 유가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가공식품 물가는 7∼8%대라는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며 "최근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이 다른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이어지면 민생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4분기 이후 식품기업의 원자재 비용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라며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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