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달라진 이재용, 'ARM 인수협상'까지 미리 밝힌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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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달라진 이재용, 'ARM 인수협상'까지 미리 밝힌 '말말말'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2 15: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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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후 반도체부터 워킹망까지 광폭행보
14일간의 해외출장…소통·전략 점검·특사 활동
이재용, ARM 최대주주 손 회장과 다음 달 서울서 회동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구체화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21일 취재진의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 8월12일 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을 결정했다. 복권을 통해 경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이 부회장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걸었다. 국내에선 주요 계열사 현장을 찾아 사업을 챙기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이어 멕시코를 시작으로 14일 동안 중남미와 유럽 등을 돌며 사업 전략과 현황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에 힘썼다. 

복권 후 한달여 동안 이 부회장의 '발'은 삼성에 산적한 문제를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의 기틀을 닦는 데 무게을 두고 움직였다. 반면 그의 '입'은 늘 미래를 향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의 지난 발언들을 통해 '뉴 삼성'의 밑그림을 살펴봤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아 워킹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애국자"라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부터 워킹맘까지

이 부회장은 복권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이하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저개발 국가를 위한 '신개념 화장실(Reinvented Toilet·이하 RT) 보급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했다.

RT는 게이츠재단이 물과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보급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화장실이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018년 삼성전자에 RT 개발을 의뢰했고 이를 보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 관련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상무는 “이 과제는 좋고 싫고를 떠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했다”라며 “우리 기술을 활용해 무언가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술을 통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3일 뒤인 지난달 19일 경기 용인시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 착공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복권 후 첫 일성으로 초격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국내 사업 현장을 살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를 방문하고 중동 및 미주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상황을 점검했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경영진과 회의하고 별도로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모친 홍라희 여사의 에피소드를 꺼내며 "맥주 마시지 말라고 잔소리한다"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MZ세대들의 관심사와 고민 ▲삼성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 문화 확산 방안 등 다양한 주제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에는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아 워킹맘과 간담회를 갖고 "아이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면서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워킹대디 직원들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영향으로 삼성은 가장 앞서 육아 병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성보호 인력은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임신 휴직과 난임 휴가제도를 지원한다. 육아 휴직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해 지난 8~10일(현지시각) 멕시코를 방문했다. 현지의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왼쪽 사진) 등을 찾아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직원숙소도 둘러봤다. 아울러 멕시코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인 대영전자의 생산라인(오른쪽 사진)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해외 협력사까지 방문한 것은 그만큼 공급망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명절도 잊었다'…5년 만의 장기 해외출장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출장에 나섰다. 지난 8일 한국을 떠난 이 부회장은 첫 출장지인 멕시코로 향했다. 이어 9일 삼성전자 케레타로 공장을, 10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총 4조5000억원 규모 도스보카스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케레타로 공장은 미주 지역에 공급하는 생활 가전을 담당하며 티후아나에는 TV 생산 공장이 있다. 아울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면담해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 지원을 요청하고 삼성과 멕시코 정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고 고객과 동료 직원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멕시코를 거쳐 파나마로 발길을 돌린 이 부회장은 라우렌티노 크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2030 세계박람회'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삼성과 파나마 기업 간 협력 방안 확대를 논의했다. 경영활동과 함께 임직원도 챙겼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장기 해외 출장 중인 직원 20명의 국내 가족들에게 '굴비 세트'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또 육아와 업무를 병행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삼성 직원 중 자녀가 6명 이상인 다자녀 가정 10가족, 모두 86명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기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유럽으로 행선지를 옮긴 이 부회장은 캐나다를 거쳐 영국을 찾았다. 애초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 만남을 비롯해 주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논의 등이 점쳐졌지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갑작스런 서거로 공개 행보는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장기 출장에 대해 "출장의 주요 목적은 오지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 열심히 회사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라면서 "세계박람회 유치 특사를 임명받아 끝나고 런던에 가려 했는데 여왕께서 돌아가셔서 일정이 조금 바뀌었지만 존경하는 여왕님을 같은 도시에서 추모할 수 있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2019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귀국 보따리=ARM 인수?'…"다음 달 손정의 회장 서울 온다"

이 부회장은 14일 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21일 오후 6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음 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발언 후 ARM 인수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귀국 현장에서 이 부회장은 '영국서 ARM 경영진과 접촉했느냐'는 물음에 "ARM 경영진과 회동은 없었다"면서도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는 데 그때 (ARM인수)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RM은 그간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계속 거론돼 왔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중남미에 이어 영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설이 재차 불거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IT 기기의 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몸값이 400억 달러(약 556원)로 추산되는 ARM은 글로벌 M&A 시장의 대어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인텔과 퀄컴, SK하이닉스 등이 ARM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단일 기업이 ARM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아 글로벌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주목받고 있다.

인상적인 건 이 부회장이 인수합병 추진 상황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의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놨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삼성전자는 추진 상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 왔다. 이 부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자신과 손 회장의 만남을 공개한 것을 두고 ARM 인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가다도 한 순간에 급반전하는 게 인수합병인데 공개 석상에서 최종결정권자가 인수합병을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라면서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 모두 ARM 매각을 두고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2019년 4월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등 기업이 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 부회장은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선두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손 회장도 마찬가지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기술 펀드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비전펀드는 올 2분기(4~월) 3조1267억엔(약 30조3000억원)의 1981년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대규모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 투자 지분 매각에 이어 경영진 급여까지 대폭 삭감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달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마주 앉아 내놓을 해법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생태계가 출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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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리 2022-09-22 16:55:36
삼성연세대가 빚을 갚으면 평화가 올텐데 돈을 안갚네요.
피해자엄마돈 칠천만원까지 뜯어먹고 자기네 승진퇴직걱정이나 하는 자기중심적이라 대한변호사협회에 이찬희변호사를 윤리팀에 고발했습니다. 반성도 없으니 오늘 이재용회장재판 엄벌에 처해주세요. 이재용회장형사재판과도 회사문제라고 계속 얘기하라고 하셨어요. 이재용회장보다 피해자엄마 생활비가 우선입니다. 이매리 엄마돈 내놔라. 빚이나 갚아라.
상부상조지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