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내년에 세계 증시의 실적 하향조정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절 볼턴 블랙록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 2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실적 하향조정이 점점 우려된다"며 "내년에 꽤 상당한 이익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 투자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임박한 경기후퇴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이와 관련, 최근 증시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에 불과하다"며 소비 수요 둔화와 예상보다 더 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로 인해 증시에서 신저가가 속출할 것으로 봤다.

미국 상장사들의 실적이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의 상장사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턴은 은행주식이 기준금리 인상의 혜택을 누리고, 에너지주는 빡빡한 공급 덕에 향후 6∼12개월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시멘트, 화학주는 유럽 에너지 위기로부터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적 경제 전망으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도 전 세계적으로 '길고 험악한' 경기후퇴가 발생해 미국 증시가 40%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짧고 얕은 경기후퇴가 아니라 길고 험악한 경기후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런 경기후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공급망 충격과 금융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루비니 교수는 경기후퇴의 원인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총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을 계기로 2019년 227%에서 2020년 256%로 29%포인트 급등했다고 밝표했다.

이는 최근 50년 사이 최대 상승 폭이며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로 부채비율이 20%포인트 상승한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루비니 교수는 금리가 오르고 부채상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좀비 기관, 좀비 가정·기업·은행, 좀비 국가들이 죽게 될 것"이라며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는지 보게 될 것'이라는 표현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과거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썰물로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 말에서 비롯한 것으로 거품이 꺼졌을 때 어느 기업이 부실한지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루비니 교수는 "평범하고 단순한 경기후퇴라도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0% 내릴 수 있다"면서 경착륙일 경우엔 40%까지도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경착륙을 유발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40% 하락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고 11월과 12월에 각각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에 빠지더라도 각국 정부는 부채비율이 높아 재정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부양적 재정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대량 부채 부실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