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53) IRA 돌파구 찾아 세계로…脫중국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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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53) IRA 돌파구 찾아 세계로…脫중국 가속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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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캐나다·잠비아 등 '脫중국' 가속
IRA에 멕시코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부상
EU·일본과 IRA 공동 대응 전선 마련해야
IRA 법안 발효로 한국 배터리 및 전장기업의 대응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진은 전기차를 생산 중인 미국 공장 전경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에 국내 배터리 기업을 비롯해 전장 기업의 배터리 소재 '탈중국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터리 소재 부문의 중국 의존도는 음극재 85.3%, 반제품 78.2%, 양극재 72.5% 등이다. IRA 법안은 2023년부터 전기차 중고차에 대당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다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는 전기차여야 하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배터리 광물조달비율(2023년 40%, 2027년 80%)을 맞춰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이외 국가에서 핵심 소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며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주목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와 함께 2025년부터 발효되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광해광업공단이 캐나다 기업 및 정부 측과 핵심광물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4건을 체결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캐나다·인니·아프리카 등 자원부국 러브콜 쇄도

한국 배터리 기업이 주목하는 곳은 캐나다다. 캐나다는 리튬과 코발트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배터리 제조 기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레이크와 각각 MOU를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일렉트라로부터 내년부터 3년간 황산코발트 7000톤, 아발론과 스노우레이크로부터 2025년부터 수산화리튬 총 25만5000톤을 공급받는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발효 이후 북미 지역 내 배터리 핵심 연료를 채굴·가공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모두 4조8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포스코케미칼은 제너널모터스(GM)와 합작을 통해 캐나다 퀘벡주에 연 3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한다. 삼성SDI도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로부터 배터리 공장 설립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캐나다 이외에도 세계 각지로 소재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리튬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에 40억 달러(약 5조6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업체와 협력에 앞서 지난 6월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대규모 탄산·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에서는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150억 달러(약 21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20일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배터리 음극재에 쓰는 동박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세계 1위 동박 제조 업체 SK넥실리스를 두고 있는 SK그룹에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흥미로운 기회"라면서 "SK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 이외에도 잠비아가 태양광과 수력 등 그린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잠비아는 구리 채굴량 세계 7위 국가다. 

멕시코 소칼로 광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美 IRA법에 멕시코, 전기차 생산 거점 도약

IRA 시행에 멕시코가 새로운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전기차 관련 업체는 LG마그마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드, BMW,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등이다. 

멕시코가 향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멕시코에서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북미 역내가치비율(상품가격에서 원잔지 또는 비원산지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맞출 수 있어 보조금의 대상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멕시코가 상대적으로 인건비 및 임대료 등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멕시코 제조업 투자유치협회(IVEMSA)에 따르면 멕시코는 중국보다 노동력이 30%, 임대료가 50% 저렴하다. 멕시코 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부문 투자 규모는 지난해 약 51억 달러(약 7조2000억원)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비중은 16.3%며 제조업 투자 비중은 44.3%에 달한다. 

대외정책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IRA 발효로 미국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보조금을 확대하는 대신 그 대상을 북미 내 최종조립되고, 광물 및 조달비율을 만족하는 자동차로 한정할 예정"이라면서 "이 법안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조달 및 자동차 조립의 가치사슬이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멕시코가 새로운 전기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IRA 법안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IRA에 반기드는 EU와 일본

IRA 발효에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은 발디스 돔브로우스키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위원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회담을 갖고 IRA의 차별적 성격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EU집행위는 "EU는 기후행동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환경 조치가 차별적이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양립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7일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IRA가 일본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에 타격을 주며 이번 조치가 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미 일본 대사도 미국의 유력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조치(IRA)가 WTO 규정에 적합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고, EU를 포함한 다른 파트너들과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권과 재계에선 EU와 일본이 IRA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 만큼 이들과 공조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유사 관련국과 실무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 EU, 독일, 일본, 스웨덴 등 유사 관련국은 본국뿐만 아니라 워싱턴 현지 공관에서 수시로 접촉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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