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6조→2조로' 김승연 회장 14년 묵은 대우조선해양 '한(恨)'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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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6조→2조로' 김승연 회장 14년 묵은 대우조선해양 '한(恨)' 풀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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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2008년 이후 14년 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초읽기
김승연 한화 회장, 대우조선해양 품고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6조원→2조원으로' 대우조선해양 '헐값매각' 논란 거셀 듯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4년 전 놓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큼 다가섰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00년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관리 아래 들어온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여파로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채권단은 1999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중공업도 그 중 하나였다. 이어 2000년 10월 채권단은 대우중공업을 대우조선공업과 대우종합기계로 분할하고 양사에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출자전환은 주 채권은행인 산은이 주도했다. 이듬해인 2001년 2월, 대우조선공업이 재상장하며 1조1714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채권액을 산은이 41%, 자산관리공사가 26% 나눠 가졌다.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공업은 2002년 3월 대우조선해양으로 기업명을 변경했다. 이후 LNG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랐고, 기업가치도 상승했다. 이에 2008년 3월 산은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6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08년 찾아 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14년 만에 다시 한화 품으로

26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은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확정하고 마무리 작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 금액은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약 2조3000억원)과 산은 지분(55.7%)을 고려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2조원대로 측정된다. 방위산업 부문 등을 쪼개지 않고 한꺼번에 넘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는 한화그룹이 최근 방산 분야에 박차를 가하면서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고 대우조선의 잠수함 등 특수선(군용) 사업과 시너지 효과 등이 기대된다는 이유 등으로 '빠른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산은 산하에서는 그런 투자가 어려워 빠른 매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헐값 매각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헐값 매각' 논란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넘겨받으면 대략 '2조800억원 ±α'가 된다. 그간 투입된 공적자금 4조2000억원(산은 자금 2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처리는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까지 투입한 공적자금을 생각하면 '너무 싸게 넘긴다'는 지적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2008년 매각 때만해도 대우조선은 6조원을 넘게 받을 매물이었다. 14년 전과 비교하면 60% 이상 낮아진 몸값에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매출은 4조4865억원, 영업손실은 1조7546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매출 12조905억원, 영업이익은 7724억원이다.

긴 조선업 불황을 거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이전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 2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27조4271억원으로 2008년(28조7373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향후 2~3년 내 매출 급등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익 구조가 과거와 비교해 악화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2조원의 매각가는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란은 예상되지만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호황기가 예상되는 현시점이 대우조선해양 처분의 적기라고 본 산은의 판단과 매수를 희망하는 한화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현대중공업그룹의 매입 시도 때와 달리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불필요할 전망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이 반사이익을 눌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계 전반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승연 회장 '14년 恨' 풀까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은 한화그룹은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다. 대우조선해양만 품으면 한화그룹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업 전반의 기틀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니수로 군함과 잠수함을 포함해 록히드마틴에 필적할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14년 전과 비교해 한화그룹의 내적·외적 성공과 성장에 따른 자신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인수를 위한 환경도 긍정적이다. 조선업이 오랜 불황을 깨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자금력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8년과 비교해 대폭 낮아진 몸값은 계열사의 돈을 '영끌'하지 않아도 인수주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 자금력만으로 대응 가능한 영역이 됐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000억원 규모다. 

14년 전 김 회장은 강한 의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당시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전제로 한 제2의 창업을 꿈꿨다. 화학·금융·레저 사업에서 조선업까지 확장해 다양한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원동력으로 2017년 그룹 매출 1000조원 돌파를 선언했다. 인수금액으로 인수전에 나선 경쟁 기업을 압도하는 6조5000억원을 써낼 만큼 김 회장의 의지는 절실했고, 완고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14년이 지나 일흔 살을 바라보는 김 회장은 14년 전 한(恨)을 풀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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