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한국경제] ① 반도체 마저 흔들...위기의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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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한국경제] ① 반도체 마저 흔들...위기의 제조업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8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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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마저 무너지면 한국경제 위험 경고
3분기부터 제조업 생산량 감소 본격화 우려
주요 기업 5분기 연속 경기전망 '부정적'
국내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악재)'이 몰려오면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쌓이는 재고로 시름하는 한국경제는 강달러라는 강력한 펀치에 또 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외 여건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의 각종 보호무역 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자동차·조선·철강·기계·석유화학·반도체·통신기기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주력 제조업의 진로에 이미 경고등이 켜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장기간에 걸쳐 눈에 띄는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악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각종 보호무역 장벽까지 겹치면서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KDI "반도체 마저 무너지면 한국 경제 위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온 반도체 산업의 가동률 하락과 재고율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대내외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조치 등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대면 업종을 중십으로 서비스업의 회복세가 지속됐다. 코로나19 확산세 강화에도 불구하고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대면업종의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7월 서비스업 생산은 4.7%로 전월(4.0%)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19.8% → 29.9%),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26.6% → 40.2%) 등 대면업종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월과 비교해도 숙박 및 음식점업(4.4%)과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7.3%) 소비는 급증했다.

산업 생산은 조업일수 변동으로 전월보다 높은 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업에서 생산이 11.2% 증가했다. 건설업(1.5% → 2.0%)은 전월보다 증가세가 확대되고 공공행정(-4.6% → 10.4%)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제조업에선 재고율(124.2% → 125.5%)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평균가동률(76.4% → 75.2%)이 하락하는 등 수요 둔화의 영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수요 둔화로 출하(-26.1%)가 대폭 감소하고, 재고(12.3%)가 급증했다. 수요 감소로 인한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출액이 감소 전환하기도 했다.

KDI는 "반도체 수출은 2021년 29% 수출액이 증가하며 수출을 주도했다. 당시 총 수출금액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했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2020년에는 총수출이 5.5% 감소하는 중에도 반도체 수출이 5.6% 증가하며 경기 위축을 완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반도체 수출 가격이 전년동월대비 18.5% 하락하는 등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봤다. 또 미국의 소비와 고용시장 관련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으나 가파른 통화긴축 기조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정적 경제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역시 소매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고물가와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회복 속도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최근 봉쇄조치가 다시 시행되면서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감소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3분기, 생산 감소 본격화

전문가들은 3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감소에 돌입할 것으로 경고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6일 발표한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계절조정치) 높아졌다. 분기별 수치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 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네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후 4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주요 제조업 품목 수출도 꺾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휴대폰(-3.3%), 디스플레이(-5.3%) 수출도 위축되면서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4.6%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9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향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경기 불확실성 확대를 거론하며 "향후 고용지표는 증가폭이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관도 성장 눈높이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기재부가 최근 올해 성장률을 3.1%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한국은행도 지난 5월 성장 전망을 3.0%에서 2.7%로 낮춰다. 국제기구도 비슷한 전망이다. OECD는 26일 한국의 내년 경제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고, 아시아개발은행 또한 내년 성장률 전망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5분기 연속 부정적인 경기전망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조업 경기전망 5분기 연속 부정적

국내 제조기업들은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인 경기전망을 내놨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BSI가 8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국내 제조업 BSI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기준치인 100인 이하로 5분기 연속 부정적 경기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정책이 맞물려 기업들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 업종의 경기 전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심화한 영향이다. 조선·부품 업종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선박가격 상승, 의료·정밀 업종은 코로나19 특수 등 영향으로 4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비교적 많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는 69로, 중견·중소기업 전망치(82)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IT·전자, 철강, 화학업종들의 경기 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가량(49.8%)이 올해 목표로 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근접할 것이라는 응답은 45.3%였고,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영리스크로는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82.1%, 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고, '환율 등 대외 경제지표 변동성 심화'(47.2%), '금리 인상 기조'(46.9%) 등이 거론됐다. 특히 주요 경영리스크로 '금리 인상 기조'를 꼽은 비율은 중소기업이 47.9%, 대기업이 37.2%로, 중소기업의 금융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기한 만료 등 자금조달 어려움'을 주요 경영리스크로 택한 중소기업 비율은 14.2%로, 대기업 4.7%, 중견기업 6.4%와 두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건실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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