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환율] '거침없는 강달러' 수그러들까…최고 1430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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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환율] '거침없는 강달러' 수그러들까…최고 1430원 전망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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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환율 1409원 넘겨…13년 6개월만
국민연금-한은 외환 스와프 체결
일본 정부 외환시장 개입…강달러 진정 목표
FOMC 이후 연준 위원들 발언에 주목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강달러' 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서 이번주 환율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22일 환율은 1409.7원에 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20일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4원 내린 달러당 140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한때 1411.2원까지 오르며 외국인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지난주 글로벌 중앙은행들 이벤트가 몰려 있어 금리 상승세가 굉장히 가팔랐는데 이번주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외환당국이 24년만에 달러화 매도를 단행한 것도 일부 외환시장에 달러 강세 베팅에 대한 경계감을 상쇄시켰기 때문에 달러 강세 모멘텀이 조금 둔화될 것을 본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이번주 환율 변동 범위를 1330~1430원 대로 예측했다. 

국민연금-한은, 14년 만에 외환스와프 재개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14년 만에 외환 스와프를 재개했다. 외환 스와프는 통화 교환의 형식을 이용해 단기적인 자금을 융통하는 계약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위해 외환 수요가 있을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직접 조달해 투자하게 된다. 

이 경우 국민연금은 안정적으로 해외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최근과 같이 시장이 불안정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에도 시장을 통하지 않고 외환을 조달할 수 있어 외환시장 수급도 안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900조원 넘는 자산을 운용하며 매년 약 3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지난 22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엔을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형태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서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1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면서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엔화는 한때 1달러당 145.89엔까지 오르며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 매수·달러 매도 형태의 시장 개입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일본의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47엔대를 기록했다.

각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 역시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화유동성이 과거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에 대형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1400원 이후의 달러·원 환율 고점은 국면별로 크게 다르다"며 "외환위기 당시는 1900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157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및 순대외자산 규모 등 달라진 한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당시 수준으로 달러·원 환율의 레벨이 높아질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준위원들 발언 예정…매파적 시각 유지

FOMC는 끝났지만 이번 주 연준위원들의 발언이 다수 예정돼 있는 점도 환율 변수다. 지난 회의에서 연준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밝힌 만큼 앞으로도 매파적인 톤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점도표 상으로는 2024년 금리 인하가 전망되지만 올해 1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만큼 시중 유동성 여건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연준의 양적긴축 규모가 2배로 증액된 가운데 은행의 지준은 감소하는 반면 연준의 역레포 잔고는 늘어나며 단기자금이 연준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는 은행의 대출 태도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동성 축소가 실물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9일 미국 2분기 GDP, 30일 PCE물가지수

오는 27일에는 미국의 8월 내구재 주문(공장설비,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3년이상 제품에 대한 미국 공장의 주문을 집계)이 발표된다. 7월까지 내구재 주문은 비교적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8월에는 전월대비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수요를 위축시키는 모습이 여러 지표들에서 점차 확인되고 있는데, 내구재 주문이 얼마나 견조하게 버텨주는지는 미국 경기둔화 속도를 엿볼 수 있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29일에는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다. 또한 30일에는 미국의 8월 PCE물가지수가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기 때문에 크게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초에는 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인 '칩4(Fab4)' 첫 회의가 예정돼 있다. 4개 회원국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에서 국장 또는 심의관 급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적 위치와 기술력을 감안할 때 중국이 직접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한중 관계 악화 시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에서 칩4 추진상황과 함께 한중 관계 경색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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